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일소/ 비싼 대가를 치른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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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일소/ 비싼 대가를 치른 웃음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11.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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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 천 千 쇠 금 金 하나 일 一 웃을 소 笑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17

풍몽룡(馮夢龍)의《東周‧列國志(동주‧열국지)》에 나온다. 有能致褒后一笑子, 賞賜千金(유능치포후일소자, 상사천금) : 누구를 막론하고 포사를 웃게 하는 자에게 천금의 상을 주겠노라.
중국 고대왕조 서주(西周, BC11C-BC771년)의 마지막 왕 유왕(幽王)은 우매하고 무도하며 특히 미색을 좋아하는 폭군이었다. 아름답고 요염한 자태를 가진 포사(褒姒)를 너무 아끼고 총애한 나머지 그녀의 말을 무엇이든지 모두 들어주고 싶어 하였다. 급기야 태자 의구(宜臼)를 폐서인하여 내보내고 이전 황후를 냉궁(冷宮, 사람이 오지 않는 쓸쓸한 궁전)으로 내쫓고 포사를 황후에 오르게 하였다.
그런데 포사가 평소에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므로 왕이 애가 탔다. 포사는 자기가 바라던 황후의 지위에 올랐음에도 아름다운 얼굴에는 여전히 냉기가 흘렀고 웃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녀의 환심을 사고 싶은 유왕이 악공을 자주 불러 악기를 연주하게 하거나 각종 잡기를 공연시켜 즐겁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였지만 허사였다. 유왕이 답답한 나머지 안달하여 말했다.
“그대가 궁에 들어 온 이래 한 번도 웃는 것을 보지 못하였소. 도대체 어찌하면 웃겠소?”
포사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말로 대답하였다. “저는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예전에 손으로 오색비단을 찢을 때 나는 소리가 듣기에 아주 좋더군요.” 이 말을 들은 유왕이 즉시 도처에서 비싼 비단과 주단을 모아 포사 앞에서 찢게 하였다. 비단 찢는 소리를 즐거워하면서 듣긴 했지만 끝내 웃는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았다. 포사를 웃게 할 방법이 없어 답답해진 유왕이 사람들에게 명했다. “누구든지 포사를 웃게 하면 천금을 상으로 주겠노라!” 마침 아부를 잘하기로 유명한 괵공(㶁公)이 묘책을 올렸다.
“오래 전에 서융(西戎. 중국 서쪽변방의 이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여산에 열두 개의 봉화대를 설치하였습니다. 만일 적이 쳐들어 올 경우 봉화를 올리면 부근에 있는 제후들이 우리를 구하기 위해 즉시 앞 다투어 병력을 이끌고 오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태평시대라서 봉화대가 무용지물이 되어 있습니다만, 대왕이 포황후와 같이 여산으로 유람을 가시어 봉화를 올리면 이때 제후들이 급히 구원하러 왔다가 진짜 봉화가 아닌 것을 보고 허탈해 하며 돌아갈 것입니다. 황후께서 그 궁상을 보게 되면 틀림없이 웃으실 것입니다.”
유왕이 듣고 보니 좋은 묘책인지라 즉시 여산으로 올라가 연회를 열고 봉화를 올리도록 하였다. 봉화대에서 큰 연기가 나오는 것을 본 경성부근의 제후들이 즉시 각자 군대를 모아 점검하고 장군을 배치하여 밤을 새워 곧바로 여산으로 출동하였다. 정작 제후들이 말을 내몰아 그곳에 도착하였을 때 전쟁은커녕 봉화대에는 유왕과 포사가 술 마시고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만 보였다. 제후들은 너무 어이가 없어 허탈해 하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대왕이 어찌 이럴 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모든 것이 포사를 위해 왕이 계획한 장난임을 알고 모두들 바람 빠진 공이 되어 깃발을 내리고 돌아갔다. 제후들이 혼비백산하여 급히 왔다가 고개를 내려뜨리고 맥이 빠져 돌아가는 모습을 본 포사가 마침내 깔깔대며 크게 웃고 말았다. 제후들이 너무 멍청하고 우둔하게 보여 웃음을 참지 못한 것이다. 포사가 웃는 모습을 보게 된 유왕이 기뻐하며 외쳤다.
“드디어 포사가 웃었구나! 네 웃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이 모두가 괵공의 공(功)이로다. 바로 그에게 천금의 상금을 내려라.” 그러나 유왕은 이로 인해 나중에 실제로 견융(犬戎)족이 쳐들어 왔을 때 주위의 제후들이 아무도 오지 않아 결국 잡혀죽었는데, 웃음 값치고는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었다.
아름다운 여자에 대해 찬사를 보냄은 인지상정이나, 요염한 여자에 미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결국 큰 불행을 낳는다는 교훈을 주는 고사이다. 당초에는 ‘미인의 웃음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 는 다소 단순한 뜻을 지녔으나, 훗날에는 ‘한 번 웃는 것이 천금의 가치가 있다.’ 는 다소 긍정의 의미를 주어 웃음을 장려하는 말로 썼다.
그러나 유사성어 千金買笑(천금매소, qīan jīn mǎi xìao)는 ‘많은 돈을 들여 여자의 웃음을 사다.’ 로 부정적인 의미를 주어 ‘여자에 미쳐 재산을 탕진하고 몸을 망치는 것을 경계’ 하는 말로 사용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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