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70)/ 거시기헌 여름이 시작되고 있고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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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70)/ 거시기헌 여름이 시작되고 있고만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07.21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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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70

햇살의 분별력        -안도현
 
감나무 잎에 내리는 햇살은-
감나무 잎사귀만하고요
조릿대 잎에 내리는 햇살은-
조릿대 잎사귀만하고요
(중략)

거름더미에 뒹구는 햇살은-
거름 냄새가 나고요
오줌통에 빠진 햇살은
-오줌 냄새가 나고요

겨울에 햇살은-
건들건들 놀다 가고요
여름에 햇살은-
쌔빠지게 일하다 가고요

 

쌔빠지게 일하다 간다는 여름 햇살이 쬐까 안쓰러와서 놀다가라고 혔더니 씨꺼멓게 지 얼굴만 태우고 가버링께 미쳐불겄구만요. 농삿일도 안혔으면서 겁나게 헌것처럼 입술은 부르트고 새까만 얼굴로 허벌나게 바쁘게 돌아는 다녀농게 지보고 농사짓느라 애쓴다고 허시등만  개깡시럽게도 밭마다 풀이 수북허닝께 시방 지 마음도 잡초 투성이 같구만요. 분명히 밤나무 묘목 곁순도 따주고 풀도 몇 번이나 매줬었는디 잠시 한눈 판 사이에 겁나게 커버렸어라. 워메! 가뭄에 콩 나듯 헌다더니 콩은 한나도 안 나고 풀밭이 되어 버려서 손도 못쓰겄는디 미친년 널 뛰듯이 일정은 왜 이리도 많은지 모르겄어라. 저놈의 햇살은 지헌테 와서 워떤 색깔과 소리를 냈다고 소문내고 다닐지 궁금하구만요. 후후.
아매도 토요일 날 울 집에 모여든 햇살들은 깜짝 놀래서 콩콩콩 뛰어다니다가 꿩 새끼모냥 후다닥 도망갔을 꺼구만요. 60명도 넘는 식구들이 모여 갖고 여기서 꺄르르륵, 저기서 으하하하하, 고기 굽는 불판 주위에선 건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수영장에서 뛰어노는 아그들의  물총소리들 땜시 햇살마다 거시기허게 웃음소리들이 배어 났을꺼구만요. 긍께 지난주 토요일 날은 아그들 친가 식구들이 다 모이는 날이였제라. 7남매 부부가 항꾸네 모이고(기중 워쩔수 없이 빠진 사람도 있긴 허지만서도) 그 7남매가 낳은 아들딸들 부부가 한 집 당 두 가족씩은 또 몽땅 모여불고(계산 해부씨용 잉) 글구 그 2세대가 낳은 3세대들이 엄청나게 모여붕게 요번에는 숫자도 안 세어 버렸어라. 기냥 오는 사람 말리지 않고 디지게 반갑게 맞아 불고 헐 수 없이 밤에 가야 되는 사람들은 붙잡지 않고 애들말로 쿨허게 보내 줬지라, 잉!
올해는 통돼야지 한 마리 잡자는 의견이 모아져서 유등 금판리에서 친환경으로 키워놓은 한 100근 짜리를 잡았는데 워쩌케나 맛이 좋던지 아조 거시기혔당께요. 워메! 그나마 야생 멧돼야지의 피도 쬐까 흐른당께 쫄깃쫄깃허니 맛은 끝내줬겠지라 잉! 울 집 특유의 불판에다가 야들야들헌 삼겹살 썰어서 굽고 양파 썰고 감자 얇게 썰어 올려 놓으믄 그만이제라. 아이구메!! 고런데다가 올해는 오징어까정 한 박스를 사서 항꾸네 구운 게 어른들 손이든 아그들 손이든 쉴 새가 없는디 조카들과 사우들은 쐬주와 맥주 먹기에 아침부터 바빴제요.
솥단지에선 100여개가 훨씬 넘는 옥수수가 삶아지고 울 형님들이 정성을 기울이는 술빵이 연거푸 솥단지에서 토해 내어지면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네요.  순창의 공기가 맛있어 미춰 불겄나나 뭐라나? 큭큭.
돼지 통뼈들은 짜개서 묵은지 넣고 자갈자갈 끓임서 감자도 넣어 맛나게 혀놨더니 순식간에 없어지구요. 대신 매운 닭발은 안 혔지만 특별하게 지랑 단비아빠랑 새벽 같이 정읍으로 가서 토종닭을 직접 잡아와서 잡았껄랑요. 날라다니는 토종닭이 잡기도 아까울만큼 파닥파닥 싱싱혔는디 눈 질끈 감고 잡았제라. 흐미 오골계도 섞여 있었는디요. 우리가 옛날에 키워봐서 아는디 먹기가 정말 아까웠지만 맛나게 먹을 입들을 생각혀서 토종 닭 죽을 보글보글 끓였지요. 뼈다귀는 발라서 무시 넣고 팔팔 끓여서 밤새워 술 먹으며 웃음꽃 피울 조카들에게 주었답니다. 물속에서 덜덜덜 떨다 나온 아그들은 컵라면을 먹으려고 줄서서 쪼그리고 아그들 먹는 모습을 훔쳐보는 그 윗대 아그들도 줄줄이 기둘려서 라면 먹는 진풍경을 만들었걸랑요.
작년에는 지가 애원해서 사진을 찍었었는디 올해는 울 조카들이 가족사진 찍자고 선수들을 치는 바람에 마이크까정 동원해서 찍었당께요. 글안해도 오자마자 올해도 오마이뉴스 기사 낼꺼냐구 물어본디 워쪄야 쓸께라.
아! 잠은 어디서 자냐구요. 흐흐흐. 다들 텐트를 가져와서 안골이 텐트 캠핑장이 되버렸제요. 구석구석에다가 한 10개 정도는 쳐졌제라.
근디 작년에는 지가 조카들과 술 한 잔 먹음서 분위기를 돋우며 오지게 먹었는디요. 올해는 금요일날 밤까지 허는 수업의 연속이어서 잠도 못자고 혀서 쐬주잔을 피해 다니다가 일찌감치 숨어서 자버렸걸랑요. 긍께 세월은 가고 지 몸도 약해졌나 아쉽기도 혔어요. 서울떽의 여름이 시작되고 있고만요. 지, 오지게 잘 살고 있는거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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