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용무도’…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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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용무도’…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히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5.12.2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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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혼용무도ㆍ昏庸無道)’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예사 임금ㆍ평범한 임금을 지칭하는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고 있음을 묘사한 ‘천하무도(天下無道ㆍ논어)’ 가운데 ‘무도’를 더한 표현이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 5개’를 놓고 교수 886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524명(59.2%)이 선택했다고 한다.
‘혼용무도’를 추천한 이승환 교수(철학ㆍ고려대)는 “연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줬다. 중반에는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 압력으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대학교수들이 선정하는 사자성어들은 우리 사회가 정치ㆍ경제ㆍ사회 등의 제반 영역에서 올바른 길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올해 선정된 ‘혼용’은 우리 사회의 어지러움과 혼란의 근본에 나라에는 대통령이, 지역에는 시장ㆍ군수가 자리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어 공공조직을 사유화하고 공직자들이 이에 굴종하는 작금의 현상을 개탄한다.
요즘 우리 지역의 혼돈이 만만치 않다. 성난 목소리로 남을 헐뜯고 해치려 들며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살림살이에 불안하다. 말만 청렴할 뿐 보이고 알려지는 것은 추잡한 위정자의 민낯에 실망한다. 제 잇속만 챙기며 남 얘기엔 귀 막고 자기 목소리만 높이는 ‘높은 양반’들은 자신을 뽑아 준 서민들의 삶에는 관심없고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 걱정한다.
남의 돈 먹다 징역 간 사람이 둘인데 한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고, 다른 한 사람은 ‘일탈’이라고 한다. 자신이 믿는 사람은 무죄 입증할 기회가 아직 남아 있는데 ‘일탈’한 사람은 ‘중형’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군주(君主)는 아니지만 군주(郡主)로서 이유야 어디에 있던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버릇없는 놈’이 있고, 자리를 내놓으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내탓’이 아니다.
드디어 몇몇 인사가 이름도 거창한 ‘황숙주 군수 소환 범순창군민위원회 구성을 위한 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했다. 50여명의 추진위원이 구성되면 500여명 규모의 ‘범순창군민위원회’를 결성해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에 돌입하고, 군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방침이라고 선전한다. 올 연말에 시작하니 ‘희망찰 새해’ 연두에 3890명 넘기는 서명 물결이 칠까 과히 궁금해진다.
국가나 지역의 혼돈이 어리석은 군주(君主ㆍ郡主)의 탓이라면 불통과 대립이 원인이다. 얼마 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던 ‘화쟁(和諍)’이란 “다양한 사상 간의 대립을 소통으로 화해시켜 더 높은 차원의 통합을 이뤄낸다”는 뜻이다. 1400년 전 원효는 “남의 주장을 경청해 타당한 것은 수용하고, 모든 쟁론을 포용하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며, 말로써 제대로 이해시켜야 한다”고 했다.
주민의 이해를 구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포용력이 부족한 위정자가 수십년 다져진 자기 신념만 고집하면 ‘화쟁’은 없다. 더구나 자신의 생각과 행동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는 인식은 무서울 지경이다. 틀린 게 없다 해도 빠진 건 있다. 주민들이 걱정하는 게 그거다. 자신만 옳다고 날 세우지 말고, 자신과 다르다고 외면하지 말고, 소통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터다.
아직 늦지 않았다. 남은 임기를 계속 이렇게 가져갈 순 없지 않은가. 엄청 많은 것을 가져도 한 가지가 없어서 실패할 수 있다. 빠진 것을 채워 성공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위정자의 성공은 개인의 영달에 앞서 지역과 주민과 나라와 국민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지금 잘못 맘먹으면 앞으로 맘먹을 것을 망칠 수 있다. 빠진 것 하나가 무엇인지 알아야 혼돈에서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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