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72)/ “눈물이 핑허니 나게 허는 농민가만 불렀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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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72)/ “눈물이 핑허니 나게 허는 농민가만 불렀제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08.26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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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72

 

 

여성농민가   

 

참세상 농민세상 일구어 가는
우리는 땅의 사람 당당한 여성이다.
까만 얼굴 짧은 머리 굵은 손마디
억센 가슴에 해방을 심는 세상의 어머니다.
흙 가슴 열고 일어서는 여성농민 농민이다.

세상이 우리더러 뭐라고 해도
우리는 땅의 사람 시작이고 끝이다.
자식치고 곡식 치는 땅의 어머니.
저 억센 땅에 씨를 뿌리는 세상의 젖줄이다.
흙 가슴 열고 일어서는 여성농민 농민이다.

요새 구림에는 무궁화 꽃이 엄청나게 피었다가 지는 모습이 꼭 울덜 사는 모습 같아 찡헙디다. 무신 꽃 봄서 웃으신당가요? 행복혀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혀다 뭐 고런 말도 있든디 웃어붑시다 잉!
앞의 노래는 매겁시 눈물 핑허니 나게 허는 노래랑께요. 지가 88년 봄날 순창으로 내려옴서부텀 불렀던 농민가 맹큼이나 겁나게 불렀던 노래랑께요. 수많은 농민대회를 듬시롱 남시롱 험서 불러제꼈던 노래이기도 허제라. 워메! 서울 여의도 거리에서 고속도로 버스 안에서 허벌나게 부르던 노랜디도 산다는 게 징허게 느껴질수록 가심팍에 팍팍 꽂혀버리는 노래랑께요. 누가 지었는지 아조 멋져불제요. 이녁들도 가심에 화악 들어오는 노래 있음 흥얼흥얼거려 보씨요. 사는 게 뭐 별것 있습뎌. 없더라구요 잉!
지난 화요일 날은 전북여성농민 한마당이 17번째로 열리던 날이었지라. 자식 치고 곡식 치는 땅의 어머니들이 모다 항꾸네 모여서 회포 푸는 자리였제요. 고창에서 임실에서 전주, 군산 김제 그리고 익산, 정읍에서 버스타고 순창까정 오시느라 무던히도 애쓰셨느데라. 20년 넘는 세월동안 변허덜 않고 마음 다잡아서 꾸준히 농민운동 허시는 장한 분들은 얼굴만 봐도 반갑제라. 암시랑토 않게 세월을 낚아채시는 각 군의 회장님들과 사무국장들은 든든한 바위 보는 것 같당께요. 글구 80세 할머니부텀 쩌렁쩌렁하게 말하는 젊은 일꾼들까지 만나면 하냥 반갑고 아즘찮다는 기분을 말로 다 허기는 택도 없제라잉! 까만 얼굴 짧은 머리 굵은 손마디로 씨를 뿌리고 밭을 매고 열매를 수확하는 여성농민들이 항꾸네 놀기도 허고 다른 지역 여성농민들과도 어울림서 하나 되자는 건디 지 그날 울컥했었구만요. 순창군 여성농민 한마당이 오전에 열렸는디 역대 회장님들과 사무국장들이 무대에 올라가 이 노래를 부르는디 지도 무대 올라가서 포도시 불렀네요. 아마도 지가 나이가 들어가거나 이번 대회를 순창에서 하는디도 못 도와줘서 겸연쩍어서 고란건가 봐요.  
곰곰이 생각혀봉께 지가 2002년에 여성농민회 총무를 하면서 ‘전북여성농민한마당’을 했던 기억 땜시 더 그랬나봐요. 닭사래 김옥순 전 여성농민회 회장님과 아침 버스에서 손 마주 잡음시롱 13년 전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향토관 앞에서 혔는디요. 워메! 야외에서 대회 치른다고 전날부터 차광막이랑 모다 설치했는디 비바람은 분다고 허질 않나, 앳가심 엄청 탔제라. 600~700명 정도의 여성농민들 점심까지 준비험서 돈 덜 들인다고 다 우리가 준비험시롱 애태우고 백설기 두가마니도 순식간에 없어져불고….
그때는 각 지역에서 연극이라등가 노래대회 같은 것을 준비했는디 순창에서 연극을 준비했걸랑요. 10여일간을 순창 곳곳을 돌아다님서 방송하러 다니고 저녁에는 연극 연습허고 오죽하면 베게 누우면 바로 잠들어 버리는 잠순이, 서울떽이 잠을 다 못잤겠어요. 우리집 이야그를 극본으로 써서 끝순이라는 이름도 유행시켰는디요. 다행히 모든 공연까지 끝내고 집에 가서 울었던 것 같여라. 지가 보기보담 상처도 잘 받고 여리거들랑요. 그리고 전라북도 남녀 양성 평등 연극대회 나갔는디 우리가 개사허고 만든 노래들을 심사위원들이 재밌게 보시더라구요. 능청시런 아짐씨들의 연기력도 끝내줬구요. 대학 연극부들에서도 나오고 했는디 울 순창군 여성농민회가 우승했지라. 100만원 상금도 받고 허벌나게 신나부렀었는디!

이녁들도 이녁들이 몸담고 있는 단체가 자랑스럽고 그 회원들이 겁나 멋지겄지만 지헌테는 25년간 몸담아 온 여성농민회가 자랑스럽고만요. 역대 회장님들의 순박하고도 당당한 모습들도 자랑스럽고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허게 책임 진 일들 해나가는 젊은 일꾼들의 모습은 정말 멋지지요. 누가 칭찬해주는 것도 아니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자기집 농사일하랴, 집안일하랴, 아이들 가르치랴. 어느 모임에 가서든지 역할 맡아서 척척척 해내야지. 자기 공부도 해야지 정신없이 바쁘게 지낸당께요. 그리고 모든 일에 설렁설렁 이해해 주심서 따복따복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부축해주고 이해해주신 여성농민들이 서울떽은 참말로 고맙구 자랑스럽구만이요. 지 뿌리는 여성농민들인디 요즘 바쁘다고 가지 뻗기에만 정신 팔려서 워쩐데요. 애썼던 모든 분께 지송허지만 지도 허벌나게 바빴었다고 한마디 끝까지 헐라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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