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일몽/ 그 꿈 깨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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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일몽/ 그 꿈 깨고 싶지 않아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01.2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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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를 황 黃 들보 량 梁 한 일 一 꿈 몽 夢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22

「당인전기ㆍ침중기(唐人傳記ㆍ枕中記)」에 나온다. 자침오침, 당영자영적여지(子枕吾枕, 當令子榮適如志) : 내 베개를 베고 자면 영화가 뜻과 같이 올 것이오.
당(唐, 618-907)나라 현종(玄宗)때 한단(邯鄲)에 노(盧)씨 성을 가진 서생이 있었다. 과거에 여러 번 낙방하여 매우 궁핍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밖에 나가 일을 보다가 한 객점에 들러 쉬다가 우연히 한 늙은 도사를 만나 같이 음식을 시켜 먹고 마시다가 의기투합이 되었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노생은 문득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이 너무 남루하다는 기분이 들어 한숨을 쉬었다. 노인도 갑갑한 심정으로 어찌된 사연인지를 물었다. 노생이 자기의 신세를 털어 놓았다.
“우리같이 책 읽는 사람은 나가면 장수가 되고 들어오면 재상이 되는 그런 큰 공을 세워 대업을 이루어야 비로소 낯을 내 놓고 다닐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저는 이미 중년이 다 되었으나 이렇다 하게 해 놓은 것도 없이 그저 먹고 사느라 하루 종일 논밭에서 뼈 빠지게 일이나 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어찌 괴롭지 않겠습니까?”
도사 노인이 듣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였다. 노생이 점점 피곤하여 졸리는 모습을 보이자 도사가 자기의 행낭에서 베개 하나를 꺼내어 노생에게 베라고 하면서 말하였다.
“이 베개를 베고 자게. 이 베개가 자네의 소원을 들어 줄 걸세.”
노생이 그 베개를 베고 잠이 들기 시작하였는데, 객점 주인이 황량(黃粱, 메조)으로 밥을 짓기 시작하여 밥 냄새가 조금 나려는 중에 잠이 들어 마침내 꿈속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노생은 최씨 부잣집의 아름다운 처녀와 결혼하게 되었다. 장인의 재력에 의지하여 부유한 생활을 하다가 일 년 후 아내의 격려와 지원을 받아 열심히 공부한 결과 마침내 과거에 합격하여 진사가 되었고, 이후 열심히 노력하여 능력을 인정받아 점차 고위직으로 승진을 하게 되었다.   
어느 해 외족이 침입하여 노생이 명을 받아 군사를 이끌고 출정하여 이겼다. 또 변경지역을 개척하여 영토를 넓혀 오니 황제가 기뻐하여 노생을 더욱 중용하게 되었다. 
나중에 노생이 몇 번 모함을 받아 귀양도 가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기도 하였지만, 그 때마다 일이 잘 풀려 위기가 행운으로 변하고 황제의 신임이 더욱 두터워졌다. 자손들이 모두 능력이 출중하여 권문세가와 혼인하고 또 효성이 지극하여 온 집안이 행복하기가 그지없게 되었다. 노생이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황제의 어의가 지켜보는 가운데 80세의 나이로 평안히 죽었다.
노생이 여기까지 꿈을 꾸던 중 부지불식간에 잠이 깨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자기가 여전히 객점에 있었고, 도사도 옆에 앉아 자기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객점의 메조 밥은 아직도 다 익지 않은 상태였다. 노생이 놀라 의아해 하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그 좋았던 부귀영화가 모두 하나의 꿈에 불과했단 말입니까?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네. 인생이 추구하는 것이 모두 꿈이 아니던가!“
“인생의 모든 영화가 결국에는 잠깐 있다가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군요. 노인께서 이렇게 지적을 해주지 않으셨다면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욕심에 눈이 어두워 그저 계속 이리저리 헤매고만 있을 뻔 했습니다!”
이 성어는 ‘꿈처럼 덧없는 부귀공명, 허무한 꿈, 인생의 덧없음과 영화의 헛됨’ 등의 의미를 갖는다. 후세 사람들이 인생의 모든 부귀영화가 다 허황된 것임을 비유하여 사용하였다. 노생지몽(盧生之夢), 한단지몽(邯鄲之夢), 한단몽침(邯鄲夢枕) 등은 같은 내용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우리들이 흔히 써 낯익은 일장춘몽(一場春夢), 남가일몽(南柯一夢)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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