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인간의 존엄에 관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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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인간의 존엄에 관한 문제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03.0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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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영화를 즐기지 않는 기자가 극장에 간 것은 지난 주말의 일이다.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들 격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조절할지 감이 서지 않았다.
예상보다 관객이 많았다. 장대비를 뚫고 영화를 보기 위해 나온 사람들은 잘 보이지도 않을 스크린 앞 첫줄까지 들어앉았다. 극장시위가 연상됐다. 가볍게 보러 온 사람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충격과 눈물을 예상하고 왔을 것이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대중성을 위해 절제된 흔적이 보였다. 관객은 물론 연기하는 10대 소녀들을 위해서라도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격해진 감정을 추스르느라 혼났던 기억이다.  
‘귀향’이 흥행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2002년 대선이 생각난다. “노무현이 당선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를 찍을거야”라는 사람들의 표심은 대세였던 이회창을 꺾었다. 귀향이 보기 좋게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친일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시민의식이 살아있다는 확신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역사적 과오를 반성하고 바로잡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뿌리를 찾는 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국사회의 근현대사가 뒤틀리고 피로 얼룩진 슬픔, 저항의 역사가 된 것은 해방 후 친일잔재 청산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형태만 다를 뿐 군사ㆍ경제적 예속성을 벗어나지 못한 모순은 지금, 농민을 억압하고 노동자를 착취하며 선순환되지 않는 경제구조로 이어졌다.
굳이 경제 얘기까지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 ‘위안부 밀실합의’를 불가역적 합의라고 주장하는 정부는 그동안 일제의 만행을 알리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던 교과서를 대폭 수정해 내용이 삭제되거나 명확하지 않은 국정교과서로 대체하려 한다. 만주군 장교가 되어 독립군을 토벌하는데 앞장선 다카키 마사오(박정희)의 민족반역은 사라지고 경제를 일으킨 ‘업적’은 화려하게 포장되는, 상상하기 싫은 장면이 연상된다. 그 아버지의 잘못을 말하지 않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그 딸이 대통령이 되어 독립군 후손 앞에서 3ㆍ1절 기념사를 읽는 행위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더구나 그 내용은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이며 약자를 탓하는데 급급한, 비겁한 문장들로 가득하다. 정권이 잘못한데 대해 항의하는 시민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세우는 법도 추진 중이다.
귀향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치유를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분노하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만하면 됐어”라고 용서할 만큼 일본으로부터 꾸준한 사과와 전쟁배상을 받아내기는 커녕 감추려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친일의 역사는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망각의 역사는 사회 부정의와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그리고 권력은 그렇게 단단해진다.
우리는 ‘귀향’을 보는 내내 느낀 격한 감정을 역사를 바로세우는 힘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것은 ‘위안부’ 할머니들만의 아픈 경험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에 관한 문제이고 국가적 문제다. 존엄성을 지켜주는 떳떳한 역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사람의 가치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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