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망각
상태바
기억과 망각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5.07.08 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불신임한 지 한참이다. 여당 국회의원(특히 친박)들은 자신들이 뽑은 원내대표를 내치기 급급하다. 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왕정시대 권위보다 위에 있어 민주공화국 체제와 충돌한다. 기억하기 싫은 군사정부시대의 강압적인 통치가 떠오르고, 긴급조치로 정치적 반대편 인사를 탄압하던 유신시대가 연상된다. 한동안 살기 좋아졌다며 망각했던 권위주의적 통치의 공포와 불안이 엄습한다.

기억을 밖으로 드러내 말로 표현하면 사회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기억은 선택적이면서 불확실하다. 특히 “정치의 기억은 개인의 기억보다 훨씬 더 불확실하다. 과거가 현재의 정당성을 규정하는 경우, 현재의 정당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과거를 선택해서 기억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영남대 김태일 교수)고 설명한다. 정치에서의 ‘기억’은 다른 분야보다 막중한 책임성과 사회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중앙, 지방 할 것 없이 요즘 정치 상황을 들어다 보면 ‘기억’의 참 의미를 거스른다. 대개의 정치인들은 책임 짓기보다 피하고, 들춰내기보다 감추는 망각의 정치에 길들여져 있다. 지난달 황교안 국무총리의 ‘모르쇠 청문회’가 대표적이고, 지난 2월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청문회도 비슷했다. 불리하면 ‘기억이 없다“,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하다 증거를 들이대면 “기억 상태가 정상적이지 못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일부 정치인과 고위 유력자들은 “시민들의 윤리적 분노쯤은 가볍게 넘어갈 수 있고, 이 고비만 넘기면 다시 망각에 빠질 것이라는 판단”에 빠져 있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이 큰 공인들이 기억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책임 회피”이고 “정치 공감 능력을 떨어뜨리고 탈정치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동국대 김종욱 교수)이라는 지적을 받아드려 ‘육참골단’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 밖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시민들을 돌려세워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공인의 망각은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공인의 기억을 대하는 태도, 망각을 보호하려는 묵계,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며 살아 왔나에 따라 주변이 달라지고 세상이 바뀐다. 유력자의 ‘은폐된 기억’은  불신을 키우고 ‘의도된 기억’은 보편적 기억을 가로 막는다. 자기 삶조차 은폐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잠시의 위안은 될지언정 영원한 행복은 아니다. 부정과 비리에 찌든 불순한 사회에서 부귀영화를 누린 듯 무슨 의미인가.

자신 또는 집단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나 상황 반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유리한 과거를 기억해내려는 노력 때문에 기억은 선택적이고 불확실하다. 망각 역시 정당성을 위해, 상황 반전을 위해 불리한 과거를 묻어버리려 시도하므로 선택적이고 불확실하다. 이처럼 마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억과 망각이 개인에서 집단, 집단에서 사회, 사회에서 국가로 확장될수록  치열하게 대립하며 때론 공포를 유발한다.

기억은 타인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며 사회가 망각을 부추기기도 한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어버리느냐가 한 사회를 바꿔 놓기도 한다. ‘세월호’를 놓고 한쪽에선 다시는 그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려는 이들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그저 하나의 사고에 불과하다면 망각하려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바른 기억이 기록되도록 힘을 모아야 하고 부당한 망각 시도를 막아내야 한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래 ‘내 탓’이라기보다는 ‘네 탓’이라며 잘못을 외면하거나 숨기려는 시도를 과감히 배척해야 한다. ‘준 것’만 기억하고 ‘받은 것’은 망각하는 이기를 경계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억울한 감정을 실제보다 부풀리고 하소연하는 계산은 없는지 톱아봐야 한다. 이는 유력자에게도 그 반대편에 있는 이도 해당된다. 아집과 이기에 매몰된 편의적인 기억은 당장에는 위로가 될지언정 장차 큰 손실이 된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