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74)/ 올 추석은 둥근 달 기운 받으러 한걸음 “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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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74)/ 올 추석은 둥근 달 기운 받으러 한걸음 “뽀~짝”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09.23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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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74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 오고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시방 순창 곳곳마다 가을이 허벌나게 익어가고 있구만요. 노랗게 익어가는 나락들만 봐도 입이 벙글어지는게 농사꾼 맴인디 골짝골짝마당 맛난 곡식들이 익어가는 재미진 풍경이 펼쳐징게요. 야트막한 산마다 수북이 깔려있는 알밤 줍느라 농사꾼들 정신없을 것이구만요. 토끼랑 입맞춤하는 깊은 산골짜기 밭고랑마다 새파란 배추포기들이 뒹굴뒹굴 커 나가고 있으면 그 옆에선 이번 추석에 추어탕 해먹이려고 무시 솎구고 있음시롱 엄니들이 함박꽃 마냥 웃고 계실 꺼랑께요. 추석 때 오면 아그들 입속으로 들어갈 그 맛난 음식들이 이미 만들어 지고 있걸랑요. 아시제라.
그라고 봉께 요번 추석 때는 무신 맛난 것들을 하신당가요. 시상에나 나이가 한 살이라도 더 묵어갈수록 워쩌자고 자꼬 명절날이 싫어징가 죽겄네요. 옛날도 아닌 몇 년전까지만 혀도 이주일전부텀 설레발을 침서 족발을 월매치나 혀야 푸짐히 먹을 수 있을랑가 가늠해보고, 추어탕에 들어갈 무시 속아서 준비허고 들지름 짜면서 고소해 혔걸랑요. 쐬주와 맥주도 넉넉히 받아놓고 혹여라도 다슬기 그 시퍼런 국물이 해장국으로 필요 할까봐 준비도 혀 놓고 아그들 손님이 더 무섭다고 누룽지 피자 준비해놓고 기둘릴 때도 있었제라. 근디 설날하고 달리 추석 때는 항시 알밤이 툭! 툭! 툭 떨어질 때인지라 가심만 콩닥콩닥허니 설렐 뿐이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맴처럼 풍성하게는 준비를 못하더라구요. 기냥 올해도 풍성하게 손닿는 곳에서 감이나 소쿠리째 따서 소주에 우려 놓고 안골 들어오는 길가테 으름나무들에서 으름 따다 숨겨 놓고 푸짐허게 족발이나 쬐까 해놓고 추석 쇠야 겠구만요. 워쩌다 보면 추석 그 안날 안날 까정도 알밤 주워야 할랑가 모른당께요.
지는 목요일날부터 알밤을 줍기 시작혔는디요. 모정떽, 옥과떽, 가남떽 이름만 들어도 징허게 이삐신 분들과 건강하게 다시 만나 뵙게 됭게 오지게 반갑더라구요. 예순살 되던 해부터 안골 우리 집으로 오셔서 알밤 줍기 시작했는디 버얼써 78살이싱게 하이고메! 세월이 겁나게 흘러가 부렀네요. 잉!
오시자마자 ‘앗따! 오랜만에 요 골짝 들어온다’면서 궁금헝게 많으싱가 허투루 안보고 다아 둘러보시더라구요. “배추는 잘 되얐고만, 근디 고추는 묵을 것도 안나왔겄는디.. 들깨랑 딴것들은 싹 다 안혀부렀어. 워메, 올해 밤들이 와 이렇게 자디잔겨. 약도 안쳤나보네 잉! 뭐시여 벌레먹응게 요로코롬 많응겨. 허벌나게 싸다고 허등만 주워서 돈도 안되겄당” 하심서 엄니들 집 살림 주머니걱정 하듯 근심거리 투성이랑께요. 하하하
뭣도 모르시는 양반들은 알밤은 그저 떨어지는 줄 아시고 기냥 가져가시는디요. 봄에 거름 주러 무거운 푸대 짊어지고 나무마당 다님서 거름 줘야지요. 8월 달에는 밤나무산 풀을 쳐야 허는디 보통일이 아니걸랑요. 윙윙대는 말벌 집과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당벌들과 사워야지요. 도망도 안가고 느긋하게 있는 독사들과 싸우며 땀이란 땀은 모다 흘리며 풀을 쳐야 하는디 시방은 돈 많이 준다 해도 일꾼 구하기가 아조 힘들당게요. 농사꾼들 맴과 노고 생각혀주씨요 잉!
한 일년 만에 산을 이 잡듯이 오르락내리락 헐라고 허면 진짜 힘들어불제라. 아모리 짜잔혀도 지가 아홉 몫 헌다는 주인넨디 산마다 타고 다님서 알밤 푸대 비어 드려야 쓰고, 빵빵허게 채워서 도로 아래로 굴려 놔야 허거든요. 입안이 궁금허실 때는 눈깔사탕도 한나씩 입에 넣어 드려야 하고 목마르지 않게 물도 갖다 드리다 보면 거짓뿌렁 안 보태고 쓰러지기 직전이제요. 그나저나 요상허게도 올해는 밤나무산 오르락내리락 허기도 심이 보트고 우울허고 허기가 싫고 그래농께 더 그런가 봐요. 엄니들헌티 그 말혔더니 “아! 단비엄마 나이 때는 뭐시든 재미지고 돈 모으는 일도 신나고 아그들 뒷바라지 헐 생각에 그럴 틈이 어딨다고 그랴! 항시 웃고 떠들고 울덜이 힘들까봐 노래도 큰소리로 불르고 허덩만 뭔 일이 있나보네. 워쪄. 돈이랑 게 있다가도 없는 것이고 몸만 튼튼허면 무슨 일을 못하겄어. 단비아빠 착실허겄다. 아그들 착하겄다. 무신 걱정이여!”라고 이구동성으로 말씀들 허싱게 다시 힘을 내보려구요. 엄니들 말씀을 추석 선물이라 생각허고 다시 와글와글 움직이는 서울떽이 되어야제라. 올 추석은 둥근 달 옆으로 뽀짝뽀짝 다가가서 기운 좀 싹쓸이 해갖고 와야 쓰겄구만요. 이녁들 모다 화알짝 웃는 추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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