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71)/ 친정 어매랑 알콩달콩 모처럼 오지게 놀았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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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71)/ 친정 어매랑 알콩달콩 모처럼 오지게 놀았구만요!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08.11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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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71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거짓뿌렁 한나도 안 보태고 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쳤을 때 떠오르고 생각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붕게 기냥 모두를 다 사랑하는 여자로 남어야 헐 것 같구만요. 겁나게 오지랖만 크다고 징글징글허게 잔소리 혀도 워쩔 수 없당께요. 서울떽이 순창에 삼시롱 늘어난 게 있다면 음식 솜씬디요. 지는 쬐까만 맛난 음식이 있어도 개똥이네도 불러야 허고 바우떡도 불르면 좋겄고, 저그 멀리 사는 동생도 주고 자픈 것 보믄 지는 외로운 사람은 아닌가봐요.  맛나게 묵으믄 또 해주고 잡고 더 맛난 것 있으믄 바리바리 싸주고 싶은 맴 아시제라 잉! 어디가서 맛난 음식 앞에 두믄 꼭 함께 와야지 허는 사람도 허벌나게 많응께 행복한거지요. 그란디도 나이가 쬐까 묵어가다 봉께 지도 누군가의 집에 편하게 찾아가서 이빨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든 말든 신경 안쓰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았으면 싶어지는디 희망사항일까라!
지가 묵는 복은 타고 태어났다는디 좋은 일 헌다고 집이들도 혹여 맛난 것 있으믄 서울떽 꼭 불러주씨요. 그래야 복 받는당께요. 안그요 잉!

아이고메. 요로코롬 땀 찔찔 흐르는 여름철에 무신 음식과 무신 낙으로 지내신당가요? 지는 허구헌 날 아그들과 수업도 허고 방송국이랑 해설하는 것도 찍고 역사논술지도사 과정 수업도 받으러 다니고 심심허믄 군립도서관에 가서 아그들과 함께 읽어 볼만한 책도 보고 북스타트 마중물 친구들과 토론도 하고 그랬구만요. 아! 수요일마다 허는 도서관 인문학 강의도 들어야 쓰고 엄니들과의 수업도 혀야 허고. 하하하.
지가 엄청나게 공부허는 사람 맹키로 만들어 농게 허벌나게 지 자랑만 허는 것 겉네요. 이삐게 넘어가 주씨용. 서울떽 고러다 말겄제라.  

지지난주 토요일은 친정 어매 생신이라 무엇을 해 드릴까 고민고민 허다가 일곱 식구가 모두 시간을 내어 전주에 가서 마당극을 보고 오기로 했지요. 새벽에 얼굴 한번 보고는 다들 자기들 일터에서 학교에서 열심히 사느라 한번 모이기가 쉽지가 않은 가족인지라 친정 어매를 위해서 항꾸네 모이는 것 자체가 기냥 효도였구만요. 세룡마을 엄니들과 마당극 보면서 워메! 울 엄니랑 오믄 참말로 좋겄다고 생각혀서 그 말을 울 딸들에게 했더니 한옥마을도 보고 마당극도 귀경하자고 혀서 일사천리로 진행을 시켰제라. 한옥마을을 처음 가 보신다는 엄마와 부채 만들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도 먹고 큐빅 달린 부로치도 사드리고 혔구만요.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마당극 보면서 많이 좋아하셨답니다. 뺑덕어멈과 황 털보 아저씨가 생신이라고 뽀뽀도 해드리고 심봉사랑 심청 왕후와 천하 맹인들과 사진도 찰칵찰칵 찍었지요.

그리고 연 3일사이로 두 가지 김치를 만들어서 묵었지요. 요로코롬 더운 여름에 가장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김치는 겁나게 많지라. 기중 고구마순 김치와 깻잎 김치를 했는디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게끔 묘사를 해야 쓴디요. 잉! 알다시피 둘 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제라. 깻잎은 한나한나 개려가면서 따야 허고 깰끔허니 씻어서 층층이 쟁여야 하구요. 집 간장과 진간장을 섞고 건고추도 갈아서 양념을 함서 때깔 곱게 당근, 양파, 삘건 고추 등의 채소들을 썰어서 담가야 헌디 요새는 대충도 헙니다. 찹쌀풀도 끓이고 통깨도 넣고 멸치액젓도 딱 고만큼만 넣어서 두 장 씩 앞뒤로 양념에 무치는디 맛나겄제라. 지난번에는 울 조카들과 형님들이 깻잎 김치 팔아도 되겠다고 혔구만요. 워쩔때는 대충대충 버무린 김치가 훨씬 맛나다고 헐 때가 있기도 허당께요. 하! 여름의 별미는 당연히 고구마순 김치지요. 고구마순은 따 오자마자 껍질 홀딱 뱃겨서 뜨거운 물에 데쳐야 하제라. 갖은 양념 해서 담가 놓으면 처음 맛은 처음 맛대로 땡기고 쬐까 익으면 밥 비벼 묵고 국시 삶아서 비벼 묵고 안되는 게 없제라. 이 글을 쓰는 일요일인 오늘도 안내소 근무인데 새벽에 담근 고구마순 김치 가져와서 시원한 물에다 밥 말아서 척척 걸쳐 먹는디 꿀맛이랑께요. 보시던 관광객께서 오지게도 맛나 보인다고 하시더라구요.
 
시방 지는 어제보다 더 더운 오늘이 더 기운이 펄펄 나는 것 같은디요. 아매도 어제 온전히 먹은 보양음식 용봉탕을 먹어서 고란 것 같네요. 토종닭과 자라의 절묘하고도 황홀한 만남,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찐한 국물 맛을 맛보았더니 월매나 보신이 됐는지 펄펄 나는 것 같은디 이녁들도 함 드셔 보씨요 잉! 자랑질이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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