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공장’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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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공장’ 남의 일 아니다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5.10.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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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앞에 똥 공장이 생긴다면, 반대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동계 신흥마을 주민들은 마을 앞 불과 200여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생기는 가축분뇨처리시설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군은 이에 대해 “법적 하자가 없다”며 조건부 허가를 마친 상태다. 더구나 신흥마을 주민 30여명이 군청 마당에서 반대시위를 하던 날, 황 군수와 공무원들이 보여준 태도는 마을을 지켜온 어르신 주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지난 14일, 대부분 나이든 어르신이자 사실상 신흥마을 주민 전체인 대책위원회가 군청에서 반대 시위를 하고 있을 때 군청으로 들어선 차에서 내린 황 군수는 시위를 하는 어르신들 쪽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누구하나 이 어르신들과 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행정과장을 비롯한 ‘동향보고’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과 이 업무 담당부서라는 지역경제과장, 기업유치계장 등은 시위하는 주민들 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서성거릴 뿐 시위가 끝날 때까지 어르신들과는 한마디도 섞지 않고 지켜만 볼 뿐이었다.
급기야 주민들은 황 군수를 ‘배신자’라며 “동계 출신이라 믿었는데 발등을 찍혔다”며 한탄했고, “주민의견 묵살하는 황 군수는 사퇴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군청 공무원은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주민들이 걸어 놓은 현수막을 어떻게 처리할까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생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위를 마치고 시위 장소에 현수막이라도 걸어두려는 주민들을 기업유치계장이 저지했고, 며칠 후 게시한 현수막은 ‘불법’이라며 주민들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꼬투리를 잡힐까 우려한 듯 공무원노조가 수일동안 걸어 놓았던 현수막도 같이 철거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대책위 위원장이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시위 장소에 게시한 현수막이 왜 불법이냐고 따지자 거둬둔 현수막을 내줘 다시 걸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주민을 위한 행정인지, 군수를 위한 행정인지 한심스러울 정도다. 군수 집 앞에, 공무원의 집 앞에, 내 집 앞에 ‘똥 공장’이 들어선다고 해도 이렇게 지켜만 보고 있을지, 그들의 부모가 피해를 호소하며 시위를 해도 이렇게 방치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신흥마을 주민들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단체나 주민들이 없다는 것이다. 함께했다가 혹시 당할지 모를 불이익에 몸을 사리고, 속으로는 욕해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고, 내 일이 아니라며 나 몰라라 한다. 
이러니 선거로 뽑힌 군수도, 국민의 공복이라는 공무원도 주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민의 의견을 듣지 않고, 주민의 불편에 눈을 감는다. 하지만 내 집 앞에 ‘똥 공장’이 생기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신흥마을 주민의 “추석 때 내려온 손주가 ‘왜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는 똥냄새가 나, 마스크를 챙겨올걸 그랬네’라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는 탄식이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다. 지금처럼 행정이 주민을 무시하는 일이 반복되면 언젠가 우리에게도 닥칠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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