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농활’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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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농활’ 볼 수 없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07.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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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연대’ 요즘 ‘봉사’로 의미 달라져

 

▲전북대학교 학생들이 농활을 앞두고 가진 발대식 모습. <연합뉴스 사진>

일 서투르고 행동 거슬려도 ‘농활’ 필요
흙 만진 이가 그리는 농촌 미래는 달라

 

매년 여름이면 농촌 곳곳에서 들려오던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학생 농활대의 방문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올 여름, 군내에 들어온 대학 농활대는 아직까지는 없다. 담양 한빛고 학생들이 5월에 잠시 농촌봉사활동을 펼친 것이 군내 농활의 전부다. 농활을 조직하기 힘든 대학 사정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이 맞물린 결과다.
‘농활’은 농촌봉사활동의 줄임말이다. 과거의 ‘농활’ 안에서는 ‘농민학생연대활동’의 줄임말이라는 인식이 컸다. 같은 단어가 가지는 의미의 차이가 크다. 일손 돕기를 목적으로 하는 농촌봉사활동과 달리 농민학생 연대활동은 농업에 대한 교육과 농민과의 연대활동을 목적으로 일손 돕기를 하는 점에서 다르다. 논밭에서 일을 하고 난 저녁녘, 마을회관 등 숙소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관심 갖고 보지 않으면 주민들이 이 차이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일을 도와주러 왔으니 ‘농촌에 봉사하러 온 학생’ 정도가 된다.
연대의 의미로서 농활을 하는 것은 농민운동 목적에 공감한 결과였다. 민주화를 기치로 농민, 노동자, 학생이 거리로 나서던 80~90년대에 농활을 왔던 사람 중에는 농민운동을 목적으로 농촌에 정착한 경우도 있다. 우리 지역의 몇몇 농민회 회원을 보더라도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하다 농촌에 정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취업난과 경력 쌓기로 내모는 사회와 대학 분위기와 학생운동의 쇠퇴는 ‘연대로서의 농활’이 ‘봉사로서의 농활’로 그 의미가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학생들이 일을 하느라 지친 몸으로 밀려오는 잠을 떨치며 농업을 지키기 위한 교육을 하고 활동을 평가하는 일들이 줄어든 것이다. 농촌 밖에서 농업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할 청년이 줄어든 것은 우리 농업에 대단히 안타까운 현상이다.
더구나 농활 온 학생들이 농사일을 잘 몰라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일을 두 번 할까봐 걱정하는 농민들이 농활 온 학생들을 쓰는데 주저하는분위기도 있다. 또 기계화로 더 이상 일손이 필요하지 않은 농민도 있다. 쌍치면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작물인지 풀인지 구분 못하고 밟거나 하우스에 구멍 뚫리고 가지가 꺾이는데 이걸 누구한테 하소연 하나? 농사일이 서툰 것은 이해한다. 학생들이 도우러 오는 것을 막지는 않는데 신경 쓰이는 게 많다. 노인 많은 동네에서는 예의도 더 차려야 한다. 가고나면 흠이 보이니 내년에도 오라고 얘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도와주는 그 마음씨가 고마워서 환대하지만 말 못할 고민들이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농활’은 ‘연대’이던 ‘봉사활동’이던 그 목적을 떠나 일손 부족한 농촌에 적잖은 보탬이 됐다. 특히 대학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농활을 오는 시기에 지역에서는 복분자 수확이 시작된다. 풀베기, 피 뽑기, 비료 살포, 하우스 관리 등 다양한 농사일에 맞춰 학생들도 땀을 흘렸다. 흙을 만지고 안 만지고의 차이는 크다. 농민의 고충을 느끼고 농업의 미래를 고민하며 농촌에서 땀을 흘려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현실 감각은 다르다. 봉사활동이던 연대활동이던 농활은 농업의 미래를 고민할 기회를 제공하는 점에서 환영받을만한 일이다. 전보다 많은 학생들이 농촌을 찾아와 땀을 흘리는 현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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