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67)/ 엄니, 아제들은 세상 제일 훌륭한 고무줄잉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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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67)/ 엄니, 아제들은 세상 제일 훌륭한 고무줄잉게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06.10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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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67

검정 고무줄에는
-김영남

내복의 검정 고무줄을
잡아당겨 본 사람이면 알 겁니다
고무줄에는 고무줄 이상이 붙어 있다는 것을
그 이상의 무얼 끌어안은 손,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것으로
무엇을 묶어 본 사람이면 또 알 겁니다
어머니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는 것을
그래야 사람도
-단단히 붙들어 맬 수 있다는 것을
훌륭한 어머니일수록 그런 신축성을
-오래오래 간직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 고무줄과 함께
어려운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겁니다
어머니란 리어카 바퀴처럼
-둥근 모습으로도 존재한다는 것을
그 둥근 등을 굴려 우리들을
-큰 세상으로 실어 낸다는 것을

그리하여 이 지상 모든 고무줄을
-비교해 본 사람이면 알 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고무줄이
-나의 어머니라는 것을


시방 하도 어깨랑 무릎이 아파서 순창 읍내에 나갔는디라! 하이구메 거짓뿌렁 안 보태고 아조 사람이 없어 부러요. 둥근 등을 굴려서 세상을 굴리던 엄니들, 아제들 중 몇 분만이 터미널서 보이고 텅텅 비어 버렸는디라. 병원 의자에 앉아서 들어봉께 메르슨가 뭔가 땜시  순창이 발칵 뒤집혔는디 울 엄니들마다 속이 상하셨등만요. 메르스땜시 따로 떼어 생활하라고 했던 친정 엄니와 시어머니를 시골로 데려 다 놓은 아들, 며느리, 딸에 대한 속상함, 분노가 약국으로 가는 닭집에서도, 골목길 안에서도, 약국에서도 터져나오더라구요. 젊은 사람들 상황도 있겄지만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서 백번 천번 맴이 쓰이시고 애가 타시는 거제요. 잉! 거짓뿌렁으로라도 아프지 마씨요. 엄니들, 오살허게 심들게 살아왔응께 요런 씨잘데기 없는 전염병은 화악 잡초 멀리 뽑아불 듯 없애버리씨요. 엄니들과 아제들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고무줄잉게요.

지난번 화요일엔 <고릴라 할머니>라는 그림책으로 세룡마을 엄니들과 수업을 했어라. 깊고 깊은 산골에 곱디고운 새 각시가 연지곤지 찍고 시집을 오제라. 아조 복숭아꽃처럼 곱디 고왔제요, 울덜 인생살이에서 요때처럼 이삔때가 있을랍뎌. 그림책 쳐다보는 엄니들 얼굴도 환해지제라. 근디 시집 와서 부텀 부뚜막에서 이리종종, 저리종종 거리는디 짠해뿔죠. 광주리에 빨랫감이 한 가득인디 고약한 냄시가 풀풀 나지라. 곱디고운 새각시 손은 거칠거칠해지제요. 한 해 두 해 세 해가 가면서 일은 더 많아지는디 아! 안방에선 애기 똥 쌌다고 응애응애, 고추밭에서는 쿵쿵 고랑파고 쿡쿡 나무 꽂아준디 그 일만 합뎌. 산으로 들로 껑충껑충 뛰어다님서 마른 풀을 싹둑 싹둑 잘라서 소 여물죽 쑤어주고 식구들 밥 챙겨주고 주면 내 목구멍 속으로 들어갈 것 없던 시절이었잖아라. 워메, 십년 이십년 지나농게 아조 살결이 까칠까칠 얼굴이 까뭇까뭇해져붓네요. 미쳐부러요, 귀여운 손녀딸이 “우리 할머니는 고릴라 할머니”라고 놀립니다.
학상 엄니들 완전 푹 빠져서 “워메 워째 딱 내 얘기다냐! 잉, 내 사마 살아온 이야그를 쓰려면 책 열권으로 써도 모자란당께” 험서 그 옛날 있었던 이야그 술술술 풀어 내십니다. 이런 저런 이야그들이 고구마 캐면 줄줄이 나오드끼 풀어집니다. 

 

모다 손들을 책상위에 내 놓아 보라고 혔더니 쭈뼛쭈뼛 허십니다. 못생겼다고. 너무 까칠허다고. 오디 땄더니 까맣게 물들었다고 이야그 허십니다. 엄니들손이 도둑질 헌것도 아니고 누구 등쳐먹은 손도 아니고 오로지 땅을 보고 믿고 살아온 것인디 가장 자랑스럽다고 야그혀 드렸습니다. 눈물나게 아름다운 손들이었다는 걸 시방 지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다 아시겄제라.
고릴라 할머니를 읽고 글자들 쓰기 전에 인생 곡선을 그려 보기위해 서울떽이 살아왔던 인생길을 그래프로 그려 봤당께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고 겁나게 떨리더라구요. 그리고 신나는 놀이를 했어라. 처음엔 곰이랑 토끼 인형을 허리춤에 쨈매서 업고 뛰어가고 포도상자와 신문지로 만들어 놓은 방망이로 빨래를 허는디 맴속에 심들게 허는 사람들 뚜드려 패듯이 한번 뚜들기라고 혔지요. 아조 난리났습니다. 그런 다음 식구들 밥 챙기드끼 과자 떠 먹여 주기 하고, 중간에 와서는 신나는 노래에 몸 흔들면서 내 인생 사랑허기로 마무리를 했지요. 작년에도 이 그림책을 갖고 책놀이를 혔는디 허벌나게 좋아하시구만이라,  재미졌겄제라. 잉. 실은 울 선생님들이 더 좋아허제요. 바로 전까지 아프다가도 수업만 가면 힘이 솟아난당께요. 그리고는 사진 찍은 것 카톡으로 올리면 카톡카톡 울어대며 사진들이 들어오죠. 웃느라 오는 길이 짧아부러요. ‘울엄마’ 노래까지 신나게 부르며 율동도 하고 끝나면 10시가 되는디 엄니들이 바빠지는 농사철이라 자꼬 빠지시네요. 뻔히 알면서도 빠지시면 속상하고 서운해지는디 우리 세룡마을 오락부장님께서 아프셔서 서울가버링게 더 허전해부네요. 아프지 말고 꼭 다음 주에 뵙길 바랬는디 고놈의 메르스 땜시 못갈 것 같네요. 서울떽 미춰부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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