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장덕마을 격리 해제 일상복귀 움직임 활발
상태바
메르스, 장덕마을 격리 해제 일상복귀 움직임 활발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06.24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죄 짓고는 못 살아, 이것이 징역살이”

 

▲장덕마을 전경. 2주 동안의 격리를 끝내고 나온 마을 주민들은 서서히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있다. 적지않은 상처를 입은 주민들을 군민들이 보듬어줄 때다.

주민도 집배원도 다니던 골목, 낯설어 당혹
마을 격리로 미룬 100세 잔치 아쉬움 남아

 

“답답하다. 농사철에 농민들이 할 일이라고는 농사밖에 없잖나. 그걸 못한다. 외지에서 볼 때 순창 농산물을 상당히 꺼려하는 모양인데 그럴 필요 없다.”
메르스로 인해 마을을 통째 격리해 갇혀 지냈던 박유현(71ㆍ순창읍 장덕) 씨는 지난 19일 2주 만에 대문 밖을 나섰다. 그 시각 마을회관 앞 공터에는 마을 격리해제 전후 상황을 담으려는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집 밖을 나선 마을 주민보다도 취재진이 더 많았다. 그 자리 한편에는 이동건강상담실이 세워지고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집 밖을 나서지 못하는 갑갑한 생활을 했음에도 박씨는 “생필품을 지원해 주고 보건소에서도 오가고, 국민이 염려해준 덕에 빨리 회복했다. 감염된 사람이 더 나왔다면 격리기간도 길어졌을 것이다”며 마을 격리에 따라 마을 바깥에서 고생했던 사람들을 먼저 챙겼다.
격리조치가 해제되고 마을을 정상적으로 오갈 수 있게 되면서 장덕마을에도 활기가 생기고 있다. 농사일을 나가거나 읍내 외출에 어떠한 제한요소도 없어지니 서둘러 움직이는 주민이 있었고 또 걱정되어 일찍이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다. 장덕마을에 거주하는 가족의 안부를 전화로 확인하며 애 태웠던 가족 친지들은 마을 격리가 해제되고 날이 밝자마자 분주히 들어왔다. 마을회관 앞 창고에서는 그동안 다니지 못했던 화물차가 들어와 물건을 실었고, 우체국 집배원도 오랜만에 마을 골목을 다닐 수 있게 됐다. 한광희 집배원은 “오랜만에 마을에 들어오니 낯설다. 건강하게만 해달라고 빌었는데 이상 없이 해제돼서 좋다”며 “(격리기간 동안) 등기나 소포 등 직접 전달해야 하는 우편물을 전달하지 못해 청년회장이 대리서명하고 전달해줬다”고 말했다.
이 기간 사람들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박씨는 “일손이 부족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는데 자녀들이 와서 돕는다는 사람도 있다. 동네에 노인이 많아 능률이 안 오르지만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가뭄까지 닥쳐 모든 게 정상이 아니다”고도 말했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강 씨 할머니의 사망소식 이후 주민들은 움츠러들었고 오해를 풀길이 없어져 미안한 마음을 가슴에 남기게 됐다. 마을의 한 가정에서는 지난 15일, 집안 어르신의 100세 잔치를 치르려고 했었지만 마을 격리조치로 미루게 됐다. 그 어느 때 보다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지 못한 데 아쉬움이 큰 것은 당연하다.
마을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죄 짓고는 못살겠다. 이것이 징역살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누구도 장덕마을 주민들을 탓하지 않지만 그들은 죄 지은 것 없이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도 했다. 마을이 통째로 격리됐던 2주 동안 장덕마을 주민들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되찾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해방의 기쁨 뒤에 숨겨진 답답한 생활을 군민 모두가 위로해줄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
  • 군 전체 초·중·고 학생 2000명대 무너졌다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