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헌폭/ 미미한 선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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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헌폭/ 미미한 선물이지만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07.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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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들 야 人 사람 인 獻 드릴 헌 曝 쬘 폭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09

중국인들에게는 선물할 때 몇 가지 금기시하는 게 있다. 괘종시계(鐘)는 안 된다. 끝 종(終)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송(送)은 ‘선물하다’로 송종(送鐘)은 ‘괘종시계를 보내다’는 뜻이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발음이 ‘죽음을 드립니다’라는 송종(送終)이 되니 상대방이 기분이 어떻겠나? 먹는 배(梨)도 ‘이별(離別)의 리’와 발음이 같아 연인사이에는 부적절하다. 손수건은 눈물과 슬픔을 상징하고, 장례식장에 보이는 국화도 적당치 않다. 
좋아하는 것도 있다. 사과는 중국어로 빈과(蘋果)이다. ‘빈’은 평안(平安)의 ‘평’ 발음과 같아 송빈과(送蘋果)는 ‘평안을 준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병원 앞 과일가게에는 배보다는 사과가 더 잘 팔린다. 포장도 붉은색과 황금색이 좋다. 흰색은 허탕, 검은색은 죽음을 의미하므로 잘 쓰지 않는다.   
이상 말한 것은 이미 일반화된 것이므로 그냥 지키면 문제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주고받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선물의 경중(輕重)을 잘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상대방의 입장이 어떤 것인지도 고려해보지도 않고 그저 자기 생각대로만 선물을 고르는 우(愚)는 범치 말아야 할 것이다.

「열자ㆍ양주편(列子ㆍ陽朱篇)」에 나온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송(宋)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는데 너무나 가난하여 늘 헤어진 삼베옷을 걸치고 지냈다. 겨울이 되니 삼베옷 속으로 찬바람이 불어와 견디기가 어려웠다. 방안에서도 그저 벌벌 떨면서 지내야 했다.
어렵사리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자 농부는 비로소 괭이를 들고 밭에 나가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때 따사로운 햇볕이 그의 몸을 쬐어 주니 대단히 편안한 기분이 되어 계속 누워 햇볕을 쬐었다. 햇볕을 한참 쬐다가 갑자기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 바삐 집으로 뛰어가 아내에게 말했다.
“어이 마누라! 햇볕을 쬐니 너무 포근하고 행복했다오. 화사한 그 좋았던 그 기분을 당신은 모를 거야. 정말 잊지 못하겠네! 내 생각인데 이 비법을 왕에게 진상하면 후한 상을 받게 될 것이라 보는데 마누라 생각은 어떤가?”
이 얘기를 들은 동네사람이 하도 어이가 없어 한마디 하였다.
“이보게, 왕은 평소에 솜옷과 비단옷을 입어 몸을 따뜻하게 지내는데 무슨 햇볕을 쬐고 말고가 있겠나. 궁에 들어가 그런 말을 하다간 매나 맞고 쫓겨 날 거야.”  
농부가 듣고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고 멍하니 서 중얼거렸다. 
“난 이 햇볕이 너무 좋은데….”
‘시골 촌사람이 따뜻한 햇살을 바치다. 소박한 성의를 표하다’는 뜻을 가진 이 고사는 어떤 사람에게는 귀중한 물건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하찮은 물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훗날 사람들은 이 성어를 사용하여 ‘자기 스스로 겸손해하며 하찮아서 별 가치도 없는 것을 드린다’는 의미로도 사용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폐추자진(敝帚自珍)이 있다. ‘자기 집의 몽당비를 소중히 여기다’라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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