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돌사신/ 미리 멀리 바라 보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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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돌사신/ 미리 멀리 바라 보셨다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04.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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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을 곡 曲 굴뚝 돌 突 옮길 사 徙 땔나무 신 薪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28

반고(班固)가 쓴《한서ㆍ곽광전(漢書ㆍ藿光傳)》에 나온다. 인위서생상서왈, 유폐하찰지, 귀사신곡돌지책(人爲徐生上書曰,  唯陛下察之, 貴徙薪曲突之策) : 서생이 말하기를 ‘폐하께서 좀 살피시어 곡돌사신의 의미를 중하게 보십시오.’ 
 
서한(西漢, BC206-AD25)시대 대신 곽광(藿光)의 세력이 커져 황제조차도 공경하고 두려워할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곽광이 죽은 후에도 곽씨 일족의 세력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교만하고 사치스러워졌다. 신하 서복(徐福)이 걱정이 되어 상소를 올려 곽씨 집안의 세력을 조금씩 억제해 나가야 한다고 건의하였다.
그러나 황제는 그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러다가 불행히도 나중에 정말 곽씨 세력이 모반을 일으키다가 결국 멸족이 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그때 곽씨의 죄를 고발한 사람들이 모두 상을 받았으나 유일하게 서복에게는 상을 주지 않았다.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여긴 한 신하가 다음과 같이 비유하여 상소를 올렸다.
어떤 사람이 남의 집에 손님으로 갔는데 우연히 보니 집 주방의 굴뚝이 직립으로 되어 있었으나 그 구멍이 아래로 향해 있고 그 앞에 땔감이 쌓여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굴뚝구멍을 위로 가도록 하되 밖으로 조금 구부려 내놓으세요. 그리고 땔감도 다른 쪽으로 옮겨 놓아야지 까닥 잘못되면 화재가 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주인이 그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내버려 두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주인집에 정말 불이 났습니다. 부근 이웃들이 뛰어 와 정성껏 도와주어 다행히 큰 피해가 없게 되었습니다. 주인이 감사를 표하기 위해 소를 잡고 술을 준비하여 이웃들을 대접하게 되었는데, 정작 당초에 불조심을 당부했던 그 사람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를 보고 불공평한 처사라며 주인에게 충고하였습니다.
“만약 당신이 처음에 그 사람의 의견을 좇았더라면 불이 나지 않아 손실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 차린 음식과 술 비용도 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신이 제일 감사해야 할 사람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주인이 그제야 깨닫고 그 사람을 모시어 감사를 표했습니다. 지금 서복의 상황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만약 황제께서 당초에 그의 의견을 잘 들었더라면 곽씨 일가가 모반을 일으키지 않아 멸족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또 조정에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상을 내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황제가 바로 서복을 불러 특별히 상을 내리고 이를 장려하였다.
 ‘재난을 미연에 방지하다. 즉 화근을 미리 치움으로써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다’는 뜻이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인용하여 ‘무슨 일을 할 때에는 미리 멀리 바라보고 사전에 방비하여야 당황하거나 허둥대지 않아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나쁜 일이 아직 경미할 때 더 이상 커지지 않게 방지한다는 방미두점(防微杜漸)이 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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