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6)/ 맞춤법, 정쟁의 도마 위에 우뚝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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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6)/ 맞춤법, 정쟁의 도마 위에 우뚝 서다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6.01.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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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깨끗히'가 아니라 '깨끗이' '느긋히'가 아니라 '느긋이'

‘대의를 위해 헌신하시고 희생하신 대통령님의 숭고한 뜻을 가슴에 깊히 새겨 실천하겠습니다’ 최근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공동위원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한 후 남긴 방명록에 오자가 발견돼 적잖이 체면을 구긴 일이 있었습니다. 따져보면 과거 이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일도 아니고 게다가 당대의 지식인으로 평가 받아온 그의 이력을 볼 때 단순한 실수라 넘어갈 법도 했습니다만, 야권분열이라는 극심한 정쟁의 불길을 틈타 많은 언론들이 이를 호재로 삼았고 결국 수많은 네티즌들이 또 뜨겁게 이에 화답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하다’를 붙여 말이 되면 ‘히’로 쓰면 된다고 일단 판단하면 됩니다. ‘간다하다’는 ‘간단히’ 또 ‘명확하다’는 ‘명확히’로, 정말 간단하고 명확하게 딱 맞아 떨어집니다. 만약 이러했다면 한 위원장의 실수는 없었겠습니다만, 실제로는 조금은 복잡합니다. 한 예로 ‘깨끗하다’는 ‘깨끗히’가 아니라 ‘깨끗이’, ‘느긋하다’도 ‘느긋히’가 아니라 ‘느긋이’로 각각 쓰는 것이 맞습니다. 역시 녹록치 않다 생각됩니다.
한글 맞춤법규정을 보면 소리 나는 대로 ‘이’로 끝나면 ‘-이’로 쓰고, 명백하게 ‘히’로 끝나거나 또 모호하거나 하면 ‘-히’로 하기로 했습니다. 얼핏 쉬어 보이지만 사실 발음에 따라 자유자재로 구별해낸다는 것이 여간해서는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고이/고히, 헛되이/헛되히, 일일이/일일히’를 발음을 기준으로 누구나 쉽게 구분해낼 수 있을까요?  따라서 ‘-이’와 ‘-히’의 구별에 대한 다음과 같은 형태적인 기준을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은 ‘이’로 적어야 하는 경우입니다. 쭉 나열해가며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하다’를 붙여 말이 안 되는 경우입니다. 깊이, 높이, 헛되이 등입니다. 반대로 ‘-하다’와 함께 말이 되는 경우인 간편히(간편하다), 편안히(편안하다), 엄격히(엄격하다) 등과 비교해보면 더 확실히 구분됩니다.
둘째, 끝소리가 ‘ㅅ’, ‘ㄱ’일 때입니다. 느긋이, 깨끗이, 따뜻이, 반듯이 또 두둑이, 끔찍이, 깊숙이 등의 경우로서 막상 글을 쓰다보면 헷갈리는 말들이 많습니다.
셋째, 원래의 ‘ㅂ’이 생략된 경우로서 ‘가볍다, 너그럽다, 가깝다’에서 ‘ㅂ’이 생략된 ‘가벼이, 너그러이, 가까이’ 등이 있습니다.
넷째, 반복돼 쓰이는 말이 포함됩니다. 길길이, 짬짬이, 틈틈이 등입니다. 여기서 ‘넉넉히’나 ‘똑똑히’등과 헷갈리면 안 됩니다. ‘길, 짬, 틈’은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넉, 똑’은 없는 말입니다.
다섯째, 부사 뒤에는 ‘-이’로 끝납니다. 이미 부사로 쓰이고 있는 경우인 더욱이, 생긋이, 일찍이 등이 그 예입니다.
평상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만큼 올바른 표현에 점점 가까워지리라 봅니다. 다들 공감하겠지만, 비단 사회적 명명가가 아니더라도 평소 맞춤법에 맞도록 역량을 키워나간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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