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우리는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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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우리는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03.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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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버린 개성공단의 문은 다시 열릴 수 있을까? 사람들은 왜 개성공단의 폐쇄를 그토록 비판하는가? 김진향(한국과학기술원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개성공단의 경쟁력은 세계최고였다”고 단언했다. ‘개성공단 사람들’ 저자인 그는 개성을 기획하고 만들어냈던 사람 중 한명인 그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전략담당관을 지냈고 2008년부터 3년6개월 동안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을 지낸 개성공단 전문가이다. 순창군농민회장단 모임인 한울타리(회장 박재근)가 주최한 강연에서 그는 개성공단의 장점과 폐쇄로 인한 손실을 설명하고 우리가 알고 믿어왔던 북의 모습이 진짜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볼 것을 주문했다.

 

김진향 교수는 북에 대한 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만한 통일부와 국정원의 인식이 총체적 무지 수준이었다고 혹평했다. 그는 “2004년 남북당국회담을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북한을 공부해보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이 있었다. 그래서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가계도를 공부하는데 통일부와 국정원이 준비해온 자료에는 김정은과 김여정 이름이 없었다. 다른 이름이 올라있었고 나중에 북한이 직접 신문에 내고서야 알았다. 3~40년씩 대북관계를 공부했다는 사람들의 수준이 이 정도다. 이정도 무지는 재앙적 무지다. 우리는 (정부가)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아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북한 인민들은 왜 자발적으로 당에 충성하나?”라고 물은 뒤 “적대적 남북관계는 일상적 왜곡을 부르고 총체적 무지, 북맹을 만들어낸다. 종편의 비틀림에 있다 보니 일반인들이 사실 자체를 모른다”며 “정부는 북한이 하는 10개 행동 가운데 한두 개밖에 모른다. 8개는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니 남한 사람들이 북을 알거라는 것도 허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대적 관계 하에서는 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왜곡되기 쉽고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봤다. 북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북한을 못 살고 폐쇄적이며 폭력적인 나라여야 한다는, 배타적이고 규정적인 사고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찍은 영상을 보면 평양시 출퇴근길에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 빼고 수 많은 나라 사람들의 관광은 물론 사진과 동영상 촬영도 허용한다”는 것이 그 증거다.

 남북공동번영의 상징
“핵미사일 돈줄 당치않아”

그는 개성공단이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폐쇄됐는데 공단이 위협받기 시작한 시기는 이명박 정부 때 부터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개성공단을 닫으려 했다. 개성공단을 추진하면서 북과 당초에 합의 한 면적이 2000만평에 인구 50~70만명, 18홀 골프장을 3개나 가진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조성된 100만평 안에 제조업을 위해 건축물을 지은 곳이 30%다. 95%를 분양했는데 건축허가가 안 났다. 이명박은 북을 주적으로 선언하고 6ㆍ15공동선언과 10ㆍ4 공동선언을 부정했다”며 “개성공단은 이미 5만4000명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곳이기에 폐쇄가 쉬운 곳이 아니다. 기업들 손실도 크다. 이명박은 개성공단 일방파기에 따른 사회, 정치, 경제적 손실을 조사했는데 너무 손실이 큰 것으로 나와 (폐쇄하지)못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개성공단의 의의와 특징은 ‘남북공동번영’으로 정의된다. 상호존중과 평화번영의 장으로 만들며 경제적으로는 북의 토지, 노동력과 남의 자본, 기술과 만나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점, 군대가 있던 자리에 공단이 들어서고 북의 군대가 송악산 뒤편으로 물러서 군사안보적 완충장치로 역할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작은 평화와 통일 사례가 축적된다는 점에서 남북평화와 경제번영의 상징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개성공단의 경제적 이점에 대해 “개성공단에서 돈 못 벌면 기업이 아니다”는 입주 기업인의 말로 대신했다. 그는 “개성공단 시행 14년 동안 124개 입주기업 가운데 부도난 곳이 하나도 없었다. 2015년 기본임금에 수당을 다 더한 인건비가 1인당 월 15만원 꼴이다. 게다가 그들은 남한이나 다른 나라처럼 돈을 좇아 이직하지 않으며 10년 이상 일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그 일에서는 이미 숙련가가 됐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노동자들은 선택받은 사람들만 오는 곳도 아니며 개성과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온다. 남쪽 기업인 입장에서 그들은 고마울 뿐이다”며 압도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주 보수적으로 계산해 1:30의 효과다. 1억달러도 안 되는 돈을 투자해 30억달러 넘게 생산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개성공단만한 곳이 없다. 중국에 밀리던 영세기업도 개성공단에 들어간 뒤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적정기술을 구비한 사람들이 들어갔으면 (사업량과 수익이)폭발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개성공단의 약점은 정치적 외풍에 취약한 점이다. 이미 한 차례 중단-재개를 반복했다가 이번에는 아예 폐쇄된 상황이니 “돈 좀 벌만하면 건드린다”는 기업인들의 한 숨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는 “개성공단이 6ㆍ15공동선언과 10ㆍ4 공동선언이 부정당하는 엄혹한 상황에서도 견뎠던 것은 기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연구해온 학자로서, 기업지원을 담당했던 실무자로서 그가 진단한 개성공단 폐쇄는 ‘무지가 낳은

▲순창군농민회장단 모임인 한울타리 회원들이 김진향 교수의 특강을 듣고 있다.

정책실패’의 대표사례가 됐다. 평화, 경제, 군사안보, 미래가치에 대한 몰이해와 북측에 있어 개성공단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과 대결주의 남북정책 등과 만나 실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개성공단은 핵미사일의 돈줄이 절대 아니다. 북중 국경지대 사람들의 월급은 개성공단의 6배에 달한다. 북측은 개성공단을 경제적 관점으로 보지 않는다. 개성공단의 위치가 그렇고 남측이 제시한 기본임금 200달러를 고사하고 50달러 안을 제의한 것과 부지를 무상지원하는 것은 경제를 앞에 두고 말할 수 없다. 개성공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었다. 우리가 닫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향 교수는 개성공단의 정상화 시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거시적 낙관을 하자면 현재 큰 틀에서 전쟁위기가 평화협정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4월부터 대화협상으로 들어갈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며 개성공단이 속히 정상화되기를 희망했다.
“오해 때문에 불신이 생기고 이해 때문에 신임이 생긴다”는 그는 개성공단에서 목도한 작은 평화들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에 대한 닫힌 그동안의 시선이 사실인지, 옳았는지 대해 의문을 표할 때 닫힌 개성공단의 문틈이 조금씩 벌어질 거라는 그의 강연은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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