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장덕마을 노인 돌본 구영숙 요양보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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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장덕마을 노인 돌본 구영숙 요양보호사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06.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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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위험 하지만 할머니 식사는 챙겨야해 군에 출입허가 요청…“겁보다 책임감 앞서”

 

메르스 전염 방지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은 민간에서도 많았다.
평소 다니던 장덕마을 어르신의 생활이 정상적이지 않을 것을 염려해 군에 장덕마을 출입 허가를 요청해 격리기간 중 4일 동안 장덕마을을 출입했던 구영숙(65ㆍ순창읍 남계)씨는 마을격리가 해제된 지금도 돌보는 할머니가 눈에 밟힌다.
구 씨는 구순 노부를 모시며 살다가 요양보호사가 됐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라고 여기는 구씨에게 아버지는 “부모에게 하던 만큼만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장덕마을의 한 노인은 구씨가 맡은 첫 노인 돌봄대상자였다.
어떤 이유로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상태였던 노인은 기력이 부족해 누워 지내는 일이 많았다. 구씨는 “냉장고 앞까지 지팡이 짚고 가서 음식을 꺼내 누워서 드시는 형편이었다. 신경통과 관절에 좋은 약을 발라드리고 집에서 만든 죽이나 고기 음식을 갖다드리니 효과가 있어서 걸음을 할 정도로 회복이 됐었다”고 소개했다. 빨래와 청소를 하고 몸을 씻겨 드리는 일까지 적극적으로 했다고.
메르스로 인해 장덕마을 진입이 어려워지자 구 씨는 군과 보건소에 할머니의 상태를 얘기하며 자신이 간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난감해 하던 군도 구 씨가 지속적으로 얘기하자 의료원 직원들과 같이 마을 진입을 허락했다. 방호복과 마스크, 고글 등을 착용한 채 일을 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으나 구 씨는 해야 한다고 여겼다. 식사가 원활하도록 손으로 떠먹이는 일도 계속 할 수 있었다. 구 씨는 “겁은 났지만 책임감이 앞섰다. 방호복을 입고 일하니 땀띠가 나기도 했다. 내가 안 하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그래도 할머니가 굶을 게 더 걱정됐고 사람을 살리겠다는 생각에 전화해서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감염됐던 할머니가 숨지고 나서 구 씨는 마을 진입을 다시 못하게 됐다. 구 씨가 해온 할머니 식사 도우미는 의료원 직원들이 대신하기로 했다. 구 씨는 할머니와 전화통화를 하며 소식을 들었고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마을 격리가 끝나고 나서 부리나케 달려가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도 잠시, 구 씨는 그날 오후 할머니의 집을 대청소 하느라 진이 빠졌다. 구 씨는 “할머니가 몸이 불편하다보니 어질러 놓은 게 많아서 대청소를 해야 했다. 없는 기간 동안 씻지 못해 목욕을 시켜드리고 빨래도 했다. 나와 있어도 항상 눈에 밟히는 할머니”라고 말했다.
이런 구 씨의 노력 때문에 할머니는 현재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동계면과 금과면에 있는 노인도 돌보는 구 씨는 정이 많아 사람을 소중히 대해야 한다고 여긴다. 구 씨는 장덕마을에 다녀온 날이면 빨래부터 목욕까지 모두 밖에서 마치고 난 후 방안에 들어온다. 전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스스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리고 집에서는 딸을 기다린 아버지에게 밖에서 있었던 일들을 빠뜨리지 않고 말한다.
한 사람의 생명도 귀하게 여기는 구 씨의 마음은 메르스 감염에 대한 불안도 이겨냈다. 강 씨 할머니의 사망을 애석해 하면서도 할머니와 마을주민들이 무사히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구 씨는 요양보호사 일을 매우 활기차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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