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마을 주민 “안정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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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마을 주민 “안정 찾아가고 있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06.17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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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리마을 주민들이 전하는 마을 근황

 

▲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통째로 격리당한 마을 주민들은 2주 가까이 답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생업 손해, 제대로 보상해줘야 한다”
“할머니, 남에게 폐 끼칠 분 아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예상외로 많은 피해들이 군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장날 시장을 찾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끊겼고, 농산물 판로를 찾지 못해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임시 휴무합니다”라고 써 붙인 식당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유소와 충전소는 외부 관광객의 감소와 주민들의 활동 위축으로 매출이 줄었다. 사무실에서 해결할 일들을 미루고 폐쇄된 마을입구 초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날씨까지 뜨거워지면서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
평택에서 감염된 채 내려온 강 할머니가 지난 12일 숨졌다. 격리된 마을 주민들은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아 격리해제를 내다보고 있지만 확진자 사망 소식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스를 극복하려는 노력들도 보이고 있다. 자가 격리된 마을 주민들과 전화통화로 근황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마을이 폐쇄되고 열흘이 넘었습니다. 근황이 궁급합니다.

(양) : 노인 중에 기력이 떨어진 분이 계신데 의료원 직원들이 나와서 관리해주고 있다. 항암치료를 받는 분도 있고 물리치료를 못 받은 분들이 조금 안 좋다. 나이든 분들은 다들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병원에서 물리치료 받는 게 일상이었다.
(한) : 구호품들이 처음에는 미진하게 들어오다가 적십자사 등 구호단체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행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지금은 잘 들어온다. 쌀, 라면 김 등 가공식품, 고기류도 들어와 먹는 것은 문제없다. 다만 마을 어르신들이 계속 집에만 계셔서 문제다. 원래 질병을 앓고 계신 분들이 문제다. 도시의 큰 병원에 정기적으로 다니시는 분도 있어 걱정이다. 농작물은 오디와 복분자 수확을 돕는 분들이 많이 와서 도움이 됐다. 초반에는 행정도 경황없었는데 지금은 자리 잡은 것 같다.

농사일 등 생업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피해상황은.

(양) 에어컨 수요는 여름철에 집중된다. 6~8월 세달 동안 벌어서 1년 동안 먹고 사는데 지금은 끊겼다. 지금의 손실도 크지만 앞으로 손님을 더 뺏겼다는 생각도 한다. 택시 운전하는 분도 고정 손님을 뺏겨서 앞으로 손실이 클 것을 염려한다. 그런데 나만 손해 보는 게 아니라 크게 보면 전국적으로 메르스 때문에 피해본 게 많잖나. 그렇다고 해도 실은 돌아가신 분이 가장 손해다.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이) 나는 생업이 다 막혔다. 읍내에 가게의 월세는 나가야 하는데 소득이 끊겼다. 자녀는 대학생과 중학생이 한 명씩 있는데 땅도 없고 걱정이 많다. 집안에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소득원도 끊긴 상황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마을 자체적으로 조사는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병을 앓고 있어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병원 방문날짜를 연기했다.
(한) 나는 오디 1000평과 수도작 6000평을 하고 있다. 메르스가 터지고 나서 나는 출근도 못한다. 2주 동안 격리되고 인력도 못 사니 수확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반절이상 땅에 떨어졌다. 수령에 따라 수확량 차이가 나는데 수확기에 관리가 안 되니 이미 시기를 놓쳤다. 3톤이 나올 걸로 예상했는데 지금까지 딴 것이 800킬로그램이다. 어르신들은 큰일은 못하고 논에 물대는 일들만 하신다. 자영업하시는 분, 택시 운전하는 분 등은 실질적인 대책이 없어 생계가 막막하다. 순창이라면 색안경 끼고 본다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있고 복분자 따면서도 한숨 쉬는 주민도 있다. 어려운 곳 농산물을 일부러 사주는 소비자들이 순창 농산물도 알아주면 좋겠다.

격리 주민들을 위해 어떤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메르스 사태로 격리된 마을 앞 초소를 경찰과 공무원이 지키고 있다.

(양)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다. 긴급구호자금이 금융과 부동산 등 재산을 따져서 차등지급한다는데 빚이 1억원이 있어도 통장에 500만원은 있는 사람들은 어떡하나? 생계비 지원은 보다 적극적으로 주도록 해야 한다.
(이) 군청에서 조사하는 게 있어서 일단은 믿고 있다. 정확하게 조사해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생계안정비용 외에도 갇혀있는 기간에 상응하는 위로금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한) 직장(농협)에서는 격리된 우리 부부한테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공무원이 아닌 일반 직장인들은 메르스 때문에 자가 격리돼도 공과로 인정되지 않고 병가로 처리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런 부분은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공과처리 해줘야 한다.

 

메르스 때문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어떤 분이셨나요.

(양) 할머니는 우리 윗집에 살았다. 막내딸과 아주 어릴 적부터 친구사이다. 그래서 더 살갑게 대해주셨다. 할머니는 방광염 수술 때문에 평택 성모병원에 가셨다가 감염이 됐다. 고의로 내려오실 분은 아니다. 동네 입장에서는 방송의 잘못으로 동네도 죽고 순창군도 휘청거린다고 본다. 처음에 할머니가 전염병 판정을 받고 자택에 와서 동네사람한테 전염시켰다는 식으로 방송이 나왔다. 방송이 이렇게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가족 얘기를 들어보니 돌아가신 분이 너무 억울하고 명예회복이 필요하다.
(한) 처음에는 할머니를 원망하는 얘기가 많이 있었다. 여태껏 마을을 봉쇄하는 경우도 없었고 어르신들 일부는 멀쩡한 사람 가둬놓는다고 화도 냈다. 하지만 지금은 오해가 사라졌다. 지금은 2차 감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니 연세 있는 분은 대부분 집에만 계신다. 할머니는 생활력이 강하셨다. 외지에 있는 아들이나 며느리한테 폐 끼치는 걸 싫어했다. 내가 듣기로는 아들이 효자다. 병이 있으면 가까운데 지내셔야 한다고 (평택에) 모시고 간 것이다. 패륜아처럼 행동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 주변에 폐 끼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자가격리조치) 무시하고 일부러 내려올 분들이 아니다. 할머니는 마음이 여려서 도와달라고 하면 자주 도와주셨다. 연세가 있어서 아픈 곳도 있겠지만 거동은 문제없었고 다른 노인보다 건강하셨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격리 해제 후 군내외 곱지 않은 시선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양) 동네 사람들이 자주 가는 병원은 가지 말자는 얘기도 들려서 군수를 만났을 때 억울하게 격리 당했다고 말했다. 이곳 사람들은 원래 메르스와는 연관이 없다. 동네 분이 억울하게 감염된 채로 와서 그런 거다. 한 동네에서도 할머니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 부읍장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조치사항을 주민들에게 통보해주고 있다. 순창산 농산물과 청정지역 인식이 크게 상처받은 것을 살려 줬으면 좋겠다. 열심히 홍보해 달라.
(한) 부부가 보름동안 직장 일을 못하고 인재숙에서 학교 다니는 자녀와도 떨어져서 못보고 있다. 우리 아이를 포함해 격리돼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행여나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이다. 학교차원에서 아이들 보듬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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