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우천/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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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우천/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08.05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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杞 기나라 기 人 사람 인 憂 근심 우 天 하늘 천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10

한 친구의 부모님이 자식들의 주선으로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가 TV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를 본 후 절대 안 타겠다고 하니 모처럼의 여행이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보다못한 조카가 나섰다.  
“숙모님, 평소에 미신을 믿으시니 말씀드립니다. 비행기 추락사고가 자주 발생하던가요? 오토바이나 택시보다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합니까? 아니죠! 왜 그런 줄 아십니까?”
“그야, 비행기 숫자가 택시보다 적어서겠지.”
“그것도 맞지만 다른 이유도 있어요. 오토바이나 택시는 승객이 두세 명이지만 비행기에는 수백 명이 탑니다. 추락 사고가 났다하면 그 수백 명이 한꺼번에 죽게 되죠. 사고가 나려면 추락하는 그 시간에 같이 죽을 운명을 가진 사람이 다 모여야 한다는 겁니다. 염라대왕은 비행기에 탄 사람 중 만약 지금 죽을 운명이 아닌 사람이 하나라도 탔다하면 그 비행기를 떨어뜨리지 않는 거죠. 제발 괜히 걱정하지 마셔요.”
“그래도…, 만약 비행기에 자네 말대로 죽을 사람이 다 모이면 어떻게 해?” 
「열자ㆍ천서(列子ㆍ天瑞)」에 나오는 우화이다. 기국유인우천지붕추, 신망소기, 폐침식자(杞國有人憂天地崩墜, 身亡所寄, 廢寢食者) : 기나라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면 피할 곳이 없을 것이라 걱정하며 침식을 폐하였다.
옛날 기(杞)나라에 하루 종일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갈라질까 걱정’ 하는 사람이 있었다. 만일 그렇게 되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근심하며 잠도 못 이루고 밥도 먹지 않았다.
옆집 친구가 보니 그가 매일 하늘만 쳐다보고 탄식을 하고 한숨을 쉬어대고 있으므로 하도 이상해서 왜 그러고 있는지를 물었다. 듣고 나서 정말 어이가 없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무엇이 그리 걱정될게 있나? 하늘이라는 것은 공기들이 모여 이뤄진 것이니 하늘이 무너질 리가 없는 것이네. 걱정거리도 안 되는 일을 갖고 참!”
친구의 말을 들은 그 사람은 다소 안심이 되는 듯 했으나 조금 있다가 또 다른 걱정을 내 놓았다.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칠 수 있지만, 별과 달도 안 떨어진다고 할 수 있느냐?”
친구는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 말게, 해, 달, 별도 모두 빛을 내는 공기에 불과한 것으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사람을 깔아 죽이지는 않지.”
그 사람은 알겠다며 일단 고개를 끄덕였으나 또 다시 걱정이 되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땅은 무너지지 않을까? 땅이라는 것은 흙더미들이 모여진 것인데, 한 쪽이 넘어가면 우르르 다 무너지지 않겠나?”
친구가 생각을 해보고 대답하였다.
“이 사람아, 땅이라는 것은 사방으로 무한히 뻗어 있으며 한 치 한 치의 땅이 모두 촘촘하게 붙어있어 절대 무너질 수가 없지.” 친구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 사람은 오랫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바위가 땅으로 떨어져 나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
기(杞)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했다는 것으로, 우리가 흔히 쓰는 ‘기우(杞憂)’ 라는 단어는 여기에서 유래된 된 것이다. 후세 사람들은 ‘쓸데없는 걱정과 불필요한 걱정을 하여 자기 스스로 번뇌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말이다. 또 평범한 사람이 스스로 문제를 야기하거나,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경우에 용인자요(庸人自擾)라는 성어를 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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