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농협의 고민 …‘바나나가 뭐 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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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농협의 고민 …‘바나나가 뭐 길래’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10.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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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수입농산물 판매농협 제재 예고…꾸준히 팔리는 바나나도 판매 중단해야 하나

▲순창농협 하나로마트 과일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필리핀산 바나나.
농협중앙회의 수입농산물을 판매하는 지역농협 제재방안이 알려지자 순창농협이 고민하고 있다. 여러 수입농산물 가운데 단 한 품목, ‘바나나’ 때문인데 ‘국산농산물만 취급’하라는 중앙회의 대명제와 ‘수요’라는 현실 사이에서 결정하기가 난감한 모습이다.
발단이 된 것은 농협경제지주 국정감사에서 일부 하나로마트가 수입농산물을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나오면서다. 황주홍(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은 지난 11일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국정감사 답변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수입농산물을 팔다 적발되면 자금지원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전국 81개 농협공판장이 취급한 수입농산물 규모는 5년간 총 1조원 규모에 달한다. 농협이 더 이상 수입농산물 무풍지대가 아닌 셈이다. 이 같은 농협중앙회의 결정에 순창농협이 고민하는 것은 순창읍 하나로마트에서 유일하게 팔았던 수입농산물이 바나나이기 때문이다. 농협은 수년 전 수입농산물을 팔지 말라는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바나나를 매장에서 철수시킨 적이 있다. 그러나 수요가 꾸준히 제기돼 약 1년 전부터 최근까지 주말에만 한시적으로 판매해왔다.
순창농협이 바나나만 취급했던 것은 가장 대중적인 열대과일이기 때문이다. 바나나는 껍질을 벗기는 수고가 적고 과육이 연한데다 단맛이 있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수요연령층이 다양하다. 특히 동남아 지역이 고향인 결혼이주여성은 항상 챙길 정도다. 순창농협에 따르면 하나로마트 과일 매출액 가운데 바나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한다. 또 학교급식 재료나 행사에 쓴다며 미리 주문하는 양도 꽤 많다고 전한다. 이렇게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농협으로서는 바나나를 선뜻 포기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조영찬 상임이사는 “예전에 제주도산 바나나를 취급한 적이 있었는데 워낙 양이 적고 기후적,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는데다 값도 비쌌다. 바나나 하나 사러 다른 매장 가는 수고를 줄이고 조합원 불편을 해소하자는 입장에서 판매했었다. 열대과일이 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을 우려해 다른 품목은 허용하지 않았다”며 “수입농산물을 판매하지 말라는 농협중앙회의 대명제도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어서 난감하다. 바나나에 관해서는 다른 지역 농협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꾸준하고 대체 불가한 바나나만큼은 허용하자는 것이 지역농협의 입장이지만 이렇게 될 경우 다른 수입농산물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여지가 있다. 바나나로 생긴 틈바구니로 여러 수입농산물이 들어오게 되면 당연히 ‘신토불이’를 지키라는 농민조직의 원성을 듣게 된다.
순창농협은 일단 매장에서 바나나 판매를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농협의 이 같은 고민은 수입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농촌 지역에서조차 많이 줄어든 결과로 풀이되기도 한다. ‘농협’이라는 상표가 여전히 우리농산물을 대변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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