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11)/ 선거 치르는 날, 투표는 잘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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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11)/ 선거 치르는 날, 투표는 잘 하셨나요?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6.04.1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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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치르다/치루다, 선거/투표

전라북도에서 가장 많은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이맘때면 삼삼오오 모여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등에 대해 얘기들을 나누곤 한다.
선거는 치루는 게 맞을까, 치르는 게 맞을까.
“선거를 치루다”라고 쓰는 사람이 많지만 ‘치르다’가 바른 표현이다. ‘치루다’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전에도 ‘치르다’로 고쳐 쓰라고 돼 있다. 이때 ‘치르다’는 ‘무슨 일을 겪어 내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따라서 “후보들은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뤄 나갈 것을 약속했다”, “두 후보는 역대 가장 치열했던 선거전을 치뤘다” 등과 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두 예문에서 ‘치뤄’는 ‘치러’로, ‘치뤘다’는 ‘치렀다’로 고쳐써야 한다.
‘치르다’의 어간 ‘치르-’에 어미 ‘-어’가 붙으면 ‘ㅡ’가 탈락해 ‘치르+어→치러’, ‘치르+었+다→치렀다’가 된다. ‘치루다’가 기본형인 줄 알고 ‘치뤄’ ‘치루니’ ‘치루고’ ‘치뤄서’ ‘치뤘다’ 등처럼 활용하지만 ‘치르다’가 기본형이므로 ‘치러’ ‘치르니’ ‘치르고’ ‘치러서’ ‘치렀다’와 같이 사용해야 한다.
“이번에 치러지는 선거는 어느 때보다 박빙 지역이 많다”, “미리 치러진 사전선거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등처럼 쓰면 된다.
나아가 ‘치르다’는 ‘주어야 할 돈을 내주다’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내일까지 아파트 잔금을 치러야 한다”, “경험 부족으로 많은 대가를 치렀다” 등과 같은 경우다.
그렇다면 ‘선거’와 ‘투표’는 어떻게 다를까.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용법으로 쓰이는 것 같지만 각각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투표’는 선거를 하거나 가부를 결정할 때 투표용지에 의사를 표시해 일정한 곳에 내는 일을 의미한다. ‘선거’는 일정한 조직이나 집단이 대표자나 임원을 뽑는 일, 선거권을 가진 사람이 공직에 임할 사람을 투표로 뽑는 일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투표’는 선거를 하기 위한 절차에 해당한다. 따라서 “너 선거는 했니?”, “나는 ○○당 후보에게 선거했어”라는 말은 바르지 못한 표현이다. “너 투표는 했니?”, “나는 ○○당 후보에게 투표했어”라고 해야 한다. ‘선거’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의회의원 선거’, ‘반장 선거’ 등처럼 쓰인다.
“민주주의의 꽃 한번 피우기 어렵네요.”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가운데 투표장 앞에서 마주한 한 이웃이 건넨 말이다. 투표를 마치고 나면 매번 들었던 뭔가 홀가분하고 왠지 뿌듯한 기분, 바로 ‘내가 투표하는 진짜 이유’는 다름 아닌 ‘꽃’에서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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