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차불피/ 높은 자리에 있으면 피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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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차불피/ 높은 자리에 있으면 피곤치 않다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06.1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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樂 즐길 락 此 이 차 不 아닐 불 疲 지칠 피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07

관료사회에서 보면, 어떤 분이든 높은 사람이 되면 공휴일도 없이 왜 그리 열심히 돌아다니고 그 많은 사람을 다 만나려 하는지… 정말 알고 싶을 때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우선 집에 있으면 세끼 밥을 다 집에서 먹는다고 부인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고, 두 번째는 자식들이 다 커 집에 있지 않으니 아버지 노릇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관련 상급기관으로부터 열심히 한다는 평을 받으면 그 자리의 수명이 하루라도 길어질 것 같아 사무실로 현장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무실에 나오면 왜 좋을까? 우선 예쁜 여비서가 반갑게 맞아주며 따뜻한 차를 가져온다. 휘하 부하들이 뭔가 잘 보이려고 무슨 결재서류를 가져와 눈도장을 찍으며 아부하는 모습을 즐길 수 있다. 또 지방에 가면 그 지역 특산품과 음식을 맛보게 된다. 이처럼 낙차불피(樂此不疲)한데 왜 나오지 않겠는가?
웃자고 한 얘기였는데…, 의외로 맞는 말 같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았다.
 
《후한서ㆍ광무제기(後漢書ㆍ光武帝紀)》에 나온다. 아자낙차, 불위피야(我自樂此, 不為疲也) ‘나는 일이 즐거워 조금도 피로하지 않다.’
유수(劉秀)는 서한(西漢, BC 206-25)을 망하게 하고 스스로 황제로 올라간 외척 왕망(王莽)을 물리치고 중원을 평정한 동한(東漢, 25-220)의 광무제(光武帝)다.
원래 평민출신이어서 백성들의 괴로움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황제가 된 이후 전쟁이 발생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고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게 하는데 진력하였다.
이 뿐만 아니라 유수는 조정의 일을 처리할 때에도 늘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아침 일찍 대신들과 정사를 토론하였는데, 한 번 토론이 시작되면 정오가 되어서야 끝나는 것이 다반사였다. 퇴청 후에도 역시 바쁘게 일하느라 삼경(三更)이 될 때까지도 쉴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태자가 부친이 이처럼 조석으로 열심히 정사를 돌보는 것을 보고 건강이 나빠질까봐 크게 걱정이 되어 따로 시간을 내어 광무제에게 진언하였다.
“부황께서는 옛적 현군이신 하(夏)나라의 우(禹)임금이나 상(商)나라의 탕(湯)임금처럼 국사에 전념하고 백성들을 돌보는 것은 잘 아시면서 옛적 황제(黃帝)와 노자가 말씀하신 ‘심신을 단련하고 복록을 늘리는 일’에는 참으로 소홀하십니다. 어찌하여 전혀 마음을 놓지 않으시고 자신을 위해 조금도 쉬는 시간을 갖지 않으십니까?”
광무제가 듣고 태자의 마음을 가상히 여기며 말했다.
“네가 짐의 건강을 챙겨주니 참으로 고맙구나. 하지만 나는 이 일을 매우 좋아해서 전혀 피로를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광무제가 이처럼 국사에 전념하면서도 낙차불피한 군주가 되었으므로 당시 백성들에게는 큰 복이 아닐 수 없었다. 후세 사람들은 이 성어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여 피로하거나 싫증을 내지 않는 경우를 비유하여 사용하였다. 때로는 나쁜 의미로 너무 몰두하여 다른 일을 돌보지 않는 경우를 풍자하는 경우에도 사용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폐치망식(廢寢忘食)이 있다. ‘침식을 잊다. 어떤 일에 전심전력하다’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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