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농산물은 역병에도 판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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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농산물은 역병에도 판로 있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06.1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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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농약으로 재배한 오디, 고정 소비자 확보…메르스 여파, 타격 입었지만 품질 인정해 다시 찾아

▲최혜정 씨가 집 뒤의 뽕나무밭에서 4년생 오디를 따고 있다. 천연농약을 고집하는 최 씨 부부의 오디는 앞으로도 꾸준한 수요가 예상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영향을 받는 군에 대한 관심이 안팎으로 뜨겁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계원인 농산물 판매가 지지부진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 여파로 잠시 끊겼던 농산물 판로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농가도 나오고 있다. 이 농가는 메르스로 격리된 마을과 불과 3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다.
한성호(48)ㆍ최혜정(46)부부가 가꾸는 오디밭은 규모가 400평 정도로 매우 작다. 원래 수도작인 논농사만 140마지기(2만8000평)를 했었다. 오디를 시작했던 것은 지난 2012년, 남는 시간을 이용해 최 씨가 부수적으로 할 일을 찾던 중 집 뒤의 작은 논을 덮은 이후 부터다. 최 씨는 “모를 두 번 심다보니 육묘용으로 쓰던 논이 있었다. 그 논이 다른 논들과 떨어져 있어 어중간했다. 그래서 논을 밭으로 개조해 오디를 150주 심었다”고 말했다.
이제 4년생이 된 오디는 작년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판매용으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확하고 있다. 오디는 개량종이지만 최 씨의 철저한 관리로 토종오디 못지않은 당도를 자랑한다. 농촌일손돕기로 이곳 오디를 따주다가 맛본 농업기술센터 직원들도 감탄하고 갔다.
이곳 오디 품질이 좋은 비결은 기술보다도 정성에 있다. ‘약을 치지 않으면 오디농사는 어렵다’는 통설도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최씨는 “오디는 씻지도, 까지도 않고 먹는 과일인데 화학약품을 쳐도 되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리고 아들이 이걸 굉장히 좋아한다. 자식들에게 부담 없이 먹일 수 있으려면 화학농약을 거부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천연농약을 고집하는 한편 균핵병이 들어 하얗게 변한 열매나 병든 잎은 손으로 따거나 전지를 해가며 관리한다. 보다 깨끗한 열매를 원하다보니 친환경 기술을 배우게 되고 수작업이 필요해진 것이다.
물론 규모가 작고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된 이유도 있다. 최씨는 “밭이 집 뒤에 있다 보니 손이 한 번이라도 더 가게 된다. 새벽에 일어나면 한 번 둘러보게 되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논도 인계면 호계, 노동리에도 있지만 역시 집 앞에 있는 논을 더 보게 되더라”며 웃었다. 오디밭 규모를 늘릴 계획은 아직 없다. 천연농약을 만들어 써가며 재배했지만 친환경인증은 아직 받지 않았다. 친환경 인증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좋지만 인증을 받지 않고 입소문을 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철저한 관리 덕분에 최씨가 관리하는 오디는 부수입원이지만 재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메르스 때문에 잠시 판로가 막히기도 했지만 이미 먹어본 소비자들이 다시금 주문을 해와 이번에는 오디즙을 내어 보내려고 준비하고 있다. “생과는 첫물이나 두물 째 딴 것 중에서도 최상급만 선별해서 보낸다. 이번에 내는 것은 거의 끝물이라 아무래도 생과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즙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씨가 판매하는 오디는 9000원(1kg)까지 가격이 나갔다. 메르스 사태로 잠시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올해는 오디 수확이 거의 끝나가 생과로는 판매할 물량은 적다. 그러나 당뇨에 좋고 관절치료나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디는 앞으로도 꾸준한 수요가 예상된다.
최씨는 뿌리부터 열매, 잎까지 버릴 게 없다는 오디를 이용한 다양한 먹을거리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봄철에 전지하기 전에 나온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다. 연한 잎은 장아찌로 먹고 가지는 닭을 삶을 때 넣으면 잡냄새를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때 오디잎 장아찌를 내면 사람들이 좋아하곤 했다. 전지하기 전에 잎을 따러 오는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성호ㆍ최혜정 부부가 생산하는 오디는 메르스로 인해 군내 농산물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하지만 좋은 농산물은 결국 소비자가 찾아준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조금 더 정성껏, 조금 더 노력해보자는 군내 농민들의 의지가 전국적으로 인정받을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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