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장덕마을 지킨 양희철 청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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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장덕마을 지킨 양희철 청년회장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06.2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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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전달, 주민 건강 챙기며 가교 역할…메르스 동요 막고, 마을 단합 이끌어 내

 

그는 장덕마을 청년회장이다. 그는 “어쩌다보니 청년회장을 하게 됐고 이장님이 쓰러지는 바람에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격리기간을 지내며 장덕마을의 소중한 자산이 됐다.
양희철(42ㆍ순창읍 장덕)씨는 장덕마을이 격리된 2주 동안 가장 바쁘게 움직였다. 노인이 많은 동네다보니 물건을 전달하는 일은 물론 어르신 건강도 챙겨야 했다. 격리기간동안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고 원활히 생활할 수 있도록 방송을 했고 행정과도 긴밀히 소통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렸다. 마을 젊은 사람들이 나와서 함께 한 덕분에 추가감염자도 나오지 않고 격리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보급품이 처음에 11톤과 5톤 차량으로 왔었다. 물건이 10톤 이상은 됐을 것이다. 물품을 내려놓고 각각 배달할 생각에 까마득했는데 동네 젊은 사람들이 나와서 배분과 배달을 거들었다. 노인회장님은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할 줄 몰랐다고 하셨다. 평소에 잘 몰랐던 사람들도 나서서 일을 거드니 이때 사람이 보였다”고 말했다.
마을의 대소사를 도맡은 그는 이번 마을 격리 기간 동안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피해를 봤다. 에어컨 설치기사인 그가 집중적으로 일해야 할 시기에 상당한 일거리를 놓쳤고 병원 갈 일도 미뤘다. 일상생활이 지장을 받을 정도로 전화가 많이 와 스트레스도 받았다. 하지만 이를 원망하지 않고 동네 주민들의 숨은 단결력을 찾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는 “격리조치가 해제된 후 해방감이 있는데 지금도 언론에서는 추가 환자가 발생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겪어봐서 그 심정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주민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서 행정에게 전달하는 일들도 많이 했다. 구호물품이 올 때는 가급적 생활에 쓰임새가 많은 것을 갖다달라고 했고 심혈관계 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이 혈압약을 자주 복용하는 것을 기억해 혈압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건의했다. 원격방송이 가능한 마을 방송기계 사용방법을 익혀 집에 있으면서도 주민들에게 전달사항을 꾸준히 방송했다. 마을 밖에서 보내준 관심에 고마워하는 그는 “큰 도움을 받았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도와주겠다. 마을에서는 나이 드신 분들이 협조를 많이 해주셨고 평소에 잘 몰랐던 젊은 분들이 나서주니 단합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장덕마을 주민들이 일상을 찾도록 도움이 필요하다는 그는 요즘 밖에서 고생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죄 지은 것도 없이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 밝혔다. 격리 원인이 마을 주민들 잘못은 아니지만 몰려드는 관심에 괜히 자신들 때문에 이 사단이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돌아가신 할머니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진 주민들이 많다. 몇몇 사람은 평소에 할머니가 하시던 밭일을 대신해 풀을 매거나 수확을 하고는 할머니 댁에 갖다 두기도 한다”며 소박하지만 여운이 있는 농촌의 정서를 전했다.
밀린 일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그는 그 와중에도 틈틈이 마을 대소사를 챙기고 있다. 장덕마을은 큰 곤욕을 치렀지만 ‘양희철’이라는 든든한 마을 일꾼을 얻었다. 마을의 큰 자산을 남길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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