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업(11)/ 농약보다 싼 비용으로 각종 병원균에 대처하는 방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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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업(11)/ 농약보다 싼 비용으로 각종 병원균에 대처하는 방법(2)
  • 이선형 회장
  • 승인 2010.11.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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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선형 순창자연농업연구회장

농약의 남용은 지력의 쇠퇴와 작물의 내병성을 떨어뜨린다

탄저균과 담배나방, 새들과 함께 나눠 먹겠다고 생각하자

자연농업에서는 작물이 병에 결렸다는 것을 특정한 균이 미생물 세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과도하게 점유된 상태로 본다.  따라서 작물 질병은 병을 일으키는 특정 균이 문제가 아니고 그렇게 과도하게 증식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핵심이며, 기(氣)와 혈(血)을 북돋아서 신체 리듬의 균형감을 회복하고 환자 스스로 병을 이겨내도록 하는 동양의학의 원리와 같다는 것을 이미 언급한 바 있다.

탄저병을 막기 위해 탄저병 약을 무수히 써도 잠시만 방심하면 삽시간에 온 밭으로 병이 번진다. 살균제를 아무리 많이 뿌린다 해도 토양과 공기 중에 널려있는 탄저균을 다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소독약을 뿌려대지만 결코 근절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남용된 살균제들은 가축분뇨의 분해를 방해하여 결국 가축과 인간에게 심각한 악취로 다시 되돌아오고 있다.

농약의 남용은 지력의 쇠퇴와 작물 스스로의 내병성을 떨어뜨리며, 사람에게도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농업생산 비용 또한 계속 증가하게 만든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버려야 한다. 그래야 사람과 토양과 작물이 제대로 살 수 있다.

농약남용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비용도 농약보다 훨씬 저렴하다. 앞선 연재에서 설명했듯이 토착미생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주위의 야산에서 채취한 부엽토를 이용하여 30말(600리터)통에 한번 배양하면 웬만한 면적의 경작지 전체에 한 달 이상 사용 가능하다. 황토와 쌀겨를 이용하여 배양하면 더 오랜 기간 활용이 가능하다(토착미생물 제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4회 연재를 참조하십시오).

이렇게 만들어진 토착미생물의 효과는 균 다양성 확보를 통한 특정 균 억제에만 있지 않다. 토착미생물 배양액에 발을 담그면 초기 무좀이 없어지며, 음용하면 소화불량이나 설사가 멈추기도 한다. 다양한 균들이 미생물세계의 균형을 회복시키면서 과점된 균에 대한 억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복잡 미묘한 미생물의 세계를 독성농약으로 손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맹신은 이제 버리자. 그리고 탄저균과 담배나방, 새들과도 함께 농작물을 나누어 먹겠다는 생각을 해보자. 사람만이 독식하겠다고 욕심을 내면 농약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토착미생물 배양액을 고추의 경우, 일주일이나 열흘 간격으로 꾸준히 살포하면 균에 의한 피해는 방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비료와 농약으로 이미 지력이 쇠퇴했거나 관리가 소홀해지면 병이 올 수도 있다. 이럴 때는 토착미생물 대신 살균능력이 있는 천연 약재를 보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유황을 법제화한 천매황이나 목초액, 현미식초 등이 있고, 고가이긴 하지만 시중 농약방에서 판매하는 미생물 약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자연농업의 고수로 추앙받는 일부 농가들은 일 년에 평당 500원 미만의 경비로 균과 충을 관리한다고 한다. 200평 한마지기에 연간 투입되는 각종 친환경 자재 비용이 단돈 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생산물은 유기농산물로서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친환경농업 5년차인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러한 예는 단지 꿈이 아니라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라 확신한다.

전쟁 치루 듯 하는 살벌한 농사일이 아니라, 죽을 동 살 동 고역을 치루고 가격폭락에 망연자실해야 하는 농사일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면서 피폐한 농촌이지만 지금보다는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농사꾼이 되었으면 한다. 도법자연 (道法自然)에서 그 길을 함께 걸어보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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