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두 번의 낯 뜨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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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두 번의 낯 뜨거움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5.12.31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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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낯 뜨거운 하루였다.
면사무소에 4년째 성금을 기탁하는 올해 80세인 임봉규 어르신은 “1년에 100만원씩 1000만원을 채우는 것이 목표”라며 “채우고 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웃어보였다.
어르신은 날짜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2002년 9월 8일, 어르신의 부인이 뇌출혈로 쓰러진 날이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단다. 그런 부인을 수발하며 농사를 짓고 3남 1녀를 길러냈다. 매년 100만원씩 4년째 기부했지만 정작 본인은 고장 난 전기밥솥 때문에 라면을 끓여먹고, 부인은 제대로 지탱하지 못할 것 같은 바퀴가 달린 낡은 장보기용 끌차를 지팡이 삼아 걷고 있다.
부인 앞으로 지급되는 장애인연금과 기초수급비, 치료비 등을 모두 합하면 매달 20여만원. 하룻밤 술값으로 수백만원을 쓰면서도 주변 소외계층에는 신경 한번 쓰지 않는다는데… 어르신 얘기를 듣고 있자니 반성과 부끄러움에 낯 뜨거웠다.
같은 날 ‘낯 뜨거운 일’이 또 있었다. 최근 황숙주 군수를 주민 소환하겠다며 출범한 ‘범순창군민위원회’와 이를 반대한다고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자처한 일부 관변단체장들 덕분(?)이다. 두 집단 모두 ‘순창과 군민’을 앞세우지만 이들 마음속에 있는 ‘순창과 군민’은 어떤 모습인지, ‘권력과 이권’은 아닌지 궁금하다.
철저히 권력을 갈구하고 이권을 탐하다 그 혜택에서 멀어진 집단과 지금 그 혜택을 누리는 집단이 다투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앞세우는 대부분의 ‘군민’들은 ‘권력과 이권’과는 무관한 삶을 사는 데도 말이다.
정치인들은 ‘화합’을 강조한다. 본인을 지지하지 않은 주민까지 모두 품에 안고 갈 것처럼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하지만 정작 실천한 정치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
우리 군에서도 선거에서 당선된 군수들은 여지없이 화합을 외쳤지만 이를 실제로 이뤄낸 군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갈수록 분열은 심해지는 듯 보인다. 전ㆍ현직 군수가 재임시절 수의계약, 보조사업, 보조금 등 갖가지 이권으로 줄 세우며 때론 대놓고 차별하더니 공영방송에 보도될 정도로 주민들의 분열은 심각해졌다. 그런데 이를 수습하기보다는 내 편을 더 만들어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일에 더 치중한다.
편 가르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기자가 속한 <열린순창>도 때론 ‘적’, 또는 ‘내편’으로 재단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열린순창>은 ‘권력과 이권’만을 갈구하며 아귀다툼을 하는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
<열린순창>은 임봉규 어르신처럼 권력도 이권도 탐하지 않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뜨거운 삶을 살고 있는 대다수 주민들의 편이다.
‘임봉규 어르신’을 뵙고 내 자신을 돌아보면서 낯 뜨거웠고, ‘범순창군민위원회’와 ‘군수소환을 반대하는 관변단체장’을 보며 순창사람 이라는 것이 낯 뜨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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