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궁사영/ 공연한 의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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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궁사영/ 공연한 의혹으로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08.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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杯 술잔 배 弓 활 궁 蛇 뱀 사 影 그림자 영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11

한의사들의 필독서인「황제내경(黃帝內徑 : 옛 중국 황제를 빗대어 인간의 육체를 논한 자연철학적 이론 의서)」에 의하면, ‘너무 노하면 간장을 상하게 하고, 너무 기뻐하면 심장을 상하게 하고, 사려가 너무 깊으면 비장을 상하게 하고, 너무 슬퍼하면 폐장을 상하게 하고, 너무 놀라고 겁을 먹으면 신장을 상하게 한다’면서 과도한 희로애락을 경계하였다.
마음의 병, 즉 모든 걱정과 근심의 대부분은 쓸데없이 없는 것을 있다고 생각하여 발생하므로 우선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이 안 되면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들 중 많은 분들이 오히려 스트레스 질환에 시달려 일찍 죽는 경우가 많다는 보도를 듣노라면, 마음의 병이 그처럼 호락호락한 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중국 당(唐)나라 초기의 재상 방현령(房玄齡)이 쓴「진서ㆍ악광전(晉書ㆍ樂廣傳)」에 나온다. 광의배중사즉각영야(廣意杯中蛇卽角影也) 악광이 보고 술잔의 뱀이 그 그림자인 것을 알게 됐다.
진(晉, 265-420)나라 때 악광(樂廣)이 하루는 친구들을 청하여 주연을 베풀었다. 모두들 마시며 즐겁게 환담하고 상대방의 건강과 행운을 덕담을 나누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중 한 친구가 술잔을 입에 대고 거의 다 마셔가는 순간에 갑자기 잔 안에 작은 뱀이 보이더니 남은 술과 함께 미끄러지듯이 입을 통해 뱃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었다. 순간 그 사람은 돌연 구토증이 나고 위장이 요동을 치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아! 이제 죽었구나. 이 뱀이 뱃속에서 이리 저리 오르내리다 위장에 구멍을 내면 피를 흘리다 죽게 되겠구나!’
졸지에 밥맛이 뚝 떨어지고 그 좋은 음식도 전혀 눈에 보이지도 않아 서둘러 작별인사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이때부터 뱃속의 뱀을 생각하면 자기도 모르게 구역질이 나 끊임없이 토하더니 마침내 쓰러져 눕게 되었다.
악광이 나중에 이 친구가 뱀을 마셔 병석에 눕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했다.
‘술잔에 어찌하여 뱀이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지난 번 연회를 가졌던 대청으로 가게 되었다. 문득 고개를 돌리다 마침 벽에 걸려 있던 활을 보는 순간, 번득 한 가지 짚이는 바가 있어 바로 한 잔의 술을 들고 그 친구가 앉았던 자리에서 술잔을 들어 보았다. 과연 술잔에 마치 조그만 뱀이 거꾸로 보이는 것이었다. 악광이 바로 그 친구를 불러 벽에 걸려 있는 활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네가 지난 번 마셨다는 뱀이 사실은 술잔에 이 활이 거꾸로 비친 것이라네. 믿지 못하겠다면 한번 해 보시게.”
악광이 술잔을 들고 증명해 보여 주자 그 친구가 비로소 믿고 몸의 병이 씻은 듯이 낫게 되었다.
‘술잔에 비쳐 보인 활을 뱀으로 오인하여 걱정하였다’는 것으로 병은 마음에서 생긴다는 것이다. 의심이 많고 겁이 많아 환각을 사실로 믿거나 공연한 의혹으로 고민하는 경우를 비유한 것이다. 사람들은 실제가 아니거나 존재하지 않은 일로 영향을 받아 괜스레 의심하는 일이 많은데, 바로 사람들이 이처럼 이치에 맞지 않게 두려워하는 심리를 표현하는데 사용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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