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9)/ 쓰다/씌다, 띠다/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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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9)/ 쓰다/씌다, 띠다/띄다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6.03.17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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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그의 눈엔 콩깍지가 씐 걸까, 쓰인 걸까, 씌운 걸까?

최근 20∼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연애 콩깍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보다 남성이 ‘콩깍지’가 더 빨리 벗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남성의 경우 콩깍지가 벗겨지기까지 평균 1년5개월로, 여성 응답자는 ‘연애 3년 이상’이라고 답해 남성보다 콩깍지가 벗겨지기까지의 기간이 더 길었다. 설문결과도 흥미롭지만 ‘연애 콩깍지’라는 설문제목도 재미를 더한다.
이처럼 콩깍지와 관련해 많이 쓰이는 표현이 있다. 바로 “걔가 그렇게 하는 걸 보면 틀림없이 눈에 콩깍지가 씌인 거지”처럼 눈에 콩깍지가 ‘씌웠는지, 씌었는지, 씐 건지, 씌인 건지’ 어떻게 무엇을 했다는 것이다. 무엇엔가 홀려 제정신을 잃을 만큼 홀딱 빠져들 경우에 흔히 이렇게 표현한다. 홑따옴표 안의 네 가지 표현 중에는 어떤 것이 맞을까.
‘씌우다’는 ‘쓰다’의 사동사이므로 누가 내 눈에 콩깍지를 씌우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내 눈이 그것에 덮여 가려지는 것이므로 ‘씌웠는지’는 틀린 표현이다. ‘씌다’는 이미 그 자체로 피동형이다. ‘씌이다’는 ‘씌다’의 이중피동형이므로 마찬가지로 맞지 않다. 그리고 무엇이 눈에 덮이거나 가려지는 상황이므로 ‘눈에 콩깍지가 씌다/씌었다’로 적는 것이 바르다. 즉 ‘씌었는지/씐 건지’만이 맞는 표현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인 거지”에서 ‘씌인’은 ‘씐’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예전엔 콩깍지가 씌워서 그랬다네”의 ‘씌워서’는 ‘씌어서’로 고쳐야 옳다. ‘씌다’의 형태를 분석하면 ‘쓰이다’이지만 눈에 콩깍지가 덮여 가려지는 상황에는 ‘쓰이다’가 아닌 원형 ‘씌다’를 그대로 사용하고 이를 활용한 형태를 쓰면 된다.
이번엔 ‘띠다/띄다’를 살펴보자. ‘띠다’는 무엇을 가지거나, 지니거나, 두르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중요한 임무를 띠고 떠나다, 얼굴에 홍조를 띠었다, 미소를 띤 얼굴’과 같은 식으로 쓴다.
이에 비해 ‘띄다’는 조금 복잡한데, ‘뜨이다’의 준말로 쓰이기도 하고 ‘띄우다’의 준말로 쓰이기도 한다. 이때의 ‘뜨이다’는 주로 확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의미다. ‘눈에 뜨이지 않게 조심해라, 보기 드물게 눈에 뜨이는 미인’과 같은 표현이 있다. 이때 ‘뜨이지/뜨이는’ 등이 줄어들면, 각각 ‘띄지/띄는’이 된다. 그리고 이때의 ‘띄우다’는 둘 사이의 간격을 벌리게 한다는 뜻이다. ‘사이를 띄우고 앉았다, 글자 사이를 띄웠다’에서처럼 말이다. 이 경우에서 ‘띄우고/띄었다’ 등이 줄어들면, 각각 ‘띄고/띄었다’가 된다.
마지막으로 다음 예문을 통해 정리해보자. ‘막중한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지니다’의 뜻을 지닌 ‘띠다’, ‘눈에 띄는 발전을 하였다’는 ‘두드러지게 보이는’의 뜻을 지니는 ‘뜨이다’의 준말, ‘두 낱말은 서로 띄어 써야 맞습니다’는 ‘사이를 벌리다’는 뜻을 지니는 ‘띄우다’의 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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