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76)/ 호랭이가 물어가도 못허게 바쁜 시월이 가뿌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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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76)/ 호랭이가 물어가도 못허게 바쁜 시월이 가뿌렀어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10.28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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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76

사람은 원래 깨끗한 것이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부르는 것이다.
 
어진 이를 가까이하면
곧 도덕과 의리가 높아가고
어리석은 이를 친구로 하면
곧 재앙과 죄가 이르는 것이다.
 
저 종이는
향을 가까이해서 향기가 나고,
저 새끼는
생선을 꿰어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람은 다 조금씩 물들어
그것을 익히지마는,
스스로 그렇게 되는 줄을
모를 뿐이니라.

 

법구경에 있다는 말쌈인디요. 워쩐지 시방 지 맴을 딱 전달하기에 요로코롬 아귀가 딱딱 맞아 지는지 실실 웃음이 난당게요. 하이고메 하루하루가 빤닥빤닥헌 단풍잎들이 바람에 뒤집어지드끼 어찌해 볼 새 없이 지나가는디, 요러다 서울떽 병 나겄어요. 시상에나 만상에나, 지가 살아내는 일주일의 휘몰아치는 이야그 허는 걸루다 시작해 볼까라잉!
월요일은 아침 8시 반차 타고 순창군립도서관으로 가서 ‘북스타트’ 모임을 가지구만요. 쬐깐헌 애기들이 어려서부텀 도서관하고 친해지고 책이랑 놀게 하자고 월요일 아침마당 돌아가면서 책을 읽어주는 것인디, 오늘은 지가 할 차례였걸랑요. 고것도 넘들 앞이고 아그들 앞이라 무엇을 어떠코롬 해야지 아그들 울리지 않고 책 읽어 줄까 겁나게 고민하거든요. 오늘은 손바닥 동물원 이라는 책을 가지고 도화지에다 도장으로 손바닥 찍어서 나무 만들기 놀이를 혔는디 다행이 아그들이 좋아해서 한시름 놨지라. 긍께 맨날 책을 읽고 고민허자고 ‘마중물’이라는 소모임을 만들어서 매주 모여서 고민한당께요. 참말로 울 딸들 키울 때는 그림책도 별반 없더니 요새 시상에는 워째 그리도 재미지고 신나는 책들이 많아지는지 워쩔대는 샘이 날 정도인디요. 지는 낸중에라도 손주들 태어나믄 책 읽어주는 할머니 할라요. 멋져불겄제라 잉! 지난 주엔 알밤 개려서 택배 보냈는디 오늘은 고구마 개려서 여그저그 택배 보내고 밤늦게까지 개리는 작업 하다가 이제사 글쓰구만요.
화요일과 수요일 그리고 금요일 오전에는 요 바쁜 10월 한달 내내 교육지원청에서 전래놀이 수업이 있구만요. 아홉시부터 꼬박 한시까정 아자카드, 안경놀이,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실뜨기, 사방치기, 어미 새끼 놀이 등을 겁나게 재미지게 놀고 있거든요. 수강하는 엄마들이 날고 뛰는 30대 엄마들 틈에서 오십을 막 넘어선 지가 워쩌겄어요. 기냥 열심히 듣고 움직여야제라. 아조 체력이 바닥 나 버린당께요. 고래놓고 동계 초등학교 전래놀이 수업 하는데 쫄래쫄래 따라가서 실습도 하구요. 그리구 밤에는 인계 세룡마을 가서 수업을 합니다. 10시까지 어매들과 책 읽어주고 발표회 준비험서 맛난 밤 새참도 먹으면서 웃다보면 어찌어찌 피로가 풀린당께요. 물론 집에 와서 드르렁 드르렁 코 골고 잡니다.
수요일날도 아침 일찍부텀 전래놀이 수업하면서 나이도 모르고 뛰어다니다가 오후에는 순천역에서 오신 분들과 강천산과 향가마을까지 해설하고 다닙니다. 글구 목요일 저녁과 금요일 저녁에는 중학생들 국어 수업을 학원에서 허는디 용케도 이번 주는 소풍에 축제까지 있어서 땡땡이 깔수 있어서 흐흐흐 넘어갔답니다.
25일인 금요일날도 마찬가지로 오전에는 디지게 뛰어 다니다가 오후에는 외국에서 시집와서 순창군에 대해 알아가면서 순창떽이 되어 가는 친구들이 장류 축제장에서 통역과 해설을 해야 허는디 궁금헌게 있다고 혀서 한 시간 동안 수다 겸 강의를 하고는 고구마 밭에 가서 일 좀 하고 집으로 왔지요. 토요일 날이 우리 집 고구마 캐는 날이었걸랑요.
새벽 6시 반부터 엄니들 다섯 분 모시러 가고 우리 딸들 세명까지 총동원 시켜서 고구마 밭에 갔는디, 허벌나게 풀이 많아가지고 깜냥으로는 깝깝해서 죽을 뻔 했구만요. 완전히 태평 농사여서 풀과 고구마가 아조 한바탕 어우러져 있는디 서울떽 농사 못 짓는 것 이태껏 보셨던 엄니들 그러려니 허시더라구요. 흐흐흐. 하이구메! 고려도 생각보단 토실토실헝게 입안에 따악 맞춤허게 생겼는디 잘허면 품값과 벌초헌 값은 나오겄지 싶던디 모르제라.
그나저나 하느님이 심술을 부리시나 소나기를 내려서 기냥 마구 담아가지고 구림에 옹께 비가 그치던디 애가심 터져 죽을 일이었당께요. 그 심정 아시겠제라 잉! 비가 더 올까봐 부랴부랴 양파 모종 옮길 모정밭에다가 비니루 씌우고 끝났제라.
그리고 일요일인 어제는 양파 모종 옮기실수 있게 커피 타다 드리고는 안골 밭에 가서 무시 뽑아다가 조기찌개 후다닥 앉혀놓고 달착지근헌 무시 한나 채쳐서 생채 만들고 고사리 삶고 혀놓고는 또 장류 박물관으로 와서 다문화 친구들과 장류박물관과 대장간 민속마을을 돌며 이야기 허고 먹고 오후에는 밀양에서 오신 관광객들과 해설했제라. 오메! 호랭이가 물어가도 못허게 바쁘게 살았제라. 서울떽 짠하제라.
 근디 요번주는 장류 축제라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되겄는디 이녁들은 어떠신가요. 키는 작딸막 혀 갖고 통통허니 순창떽 같은 아지메가 시화전 허는데 폼 잡고 있거나 마이크 들고 축제장 휘젓고 다니면 영락없는 서울떽잉게 맛난 것 있으면 쬐까 사주시고 쐬주 한잔 먹고 하라고 허씨요 잉! 기둘릴께라.
황호숙 황홀한 농사꾼(구림 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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