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극생비/ 즐기더라도 적당히 즐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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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극생비/ 즐기더라도 적당히 즐겨야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03.0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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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낙 樂 극진할 극 極 날 생 生 슬플 비 悲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24

《사기ㆍ골계열전(史記ㆍ滑稽列傳)》에 나온다. 곤왈, 고왈주극즉란, 낙극즉비(髡曰, 故曰酒極則亂, 樂極則悲) : 곤이 말하기를 ‘술이 극도에 이르면 어지럽게 되고, 즐거움이 극도에 이르면 슬퍼집니다.’ 
순우곤(淳于髡)은 전국시대(BC475-BC221) 제(齊)나라의 위왕(威王)의 한 대신이었다. 익살이 넘치고 말재주가 좋아 이전에 위왕에게 ‘궁중에 큰 새가 있는데 울지도 않고 날지도 않는다’고 풍자하여 왕으로부터 일면경인(一鳴驚人), 즉 ‘한번 울면 다 놀라게 한다.’ 라는 대답을 받아낸 사람이다. 위왕이 이후 대오 각성하여 나라를 잘 다스리게 되었으니 이 모두가 그의 공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느 해, 초(楚)나라가 제나라를 치게 되었다. 당시 제나라의 국력으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어 순우곤을 인근 조(趙)나라에 급히 보내 구원을 요청하게 하였다. 그가 조나라 왕을 잘 설득하여 마침내 구원병을 보내주니 제나라가 겨우 위기를 면하게 되었다.
위왕은 이처럼 어려운 일을 손우곤의 재능과 노력으로 해결되니 너무 고마워 그를 초청하여 후궁에서 호화로운 연회를 베풀어 위로하였다. 몇 순배 술이 돌아가는 동안 기분이 좋아진 왕이 순우곤에게 말을 건넸다.
“그대의 주량이 얼마나 되는가? 나보다 많은가?”
그간 왕이 그저 안락만을 추구하고 국력이 쇠퇴하고 있는 원인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걱정이 되었던 순우곤이 이 기회에 이 점을 진언하여야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태연자약하게 대답하였다.
“저는요. 한 말을 마셔도 취하고 열 말을 마셔도 취합니다.”
위왕이 자기가 뭔가 잘못 들은 것으로 생각되어 다시 물었다.
“경이 웃기는 말을 하는군. 술 한 말로도 취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열 말을 마실 수 있단 말인가?”
“만약 왕께서 술을 하사하실 경우, 좌우에 고위신하들과 법을 집행하는 관원들이 서 있는 이처럼 성대하고 장엄한 자리에서는 술 한 말을 마셔도 바로 취할 것입니다. 만약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만나면 환담을 나누면서 기분이 좋아져 대여섯 말을 거뜬히 마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남녀가 같이 앉아 옷을 풀어 헤치고 아무 거리낌도 없이 술을 마시게 되면 아마 열 말 이상도 마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는 모두가 예의범절이나 이성을 잃어 말로 다 할 수 없는 난잡한 모습이 보여 지게 될 것입니다. 이른 바, ‘술에 취하면 난잡해지고 환락이 과도해지면 비통한 일이 생긴다.’ 는 말처럼 되는 것입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저는 왕께서 보통의 일에 도가 넘치게 하지 마시고 국사에 더 많은 정성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봅니다!”
위왕이 듣고 심히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그 후로는 밤 새워 술 마시는 습관을 버리고, 순우곤에게 ‘제후에 대한 접대’ 의 일을 책임지게 하고, 왕실에서 개최되는 모든 주연(酒宴)에서 왕이 도를 넘치는 연회가 되지 않도록 언제나 왕의 옆에 앉게 하였다. 
이 고사로 이 성어는 ‘즐거움 끝에는 슬픈 일이 생긴다. 낙이 있으면 고생도 있다.’ 는 뜻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든 적당한 정도에서 그쳐야 비참한 결과를 면하게 된다’ 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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