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난수/ 엎지른 물을 어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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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난수/ 엎지른 물을 어찌하나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03.1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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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어질 복 覆 물 수 水 어려울 난 難 거둘 수 收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25

동진(東晉, 317-420)시대의 왕가(王嘉)가 지은《拾遺記(습유기)》에 나온다. 太空封齊, 馬求再合, 太空曰, 若能難更合 覆水定難收(태공봉제, 마구재합, 태공왈, 약능남경합, 복수정난수) : 태공이 제나라에 봉해지니 마씨가 다시 결합하자고 청하므로 태공이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이별했다가 다시 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있겠는가?”

강태공(姜太公 : 呂尙)이 서주(西周, BC11세기-BC771) 문왕(文王)의 요청으로 조정에 나가기 전, 매우 가난하여 하루 세끼를 다 채우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의 아내 마(馬)씨는 매우 사납고 흉악한 여자였다. 남편이 매일 책이나 읽고 집안 생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매일 남편을 들볶다가 나중에는 아예 남편을 버리고 집을 나가 버렸다.
나중에 강태공이 무왕(武王, 문왕의 아들)을 보좌하여 상(商)나라 주(紂)왕을 멸망시켜 큰 공을 세우니 재상으로 임명되고 별도로 봉읍까지 받는 존귀한 몸이 되었다. 강태공이 이처럼 부귀영화를 누리게 된 것을 알게 된 마씨가 찾아와 다시 부부로서 지낼 수 있기를 바랐다. 태공이 이윽고 마씨에게 왜 같이 살려는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전엔 끼니를 잇지 못해 떠났지만 이젠 그런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돌아왔어요.”
태공은 마씨가 그저 안락한 생활에만 관심을 가질 뿐, 진정으로 그를 대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물 한 동이를 가져와 땅바닥에 뿌리고는 말했다.
“저 물을 주워서 동이에 담아 보시오.”
이미 땅 속으로 스며든 물을 어찌 주워 담을 수 있단 말인가. 마씨는 진흙만 주워 담다가 주저앉았다. 여상이 조용히 단호하게 말했다.
“뿌려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당신과의 관계도 이와 같이 영원히 합쳐질 수 없는 것이 아니겠소.”
마씨가 너무 창피하여 아무 말도 못하고 몸을 돌려 힘없이 돌아갔다.
 이 성어는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지 못한다’는 말로, 한 번 저지른 일은 다시 어찌 할 수 없음을 이른다. ‘복수불반(覆水不返)’ 또는 ‘반수불수, 후회불급(反水不收, 後悔不及)’ 즉 물을 엎지르면 다시 담지 못하며,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었다’라는 말로 쓰였다. 훗날 사람들은 이 성어로 어떤 일이 이미 기정사실화 되어 만회할 수 없는 경우로 비유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목이성주(木已成舟)가 있다. ‘나무가 이미 배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으로 일을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이다. 좀 더 나아가 已發之矢(이발지시)라는 성어가 있다. 즉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을 되돌릴 수는 없다’라는 뜻으로 시작한 일을 중지하기 어려운 형편에 놓인 상태를 말한다.
공자(孔子)의 말 중에 ‘일언기출, 사마난추(一言旣出, 駟馬難追)가 있다. 즉 한 번 내뱉은 말은 네 마리 말이 끄는 전차로도 되돌릴 수가 없다’로 쓰였다. 말조심을 강조한 것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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