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론 ‘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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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론 ‘타파’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5.11.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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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갤러리’ 사이트에 들어가 ‘흙수저 빙고게임’의 스물다섯 가지 항목을 찬찬히 봤다. 아니 고민없이 쭉 훑어보았는데 대개 요즘 주변의 처지와 맞았다. 가로ㆍ세로 다섯 칸의 생활지표 가운데 해당되는 한 줄이 완성되면 흙수저라 했는데 스물다섯칸이 다 해당되면 흙수저 보다 더한 요즘 새로 이름 지었다는 ‘지옥불수저’ 인가.

 

시중에 회자되며 인터넷을 달구는 ‘수저론’은 부모의 재산이나 배경이 자식의 경제적 지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20억 이상 자산가 이거나 연수입이 2억원 이상이면 ‘금수저’, 자산 5천만원 이하이거나 연수입 2천만원 이하면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것. 참으로 웃기는 슬픈 이야기이지만 요즘 세태라니 애타는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당초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로 나눠 회자되던 수저 계급은 위쪽으로는 다이아몬드수저, 반물질수저를 만들어내고, 아래쪽에는 기름수저, 놋수저, 플라스틱수저, 똥수저, 지옥불수저 까지 그 끝을 모르게 번지고 있다. 극심한 양극화, 지난(至難)한 취업란, 막막한 미래에 찌든 젊은이들의 자학이자 절규다. 이를 막지 못한 어른들의 ‘허탈발작’이다.

‘집에 욕조가 없다ㆍ비데가 없다ㆍ빚이 있다 …’는 단순히 경제 수준을 가늠하는 항목으로 끝나지 않는다. 빈부 차이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위로 오를 사다리가 없다는 좌절감으로 일상이 통째로 버겁다. 여기에 이른바 금수저들은 자신의 부유함을 자랑하듯 흙수저들을 조롱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고통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까지 외면한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흙수저 생존법’이 필요하다. ‘겨울엔 내복을 입고 옷을 껴입어라’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이용해서 전기료를 아끼자’ 등 근검정신으로 헝클어진 의지를 다잡아야 한다.  ‘밥통 난로’ ‘가스불로 몸 녹이는 방법’ ‘돼지고기 비계 김치찌개’ 등 고시원 생활과 자취생을 위한 팁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나 더욱 용기 내야 한다.

88만원 세대에서 3포(연예ㆍ결혼ㆍ출산 포기) 세대, 5포(내집마련ㆍ인간관계 포기) 세대, 7포(꿈ㆍ희망 포기) 세대에 이어 ‘다른 것도 다 포기해야 한다’는 엔(N)포 세대까지 등장했다. 헬(지옥) 조선, 심지어 ‘지옥불반도’라는 말에 이은 ‘수저론’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분노와 절망, 좌절이 심상치 않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불평등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방대 출신, 뒷배 없는 젊은 검사의 살려달라는 ‘애원’에 “그러니까 내가 뭐랬나. 일을 잘 하든지, 아니면 잘 태어났든지 했어야지”라고 내뱉는 부장검사의 ‘질책’을 영화(내부자)로 보며 요즘 젊은이들의 ‘자조적 시위’인 ‘수저론’이 허구 아닌 현실임을 깨닫는다.

정권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핵심은 균등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이라며 “학교급식 등 보편적 복지는 잘못”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있는 자들은 교육부터 취업, 결혼, 내집 마련까지 개인의 빈부는 자신이 물고 태어난 수저의 색깔에 대물림된다는 젊은이들의 열패감을 애써 외면한다. 그러나 사회적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는 일은 우리 세대들의 과제이다.

돈 없고 배경 없는 부모는 자식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감에 허탈하고 노력해도 수저 색깔을 바꾸기 어렵다는 젊은이들의 ‘반능력주의 사회’ 인식은 이미 최고조다. 더구나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모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땀 흘려 일하면 얻을 수 있는 사회라는 인식과 믿음 없이 참 좋은 나라, 참 좋은 지역은 없다.
우리가 서로 힘을 합해 지역에서부터 ‘수저론’을 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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