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아씨방 일곱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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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아씨방 일곱동무
  • 황호숙 지도사
  • 승인 2015.08.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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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호숙 책놀이ㆍ그림책 지도사
이영경 글ㆍ그림 / 비룡소 발행

 

노랫가락처럼 입에 착착 달라붙는 언어와
작가 독특한 동양화 기법으로 그려낸 그림

 

아씨방 일곱 동무는 옛 수필인 ‘규중 칠우 쟁론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그린 그림책이지요. 이영경 작가가 노랫가락처럼 입에 착착 달라붙는 언어와 자신만의 독특한 동양화 기법으로 그려 우리 것, 우리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옛날에 빨간 두건을 쓰고 바느질을 즐겨하는 부인이 있어 ‘빨강 두건 아씨’라 했습니다. 빨강두건 아씨에게는 손끝을 늘 떠나지 않는 일곱 동무가 있었는데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가 그들 이었어요.

어느날 하루는 빨강 두건 아씨가 살짝 낮잠이 든 사이에 일곱 동무가 자기 자랑을 하기 시작하네요.

키가 큰 자 부인이 말하길
“아씨가 바느질을 잘 해내는 건 다 내 덕이라고.옷감의 좁고 넓음, 길고 짧음이 나 없이 가려지기나 할 것 같아.”
그러자 가위 색시가 입을 삐죽이며 따지듯이 말하길
“잘 재어 본들 자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
새침데기 바늘 각시도 따끔하게 쏘아보며
“내가 이솔 저 솔 꿰매고 나서야 입을 옷이 되지 않나요? ”
어머나 기다렸다는 듯 요조숙녀 홍실 각시가 코웃음을 한번 톡 치더니
 “실없는 바늘이 일을 잘도 하겠구나? 한 땀 반 땀이라도 내가 들어서야 하지 않니? ”

이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골무 할미 담뱃대를 빡빡 빨다가 슬그머니 끼어드네요. 뭐라고 했을까요. 자 일곱 동무 중 누구누구 남아 있는지 아시겠어요.
 
다음 말들은 누가누가 했을까 알아 맞혀 볼까요?  

㉮아씨 손부리 다칠세라 밤낮 시중 드는 건 내 몫이 아닌감?
㉯들쭉날쭉 울퉁불퉁 바느질한 걸 구석구석 살피고 뾰족뾰족 다듬어서 제 모양 잡아 주는 게 누군데요?
㉰구겨지고 접힌 곳을 내가 말끔히 펴 주어야 하지요. 그래야 옷도 맵시가 나는데 ……
.

시나리오 대사 같지 않나요. 마음 맞는 8명만 있으면 재미나고 흥미로운 상황극을 할 수 있답니다. 
얼레리, 일곱 동무들이 다투는 소리에 빨강 두건 아씨가 잠을 깨었어요. 실눈을 가늘게 뜨고 일곱 동무의 자랑을 듣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이 몸이 제일이지, 어째서 너희가 제일이야! 내가 나서야 너희가 제 구실 하는 것도 모르고 시끄러운 소리로 단잠을 깨우다니!

아이쿠, 화가 난 아씨가 반짇고리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는 다시 누워 잠이 들어버리자 일곱 동무는 큰 슬픔에 잠겨 버린 표정이네요. 일곱 동무 자신들이 너무 보잘것없고, 소중한 존재도 아니며  심지어 없어져도 좋은 물건이라고 생각하니 미칠 노릇이지요. 그 사이를 못 참고 성미 급한 가위색시가 문밖으로 뛰쳐나가려는 걸 경험 많은 골무 할미가 말리네요.  표정 하나하나가 엄청 귀엽고 재미있답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는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군요. 빨강 두건 아씨의 노래 함께 불러볼까요?

에헤라 좋다 얼씨구나 좋아라/ 일곱 동무 다 모였네 / 자 부인 눈치코치 재어 낸 옷감일랑 / 가위 색시 싹둑싹둑 모양 좋게 베어 내니 / 바늘 각시 아름다이 한 솔 두 솔 꿰어지면 / 인두 낭자 뽀족발은 걸음걸음 맵시 만들고 / 다리미 소저 한 미끄럼에 구김살이 간곳없네 / 그 중에 내 손부리 지켜 아픈 일 막아 주는 / 골무 할미 고맙구나 벗님네들 귀할시고 / 에헤라 좋다 얼씨구나 좋아라 / 일곱 동무 다 모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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