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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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선거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04.0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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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일이다. 군수선거 당시 공용터미널 근처에 살았던 기자는 선거 홍보로 쓰였던 모 유명가수의 노랫소리를 집에 있는 동안 강제로 들어야했다. 얼마나 소리가 컸는지 선거가 끝나고도 거리에서 그 노래가 들리면 귀를 막는다. 한껏 음량을 높인 선거 로고송이 학생들에게도 지장일 수 있겠다는 기사는 그 경험 때문에 나왔다. 그 노랫소리가 지금 또 들리는데 정도는 덜하다. 그나마 살 것 같다.
이번 선거는 참 조용하다. 유세차량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아침잠을 망칠 거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음식물쓰레기 수거차량의 안내방송 소리에 잠을 깨는 아침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 많고 차량 많은 중앙도로의 사무실에서도 선거방송이 별로 들리지 않는다. <열린순창> 사무실 창문은 모 후보의 큼지막한 현수막이 덮어버렸고 맞은편 건물에는 다른 후보가 사무실을 냈다. 하지만 선거운동원들이 수 명씩 드나드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특이사항도 눈에 띄지 않는다. 선거사무실과 연락소가 세 곳이나 있는 교육청사거리도 마찬가지다. 후보가 8명이나 나왔다. 이렇게 조용해도 되는 걸까? 이번 국회의원 선거의 최대 쟁점은 선거구획정과 정치권 분열이었다. 남원시ㆍ순창군 선거구에 임실군이 더해졌다. 호남에서만큼은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분열로 갈라졌고 국민의당이 나왔다. 권력에 대한 욕구가 공개 충돌하는 선거는 분열이 수반된다. 탈당행렬은 그 상징이며 소속정당의 강령을 실천하고 규약을 지키는 것이 정치활동의 최우선이 아닌 증거다.
지역적으로 봤을 때 이번 선거에서는 군 지역이 소외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주민들도 지역적 쟁점이 없다보니 분위기가 예전만큼 뜨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선거구획정으로 임실군이 우리 지역구에 편입된 점과 군내 유권자가 적은 것이다. 후보들이 임실군을 무주공산으로 보고 선점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당선이 목적인 선거에서 타당하다. 구도상으로 보면 남원시 유권자 수가 군보다 3배가량 많기 때문에 남원시 지지율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도 맞다. 다만 ‘우리가 아무리 저 후보를 밀어도 남원 사람들이 다른 후보를 찍으면 어쩔 수 없잖냐’며 회의적으로 보는 것은 복수단체 지역구 주민이 겪는 흔한 편향이며 경계해야 한다.
기자가 아쉬운 것은 선거를 통해 공론화할 수 있는 사회적, 정책적 현안이 뜨지 않은 것이다. 농민이 농산물가격을 정하는 것은 농민주권의 상징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위안부’ 밀실합의를 되돌리는 것은 민족자주성을 바로 세우는 데 중요한 일이다. 예산을 얻어 와야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로만 국회를 바라보면 국회의원 수준도 딱 거기서 멈춘다. ‘밖에 나가 돈 벌어오는 가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역별, 계층별 시민들이 사회의 성격을 논할 수 있어야 하고 원하는 이상을 실현할 수단으로 국회를 바라볼 때 국회의원의 입지는 커진다.
기자는 조용한 선거를 원한다. 하지만 공약과 쟁점이 실종된 선거는 원하지 않는다. 군이 소외됐다는 지적은 선거를 통해 지역 현안을 띄우고 공론화하며 입장과 방향을 정리할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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