칠종칠금/ 자유자재로 잡았다 풀어 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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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종칠금/ 자유자재로 잡았다 풀어 주니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06.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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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 일곱 칠 縱 놓을 종 七 일곱 칠 擒 사로잡을 금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06

어린 시절 겨울에 집에 있으면 따뜻하긴 하나, 공부하기 싫어 놀고 있으면 잡일을 시키는 부모님을 피해 밖에 나가 연을 날리거나 제기를 차고 썰매를 타며 놀았다. 당연히 늘 손이 트고 옷이 더러워져 부모님에게 꾸중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보신 칠복이 아저씨가 ‘일거삼득의 방법’을 제안하셨다. 장기를 가르쳐 주신 것이다. 아저씨의 지도로 친구와 함께 몇 가지 길 가는 방법을 배우고 바로 게임에 들어갔는데, 우리가 차포를 떼고 해도 맨날 지는 것이었다. 재미가 없어진 내가 그만두겠다고 하자 아저씨는 머리를 더 써 보고 내일 다시 해보자고 하셨다. 밤새 천장에다가 장기판을 그려 놓고 궁리를 하고 난 다음 날 도전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이긴지는 모르겠으나 장기를 둔 이래 처음으로 이겼다. 그 기쁨이란! 그러나 다음 날 또 다시 도전하였는데 잘 나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지고 말았다. 지고 이기고를 반복하며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에는 차 하나만 떼고 두면 막상막하가 되었다. 그러나 아저씨는 늘 여유가 있으셨고 나는 늘 머리를 써야 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삼국지》에 빠져 며칠을 보내던 어느 날, 나는 아저씨가 ‘우리를 갖고 놀았구나’하는 생각이 퍼뜩 지나갔다. 우리를 맹획(盟獲)으로 만든 것이었다. 우리의 흥미를 일으켜  머리를 쓰게 하기 위해 일부러 져 주신 아저씨! 감사드립니다. 
진수(陳壽)가 쓴《삼국지ㆍ제갈량전(三國志ㆍ諸葛亮傳)》에 나온다. 종사경전, 칠종칠금(縱使更戰, 七縱七擒) : 풀어주고 다시 싸웠다. 일곱 번 잡았다가 일곱 번 풀어주었다.
중국이 위(魏), 촉(蜀), 오(吳) 등 삼국(三國, 220-280)으로 나눠져 있던 시대였다. 그중 촉은 유비(劉備)가 죽은 후 제갈량(諸葛亮)이 이끌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남지역의 이족(夷族)이 돌연히 반란을 일으키므로 제갈량이 직접 군을 이끌고 남만(南蠻)으로 출병하였다. 그런데 남만 이족의 영수인 맹획(盟獲)이 지혜는 없으나 용맹하여 제갈량을 깔보고 무시하면서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
맹획이 매우 완고하고 억세다는 것을 안 제갈량이 한 계책을 써 손쉽게 사로잡은 후에 일부러 촉의 진영을 한번 둘러보도록 하였다.
“보기에 우리 군사력이 어떠하냐?”
“이번에는 내가 너희들의 허실을 몰라서 졌다. 네가 나를 풀어 줘 다시 한 번 붙게 된다면 네가 오히려 무릎 꿇고 나에게 용서해 달라고 빌 것이다!”
“좋다! 너를 다시 돌아가게 해주마. 또 한 번 겨뤄보자.”
제갈량이 바로 맹획을 풀어줬다. 맹획이 기세를 올려 다시 도전하였지만 연전연패하였다. 제갈량이 붙잡고 풀어주기를 여러 번 한 것은 맹획이 스스로 진정으로 굴복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일곱 번째 맹획을 다시 풀어주려 하자 마침내 무릎을 꿇었다.
“제가 졌습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적대하지 않겠습니다.” 
이로써 제갈량은 영토의 확장을 위해 맹획을 본보기로 삼아, 다른 여타민족을 항복시켜 나가는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위(魏)와 오(吳)를 상대하는데 있어 뒷걱정을 덜게 되었다.
이 고사는 제갈량이 관대한 태도로 적을 굴복시킨 것을 설명한 것이었는데, 후세 사람들은 ‘주동적으로 책략을 써 상대를 유효하고도 적절하게 제압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하게 되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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