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69)/ 이런 대통령을 갖고 싶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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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69)/ 이런 대통령을 갖고 싶제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07.08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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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69

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생략)

여름 밤은 이 맛이제라 잉!
아조 뜨겁게 내리 쬐던 햇살땜시 아모것도 못허고 추욱 늘어져 있다가 “야들아! 밥묵자 싸게 싸게 평상으로 올라들오니라. 애들 아부지는 야들 모기 물리지 않게 얼렁 가서 쑥불 붙여놓으랑께요. 허벌나게 거시기혀부씨요잉. 아! 모구 달라들겄소. 오늘은 맛나게 호박잎 쌈 해 묵을라고 우렁 된장도 지져 놨고 겁나게 맛있는 감자전도 부쳐 놨응께 손 씻고들 밥상머리에 앉어잉! 싸게 싸게!”
마당 가득 달빛, 별빛이 겁나게 내려앉아서 고즈넉하게 스며든 저녁, 논두렁 밭두렁에서 일하다 등목 하는 아부지, 학교에서 가방 둘러메고 막 도착한 아이들. 흩어졌다 모인 식구들끼리 두런두런 하루 이야기 하며 서로의 안부와 농작물들에 대해 이야그 허는 저녁나절 모습인디 워메 다들 안 그립소. 요놈의 시가 지 가심을 콩닥콩닥 뛰게 허는 것은 암시랑토 않게 다가오는 식구들의 모습 아니겄어요. 기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제일 익숙하듯이 별로 이쁠 것도 없는 식구들이 가장 소중하제라. 수북허게 퍼져 있던 고봉 밥 한 그릇을 개안하게 다 먹어치우고 숭늉 한 그릇까지 먹어버린 늦은 저녁, 평상에 둘러 앉아 세상 돌아가는 이야그 험시롱 옥수수 뜯으면서 젊으셨던 엄니, 아부지 무릎에 누워 별 바라보던 그 시절이 그립제라. 요번 여름엔 다들 순창으로 내려와서 엄마 무릎 베고 옥수수 뜯는 사진 찍어 누가누가 행복한지 내기 허는 것은 어떨까라! 어메가 이미 돌아가셔서 못헐 사람 애가심 터징게 하지 말까라! 그려도 한번 열린순창에 내갖꼬 겨뤄보믄 재미질것도 같은디요. 2015년 여름 한나절 순창에서 가장 기분 좋은 모습 사진으로 겨루기. 짜잔~
개깡시러불수도 있겄네요. 그라고 보면 요맘때 쯤이면 복분자따느라 울 엄니 얼굴들 시꺼매졌을 것이고 고담에는 가지치고 밭 밖으로 들어내느라 가시에 찔려서 얼굴과 손바닥이 남아나지 않았을 꺼구만요. 안봐도 뻔하지요. 뭐! 오디 따기부터 시작해서 복분자 블루베리 까지 따서 농협에 내고 택배로 부치느라 정신들 없었제요. 올해는 값들도 싸고 메르스땜시 개인적으로 잘 팔리지도 안혀서 가슴팍이 아매도 시꺼멓게 탔을꺼구만요. 잉 그체라. 보는 우리덜 맴도 오디처럼 씨꺼매졌구만요. 손사래 침서 내는 사진 안 찍어야 그럴 수도 있겄네요. 
근데다가 요새 텔레비전 보다 보믄 아조 속이 터질 일들이 많아서 기분 좋은 것도 안 될랑가 모르겄네요. 가뭄 들어 죽어가는 어린모에 살수차로 물 뿜어대면서 폼 잡는 대통령, 나랏일 바꿀 생각은 안 허고 외국에 나가서 연일 패션쇼를 하는 대통령을 보면 가슴이 꽉 막힙니다.

요런 날이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 대통령이 너무 부러워진당께요. 함 들어보실래요.
노숙자에게 대통령궁을 내주고 28년 된 낡은 자동차를 끌고 다니면서 월급의 90%를 기부하는 대통령이 있다네요. 아이구메!!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고 13년을 감옥 안에서 있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자’라고 칭송을 했다고 한당께요. 강대국 정상들 앞에서도 할 말은 해야 하는 대통령이지만 이웃사람 들에게는 ‘페페 할아버지’로 불릴 만큼 국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제라. 안 믿긴다고요. 하하하.
“나는 가난한 대통령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절대 가난하지 않다. 삶에는 가격표가 없다.”
“천 번을 넘어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용기를 내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리스타트! 세상엔 딱 한 종류의 실패자들이 있는데, 이는 싸우기와 꿈꾸기와 사랑하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다. 인간의 삶이 특별한 것은 그 내용을 우리가 채워나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요런 이야그를 했다니께 겁나게 아고똥헌 대통령 같제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허던디 우리 대한민국도 이런 대통령을 갖고 싶제라. 뉴스를 트는 게 무서운 나라가 아닌 즐거운 나라에서 살아야 울덜도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도 편할 것 아니당가요. 아 그래야. 한 여름 모깃불 펴 놓고 먹는 저녁밥이 꿀맛이지 않겄어요.
거짓뿌렁 하나도 안 보태고 지천명이라고 하는 50을 넘어선 순간 사는 게 녹록치 않아선지 자신감이 확 날라가부렀당께요. 아니 하늘의 뜻을 알아차린다는 오십에 접어들어 보니께 땅의 뜻, 사람의 뜻 한나도 못 알아차린 것 같아 미쳐불겄구만요. 나름 이룩해 놓았다고 허는  것이 신기루처럼 다 없어져 버리는 것 같당께요. 시방 서울떽만 요렇게 헤매는 건지 모르겄는디 할 일은 태산처럼 많고 허기는 싫은디 워쩐데요. 고구마 밭, 들깨밭, 콩밭 고추밭 모다 안주인 손길 손사래치며 기둘리는디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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