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견지명/ 제가 앞을 잘 내다 봤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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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견지명/ 제가 앞을 잘 내다 봤더라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05.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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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선 先 볼 견 見 갈 지 之 밝을 명 明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29

범엽(范曄)의《후한서ㆍ양진열전(後漢書ㆍ楊震列傳)》에 있다. 대왈, 괴무김일제선견지명(對曰, 愧無金日磾先見之明) : 왕에게 말하기를 제가 김일제처럼 선견지명이 없어 후회됩니다.

삼국시대(三國, 220-28년) 양수(楊修)는 반응이 매우 민첩하고 글재주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기발하고 좋은 의견을 자주 내어 칭찬을 자주 받았으나 너무 똑똑한 것 때문에 불행히도 조조에게 점차 질투심을 일으키게 하였다.
한 번은 양수가 멀리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조조가 어떤 일을 그에게 물어오면 전과 다름없이 바로 대답할 수 있도록, 조조가 궁금하여 물어올 만한 문제를 미리 정하여 일일이 답변을 적은 후, 집사에게 맡겨 놓으면서 말했다.  
“만약 위에서 무얼 물어 오면 내가 써 놓은 답안을 절차에 따라 드려라.”
과연 그가 예상한 대로 조조가 물어 왔다. 이런 일이 두세 번 더 있고나니  조조가 크게 놀라면서도 두렵기도 하여 마음속으로 경계심을 더 가졌다.
‘양수가 나의 생각을 완전히 꿰뚫고 있구나. 장래에 나에게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여 대처하여야겠다.’
그러던 중 조조가 한중에서 유비(劉備)와 대치하고 있을 때 조조가 ‘계륵(鷄肋)’을 암호로 정하였다. 양수가 듣고 주위사람에 자신 있게 말했다.
“닭갈비는 먹을 살이 별로 없지만 그대로 버리기에는 아까운 부위이다. 주군께서는 이 장소를 버리기는 아깝지만 대단한 땅은 아니라는 뜻을 갖고 계시는 것 같다. 철수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
그렇잖아도 양수의 존재를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었던 조조! 마침내 양수가  군심을 흩트렸다는 죄목으로 트집을 잡아 참수하고 말았다. 그간 양수에 대하여 가졌던 질투와 우려를 동시에 해소한 것이다. 하지만 이튿날 조조는 양수가 예측한대로 그 곳을 철수하는 명령을 내렸다. 
양수의 부친 양표(楊彪)는 본래 동한(東漢)시대 대신으로 조조와 같이 관직에 있다가 동한이 망하였으므로 사직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양수가 죽고 난 후 얼마 있다가 마침 양표와 조조가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조조는 오랜 친구를 만나게 되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양공, 어찌 이리 수척하신 겁니까?”
양표가 슬픈 어조로 대답하였다. 
“저의 제 잘나 총명을 떨던 자식 놈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아직도 그놈이 자꾸 생각납니다. 제가 서한(西漢) 무제 때 김일제(金日磾)처럼 선견지명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저를 탓해야지요. 제 자식이 뭔가 문제를 일으킬 거라는 것을 좀 더 일찍 알고 대처했더라면 자식이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인데 말입니다.”
조조가 듣고 매우 기분이 상해 얼굴색이 변하였다. 양표가 선견지명이 없는 자신을 원망하는 것처럼 말은 하였지만, 기실은 조조가 자식을 죽인 것을 원망하여 풍자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양수로 말하자면 선견지명이 없는 사람이다. 조조의 인간성을 미리 간파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자기의 겉으로 나타난 재간을 감추지 않고 잘난 체 하다가 결국은 죽임을 당하는 결과를 자초하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 성어는 아들을 잃은 아비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다소 슬픈 사연에서 유래된 것이다.훗날 ‘어떤 일의 조짐을 미리 알아내다. 앞일을 미리 보아서 판단하는 총명을 의미하는 말’ 이 되었다.

<김일제(金日磾)> : 흉노족의 아들로 포로로 잡혀 온 그를 한 무제(漢 武帝)가 신임하여 관료로 삼았다. 그의 아들이 무제의 총애를 믿고 궁녀를 희롱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므로 김일제가 후환을 없애려고 아들을 죽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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