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들꽃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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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들꽃아이
  • 황호숙 지도사
  • 승인 2015.06.1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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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호숙 책놀이ㆍ그림책 지도사
'들꽃아이' 임길택 글, 김동성 그림, 길벗어린이 펴냄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진달래 빛처럼 고운 이야기

 

 

<들꽃 아이>는 교사이자 시인인 임길택 작가가 시골 교사를 하며 만났던‘보선’이라는 아이와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엄마마중>을 그리신 김동성 작가가 이 글에 반해 그림을 그려서 그림책이 되었지요. 그림 결마다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진달래 빛처럼 고우며 새싹마냥 싱그럽습니다.

 

꼭 스무 해 전의 일입니다. 도회지에서만 살아오던 김 선생님이 첫 발령을 받아 간 곳은 면 소재지의 열두 학급짜리 아담한 학교였습니다. 닷새마다 장이 서서 처음으로 대장간 구경도 할 수 있었고, 물레방아 돌아가는 한가한 마을이었습니다. (3쪽)

누가 시킨들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보선이는 꾸준히 새로운 꽃을 꺾어 왔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붓꽃, 원추리, 참나리 같은 꽃들을 꽂아 놓고 정물화를 그리기도 하고, 패랭이꽃의 씨를 받아선 집에다 심어 보자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제까지 팬지나 달리아 같은 외국 꽃들이 이름도 꽃도 좋다고만 여겨 오던 선생님은 은은한 우리 꽃들이 훨씬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7쪽)

지금 순창의 산중과 골짝에는 참 많은 들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애기똥풀, 자운영, 토끼풀꽃, 엉겅퀴꽃, 오동꽃, 꿀풀꽃. 이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아이들과 꽃 이름 맞추기도 하고 꽃으로 왕관 만들기나 반지 만들기를 해서 사진을 찍어 놓으면 어른이 되어 어린시절의 추억꺼리가 되겠지요. 저도 감꽃 목걸이 만들어야겠습니다. 아! 버찌 잼, 오디 잼도 만들 수 있는 계절이네요. 나뭇잎 도장도 파 보세요. 나뭇잎 가면, 나뭇잎으로 환경 포스터도 만들어 보면 좋겠네요. 삼천포로 새 버렸다고요, 아니에요! 신나게 책 놀이 해주면 엄마를 새로운 눈으로 볼걸요. 후후
한여름에 접어든 어느 날, 선생님은 장날 심부름을 다녀오느라 5교시 수업에 늦은 보선이를 혼내게 됩니다. 하지만 보선이가 손전등을 들고 학교에 다녀야 할 만큼 산골짝에 사는 것을 알고 놀라면서 여름 방학을 며칠 앞둔 날 보선이네 집에 찾아가기로 합니다.

 

 

하늘엔 벌써 별들이 하나 둘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보선이가 이토록 먼 길을 다니고 있었구나!’ 비로소 선생님은 보선이가 손전등을 가지고 다니는 걸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37쪽)

 

선생님이 보선이네 집에 다다랐을 땐 열 시가 이미 넘어 있었습니다. 그곳엔 다섯 집뿐인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0년 전 학교가 생긴 이래 마을을 찾아 준 이론 김 선생님이 처음이라는 거였습니다.(40쪽)  

들꽃 아이의 꽃 선물로 들꽃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듯, 보선이네를 찾아가는 숲길에서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은은한 달빛에 드러난 숲의 모습을 보고, 산 더덕 냄새부터 애기똥풀꽃까지 어우러진 냄새를 맡고, 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야 숲에서 산다는 걸 알게 되지요.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은 눈이 펑펑 내려서 여운이 많이 남는 모습인데 미지의 세계로 남겨둡니다.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요? 저는 아이들과 뒷 장면 상상하기를 참 좋아합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끝이 없고 재미있어서 한편의 단편 소설 같거든요. 
임길택 작가는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지금 아이들이 보선이가 걸었던 길을 잃어버렸다는 게 안타까웠다”며 “이런 길을 잃었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꿈을 잃어버린 거나 같다고 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들꽃이 들에 피어나는 꽃이라면, 이 나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자기 마음껏 숲을 들여다보고 해와 바람을 자세히 바라볼 줄 알며 뿌리에서 부터 물을 퍼 나르고, 광합성을 할 줄 아는 들꽃 아이들로 커 나가야 합니다.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이 길을 복원시켜 줘야 되는 의무도 있지요. 저는 들꽃 아이처럼 소박한 모습을 간직해줄 선생님들이 순창에 많이많이 계시길 소망합니다.

글 : 황호숙 책놀이ㆍ그림책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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