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귀농인 콩가공모임’ 순창두부 첫 판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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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 귀농인 콩가공모임’ 순창두부 첫 판매기
  • 김태현
  • 승인 2015.09.16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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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반드시 창대할거야!”

새벽 3시 반 두부 만들러 가는 길. 아직 어두운 새벽이다. 뒷덜미가 서늘하여 웃옷에 달린 모자를 자연스레 뒤집어쓰게 된다. 이 짓을 왜 한다고 했지 하는 찰나의 후회가 살짝 들었지만 가야할 길은 가야하는 법. 더군다나 두 마리 토끼이지 않은가?
오늘 처음 두부를 만들기 위해 얼마 전부터 여기저기서 많은 진솔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애초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두부를 만들어 대한민국 농업의 지형도를 바꾸겠다는 허황된 생각은 없었다. 다만 일 년여가 다 되어기는 순창 생활에서 무엇인가 재미있고 활력 있는 것이 필요했고 두부는 그 과정에서 나에게 다가왔을 뿐이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 작은 두부 한모를 팔아 어느 정도의 생활비를 벌고 조금 키워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그 결과를 나누는 정도,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따스한 두부의 온기가 내 삶에 활력을 주고 그 에너지가 주변 사람들과 순창에 널리 퍼져 같이 웃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보니 작기는커녕 너무 거창한 바람은 아닌가 싶다.
두부 제조에 마을 어르신이 도움을 주셨고 요령 없이 힘으로 우격다짐, 붓고 젓고 나르다 보니 벌써 세 시간이 지나 7시에 다가간다. 처음엔 과연 잘 나올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으나 역시 어르신의 노하우로 모양 나는 두부 6판 완성. 아뿔싸, 이미 장터로 출발해야 할 시간. 이 시간에 장터 나가보긴 또 처음이다. 장터에 나와 계신 많은 어르신들은 도대체 몇 시부터 나오신 걸까? 천성이 게을러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먼 나로서는 애당초 농촌 생활 성향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지고지순한 사랑도 변해 가는데 나도 화석은 아닐 거라며, 사람도 변해간다는 옛 말이 나에게 다가와주기 바라며 스스로 달래고 드디어 두부 판매를 시작했다.
‘알콩달콩 100% 순창콩 두부’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먹거리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젊은 세대 뿐 아니라 어르신들도 맛있다고 칭찬해주었다. 판매 내내 모든 게 순조로웠고 반가운 얼굴들과 그리고 우리 마을 어르신들과 막걸리 몇 순배 도니 10시 경 6판 완판! 기름 짜는 집에서 흘러나오는 과다하게 그윽한 향내가 너무 황홀했다. 설렘과 흥분을 안고 새벽 3시에 시작한 오늘 나의 드라마는 이런 기쁨과 충만함 속에서 절정(클라이맥스)을 맞고 있었다.
두 마리 토끼의 토실한 엉덩이가 저편에 보이는 듯하다. 토끼들은 아마도 나에게 어서 오라는 손짓을 한 것도 같았다. 최종 정산을 해보기 전까지는 정산 결과가 심히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최소한 손해는 아니라는 안도와 준비 및 판매 과정에서의 설렘과 흥분, 또 소소한 즐거움이 주는 감동은 다음 장터 습격 작전을 더욱 알차게 준비하게 하고 또 내가 만들 두부 한모를 진지하게 바라보게 만들어 주었다.
순창군민 여러분! 따스한 온기를 가진 두부가 여기 또 왔습니다. 이 두부는 여러분과 순창에 활력과 에너지를 드리는 두부입니다. 21일 날 장터로 오셔서 잡솨봐~! 

- 글 김태현(45ㆍ순창읍 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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