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옥, 구림 오정자 고사리 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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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 구림 오정자 고사리 농사꾼
  • 황호숙 기자
  • 승인 2010.07.2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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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도 순창에서 꽃피워 열매 맺고 싶어"

참으로 못생긴 과일 몇알을 키우기 위해 모과나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참고 견디고 이기며 살아왔는가를 생각합니다. 못생긴 열매 몇 알에서 풍겨나오는 짙은 삶의 향기, 사람의 마을에 가득합니다.-도종환의 모과중에서

오정자마을에 꼭 이런 사람하나 있습니다. 키는 쬐끄맣고, 머리는 허연 백발인데도 노래가락만 흐르면 어깨가 절로 절로 들썩 들썩, 담양과 순창의 경계인 오정자재에서 고사리재배를 하러 귀농한 박선옥 아제와 새벽 7시에 구불구불 산길따라 고사리데이트를 다녀왔습니다.

■ 고사리 끓으러 새벽길 나서다 보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귀향을 참 잘했구나 싶으세요?

하루하루 다르게 시퍼레지는 잎들을 보니 징허게 이삐단 생각만 들제. 아직도 파릇파릇 새싹이 나올 때 아! 이게 생명이구나, 먹거리구나 느낄때가 가장 좋제. 추운 겨울날 고향을 떠났는데 서울서 노점상을 하던 때도 아님 전국 행사장에서 잡화를 파는 떠돌이 인생일때도 나는 항상 이길을 꿈꾸며 밟고 싶어햇어. 아능가 몰라! 못자리 끝나면 온 마을 사람들이 털털털 경운기 타고 가막골 용소에 갔제. 화전해서 먹고 돼지를 잡아먹고 아짐들 아제들과 걸어 올라오던 꼬부랑길, 친구들과 노래하며 울고 웃던 길이 저기 한 대미길잖여. 철렵해서 매운탕 먹고는 친구 녀석들이 오줌 싸 놓은 물을 술이라고 권커니 주커니 하다가 토해내던 곳도 여그 오정자 고개여, 장구 하나만 갖고도 하루종일을 마을 사람들과 신명나게 놀던 고갯길들을 이렇게 네활개 치고 다니니 나는 마냥 좋제 잉. 91년도에 나가서 15년 만에 돌아오니 그리던 내 고향의 사람 맛은 아니다라도 산천은 내고향이제.

■ 마을 분들은 아제를 사막에 떨어뜨려 놔도 어떻하든 살아날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참말로 손재주도 많아서 닭장도 뚝딱뚝딱,당산제때 쓸 왼새끼도 뚝딱 이고 나무 접목도 잘하던데 왜 그리도 좋아하는 고향을 떠나셨었어요.

처음으로 염소를 키운다고 애쓰다가 다 말아먹고 빈털털이가 되었어. 3년 내내 고사리만 끓어서 팔았제 . 처음으로 죽고싶단 생각까지 들 정도로 힘들엇제. 아들하나 딸하나를 가르칠 교육비가 없는겨,. 버티기가 힘들더군. 광주가서 밤깍아서 대인시장에 대줬제,코흘리개들 상대로 문구점하면서 틈틈이 집수리도 하다가 96년도에 서울로 올라갔어.노점상을 하고 전국행사장 돌며잡화를 팔았는데 IMF불경기를 맞았제, 다행히 아이들은 객지에서 잘 적응을 해줬는데 나는 아버님도 아프시고 손수 키워놓은 밤나무가 어른거려서 한시라도 빨랑 내려오고 싶었제. 근데 안사람이 싫다고 하는겨.

우리 큰아들이 살짝 귀띔해주는디 한 열흘만 직장에서 떨어졌다고 하고 아무데도 나가지 말고 집에 콕 박혀 있어보래. 죽은디끼 하고 열흘간 안 움직였더니 미련없이 오정자로 가자고 하데. 워메 신나라 하고 내려왔지.

■ 어머님인 오앵도 할머니가 진도 아리랑을 구성지게 뽑으셧듯이 15년만에 고향마을로 내려오신 즐거움을 어머님의 민요가락처럼 뽑아보시지요.

애기울음소리 그친 마을은 내가 그리워 하던 그 마을 인심은 아니었어.혹여라도 돈도 없는 놈이 마을로 내려와서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나 안 끼칠까 쑤군거리는 몇사람 때문에 마음고생도 했제. 옛날 같으면 마을 대소사에 울력 나와서 웃고 떠들던 협동심도 없어진 것 같아 마음 쓰렸제. 너무 자기입장과 이해관계만 따지고 들더라구, 챙길것만 쏙 챙기고.그려도 역시 같이 어울린다는것은 기쁜일이여, 공기도 좋고 맨날 보고 싶었던 마을 사람들과 말붙이고 농담할수 있어 좋제. 직접 지은것, 널려있는 산야초들을 마음껏 먹을수 있고 술한잔 먹자고 손 잡아끄는 아짐들이 있어 행복하고, 특히 당산제를 내손으로 모실 수 있어 너무 기쁘제.

■ 산마다 피어나는 산벚꽃 처럼 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나처럼 외지로 나갔던 사람들이 꿈을 갖고 들어와서 신명나게 어울리는 꿈이 잇어.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안녕을 빌어주는 지신밟기도 하고 서리도 해먹고 마을사람 전체가 천렵하며 어울리고 챙겨주던 그시절 처럼 공동체가 살아 숨쉬는곳 말야. 개인적으로는 3정 되는 여기 산에 아름다우면서도 특이하게 꽃피우는 나무들을 만드는거야, 왕벚꽃 나무 한가지는 하얀 벚꽃, 또 하나는 왕벚꽃, 진분홍겹벚꽃 이렇게 말야. 우리아들 대학교 입학 소식 들었을때 기뻤던 마음도 꽃나무에 접목하고, 딸네미 결혼시킬때의 흐뭇함과 아쉬움도 과일나무에 접목시켜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산을 만들고 싶어.살아봉게 인생은 가지뻗고 자라서 열매맺는 것과 똑같은데 내 인생도 여기서 꽃피워 열매 맺고 싶어.

■ 귀농인으로써 열린 순창,열린 농업을 위해 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나처럼 다시 농촌으로 들어오거나 귀농하려는 분들에게 첫째는 사전 답사를 철저히 할 것을 꼭 이야기 해주고 싶어, 3년 살다 다시 올라가지 않게 계획을 철저히 세우라는거지, 둘째는 무턱대고 내려오는것 보단 귀농하고자 하는 마을에서 농삿일이든,마을사람들과의 어울림이든 실제체험을 일년은 해보라구 권하고 싶어.

열린 순창에 바란다면 도시사람들과 농촌사람들이 어울려서 한바탕 놀수있는 기회들이 많았으면 좋겟어. 농촌체험도 하고 민박도 하는 자매결연 같은게 많아졌으면 해, 농사꾼들은 제값받고 농산물 팔고 도시민들은 몸에 좋은 음식 싸게 사고 체험하고 하면 서로 좋잖아, 지금도 진행이 되고 있지만 더 많은 마을들에서 진행이 되었으면 하는게 바램이야.젊은 사람들땜시 아이울음소리도 듣고 산약초공부도해서 가공도 하고 판매망도 구축하고 하는 농업이 되도록 노력해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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