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전비후/ 지난날을 징계하고 앞날을 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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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전비후/ 지난날을 징계하고 앞날을 삼가다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03.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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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할 징 懲 앞 전 前 삼갈 비 毖 뒤 후 後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26

“당 간부의 부패문제는 인민이 매우 우려하고 있는 중대한 정치문제로 이를 잘 해결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 당을 망하게 하고 국가를 망하게 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 총서가 후진타오가 당 18기 대회 첫날 중요하게 언급한 이른 바 ‘망당망국(亡黨亡國)’ 이다.
1978년 개혁개방을 추진하여 마침내 중국은 G2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고 중국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세계경제를 출렁거리게 할 정도로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도농격차와 동서지역불균형 등 도저히 해결해낼 수 없는 문제로 인해 이른 바 ‘사회주의 건설’ 과는 동떨어진 외화내빈(外華內貧)의 길을 걷고 있다. 이의 원인이 바로 당 간부들의 부패이며 지금 이를 바로 잡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여왔는데, 그간 중국인들의 입에 수없이 오르내려 곪아 터지고 있는 것을 중국공산당이 이제야 마지못해 인정하고 고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그저 정치적 술사요 연기라고 보는 백성들의 냉소를 어찌 극복할지? 이제 제 5세대 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의 몫으로 돌려졌다. 징전비후(懲前毖後)! 과연 그가 수많은 원로들과 뿌리 깊게 연루되어 있는 이 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어떻게 끊어 나갈지 13억 7천만의 중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의 어깨가 새삼 무거워지고 있다.

《시경ㆍ주송편(詩經ㆍ周頌篇)》에 나온다. 여기징이비후환(予其懲而毖後患)을 줄인 말이다.
서주(西周, BC11세기-BC771)를 세운 무왕(武王)이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아들 성왕(成王)이 왕위를 계승했다. 그러나 성왕은 아직 나이가 어려 스스로 국가대사를 처리할 수가 없었으므로 숙부인 주공(周公) 희단(姬旦)이 왕을 보좌하여 조정의 일을 처리하여 주었다. 주공은 무왕이 은(殷)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우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런데 왕의 숙부 중에 무왕의 사촌형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이 주공을 시기한 나머지 권좌를 차지하려고 하기 위해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즉 주공이 성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역적모의를 하고 있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그리고는 은나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주왕(紂王)의 아들 무경(武庚)과 은밀히 손을 잡고 반란을 일으켜 성왕을 몰아내려 했다.
숙부인 주공에 대해 나쁜 유언비어가 어린 왕의 귀에 자주 들리므로 이를 믿고 차츰 주공을 불신하여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자 주공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없이 경성을 떠나 외지에 나가 은거하였다.
두 숙부는 주공을 쫓아 보낸 뒤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거리낌 없이 권좌를 차지하려는 음모를 착착 진행하였다. 성왕이 다행히 나중에 진상을 알고 크게 후회하면서 예의를 갖춰 주공을 모셔왔다. 주공이 즉시 힘을 모아 반란을 바로 평정되었다.  
성왕이 친정할 나이가 되자 주공이 바로 정권을 돌려주었다. 조정의 정권을 받던 날, 성왕이 신하들 앞에서 그간 주공을 의심한 것을 반성하고 감격하여 말했다.
“짐은 이전의 잘못을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겠다.”
‘이전의 과오를 뒷날의 경계로 삼아 이후로는 신중히 행하여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훗날 사람들은 이 고사를 ‘지난날을 징계하고 앞날을 삼가다. 이전에 저지른 과오에서 교훈을 얻어 뒷날에는 일을 신중하게 한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끝난 뒤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이 ‘지난날의 과오를 뼈아프게 새기면서 앞으로 다시는 다른 환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한다’는 뜻으로 전쟁을 회고하여 쓴《징비록(懲毖錄)》은 바로 이 고사성어를 보고 붙인 제목이라고 한다. 왜란을 교훈으로 삼아 스스로 힘써 다시는 그런 전철을 밟지 말자는 뜻으로 쓴 것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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