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엽장목/ 부분에 미혹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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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엽장목/ 부분에 미혹되어 ..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11.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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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 葉 잎 엽 障 막을 장 目 눈 목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16

동한(東漢, 25-220)말 삼국시대, 위(魏)나라 유학자 한단순(邯鄲淳)이 당시 떠도는 이야기를 모은 고전유머집 「소림(笑林)」에 나온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초(楚)나라의 한 가난한 서생이 어떻게 하면 돈을 좀 벌 수 있을까 궁리하던 중, 우연히「회남자(淮南子)」에서 이런 글을 보게 되었다.
‘만약 사마귀가 매미를 잡을 때 몸을 숨기는 그 나뭇잎을 얻게 된다면 그 잎으로 자기의 몸을 숨겨 남이 보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이 서생이 바로 나무 밑으로 달려가 고개를 들어 매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마침내 사마귀 한 마리가 나뭇잎 뒤에 숨어 매미를 잡을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 나뭇잎을 떼어가지고 조심스레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중간쯤 내려오다가 그만 잘못하여 그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원래 밑에 떨어져 있던 나뭇잎들과 뒤섞이고 말았다.
서생은 할 수 없이 밑에 떨어져 있던 모든 잎들을 쓸어 담아 집으로 갖고 와 나뭇잎을 한 장씩 들고 얼굴을 가려보고는 일일이 아내에게 자기의 모습이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를 물었다. 처음에 아내는 “보입니다”라고 계속 대답했으나 나중에는 너무 지겹고 귀찮아서 “그래, 안 보여요, 안보여!” 하고 대답하고 말았다.
서생이 그 소리를 듣고 매우 기뻐하며 바로 시장터로 달려가 그 나뭇잎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는 데에서 겁도 없이 남의 물건을 훔쳤다. 당연히 바로 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자신을 심문하는 관리 앞에서도 여전히 ‘나뭇잎으로 눈을 가렸기 때문에 당신의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므로 사람들이 미친 놈 취급을 하였다. 나중에 관리가 자초지종을 듣고 어이가 없어 한바탕 웃고는 죄를 묻지 않고 풀어 주었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초(楚)나라 갈천자(鶡冠子)가 지은「天則(천칙)」에도 이런 글귀가 있다. ‘부이지주청, 목지주명, 일엽폐목, 불견태산, 양두색이, 불문뢰정(夫耳之主聽, 目之主明, 一葉蔽目, 不見太山, 兩豆塞耳, 不聞雷霆)’. ‘즉 무릇 귀는 듣는 것을 주관하고 눈은 보는 것을 주관한다. 그러나 나뭇잎 하나가 눈을 가리면 태산이 보이지 않고, 두 알의 콩이 귀를 막으면 우레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여기 나오는 일엽폐목(一葉蔽目)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성어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나뭇잎 하나로 눈을 가리다’는 이 성어를 훗날 사람들은 부분적 현상에 미혹되어 전체를 보지 못하거나 근본적인 문제를 보지 못하는 경우에 이를 경계하는 말로 사용하였다. 더 나아가 자질구레하고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현상에 가려 사물의 전모나 근본적인 문제를 깨닫지 못하고 놓치는 것을 아쉬워하는 말로도 썼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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