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랑재진/ 나올 게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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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랑재진/ 나올 게 없어져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02.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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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내 강 江 사내 랑 郞 재주 재 才 다할 진 盡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23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정부조직법을 내놓고 장관 등 요직을 임명한다. 언론은 산하 공기관 등 주요요직에 대한 물갈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관련당사자들은 어디선지 물밑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좌불안석이다.
한편 각 부처에서도 내부적으로 ‘내보내고 갈 자리 마련’ 때문에 바쁠 것이다. 정년이 많이 남았는데도 무리하게 내 보내려고 하고 당사자는 이에 반발하고…, 밀고 당기는 가운데 급기야 감정이 악화되고 뒤틀리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싶다.
“선배님, 정년 나이가 얼마 남지 않으셨으니 후배를 위해서…, ○○으로 옮기시죠.”
“올 것이 왔구나. 30여년의 공직생활이 여기서 마감되는구나. 강랑재진(江郞才盡)하였으니 나는 가네. 후배들이 더 열심히 하여주시게.”  
 
이연수(李延壽)가 쓴《남사ㆍ강엄전(南史ㆍ江淹傳)》에 있다. 자칭곽박왈, 오유필재경처다년, 가이견환, …, 절무미구, 시인위지재진(自稱郭璞曰, 吾有筆在卿處多年, 可以見換, …, 絶無美句, 時人謂之才盡) : 곽박이 말하기를, ‘경에게 오랫동안 맡겨 둔 붓을 이제 찾아가려 한다.’ 이후 좋은 글을 쓰지 못하니 사람들이 그의 재능이 다했다고 말했다.
남북조(南北朝, 420-581)시대 고성(考城)에 강엄(江淹)이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집안이 매우 가난하여 종이와 붓을 살 돈이 없었지만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여 좋은 문장을 써내었다. 젊은 시절 재기가 넘치고 또 노력을 거듭하였으므로 광록대부(光祿大夫)가 되었고 훗날 양(梁)나라의 저명한 문학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점차 들면서 문장실력이 떨어지고 시를 지어도 특이한 점이 없이 그저 평범하므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라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강엄이 훌륭한 문재(文才)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 필의 기묘한 주단(紬緞 : 명주와 비단 따위)을 갖고 있어서였다. 그런데, 어느 날 배를 타고 선영사(禪靈寺)에 갔다가 하룻밤을 묵었는데, 꿈속에서 진(晉)나라 때 문학가 장경양(張景陽)이 나타나 그 주단이 자기 것이라 하며 돌려 달라고 하였다. 강엄이 할 수 없이 품속에서 쓰고 남은 주단을 꺼내어 주었다. 꿈에서 깨어난 후부터 다시는 뛰어난 문장을 써내지 못하게 되었다.”
“강엄이 신기한 채색 붓을 갖고 있어 그 붓으로 좋은 시와 문장을 써 냈다. 그런데 어느 날 정자에서 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진(晉)나라 때 시인 곽박(郭璞)이 나타나 그 채색 붓을 돌려 달라고 하였다. 결국 품에서 그 붓을 꺼내어 되돌려 주고 잠이 깨었다. 그런 이후 강엄의 글의 구상이 말라 좋은 시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강엄이 젊은 시절 재기가 넘쳐 글을 잘 썼으나 늙은 후에 퇴보한 것을 두고, 그가 이미 ‘재진(才盡), 즉 재능이 다하였다’는 뜻으로 이러한 성어를 만든 것이다. 즉 사람이 갑자기 무능해지거나 뛰어났던 재능이 차차 쇠퇴함을 이르는 말로 ‘재사(才思)가 쇠퇴하여 더 이상 좋은 글을 쓰지 못하다’, 또 ‘나이가 든 문인들이 자신을 겸손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한편, 비판적인 시각과 교훈을 주는 의미로서, 당시 강엄이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고 안주하였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보면서 이러한 태도를 경계하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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