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일방적 시선 거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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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일방적 시선 거둬라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05.19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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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장애인의 날’을 맞아 <열린순창> 기자들이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를 둘러봤다. 주로 관공서와 공공시설물을 살펴봤고 장애인 화장실 설치여부도 눈여겨봤다. 결과는 보도한 내용 대로다.
사실 큰 기대는 안했다. 공설운동장 장애인 화장실이 창고처럼 사용되고 하나밖에 없는 군청 본청의 장애인화장실은 아예 잠가뒀다. 최근 지어진 면사무소를 제외하면 대부분 면사무소 화장실은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했다. 동선도 잘못됐다. 휠체어 경사로와 화장실 위치가 정반대여서 누군가 휠체어를 타고 면사무소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사무실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이쯤 되면 장애인 권리향상을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식의 자치단체장 인사말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
장애인의 장애유형은 휠체어를 타는 사람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럼에도 휠체어를 이동수단으로 쓰는 지체장애인이 척도가 되는 것은 휠체어 이동이 편한 곳은 어린이부터 임산부, 노인까지 두루 이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턱이 없는 경사로는 시각장애인도 걸리지 않고 다닐 수 있다. 주차장 면적이 장애인주차장만큼 넓다면 운전 초보 여부를 가리지 않고 편히 주차할 수 있으며 ‘문콕’ 사고의 염려도 사라진다. 보편적 복지는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데서 시작한다.
최근 <열린순창>에 들어온 보도자료 가운데 한 문장이 눈에 띈다. 여기에는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보내는 장애우들과’라고 적혀있었다. 경악했다.
이 문장에는 심각한 문제가 내재돼있다. 비장애인의 시선으로만 장애인을 바라본다는 것이 느껴진다. 정신지체 장애인이 무기력한 것만은 아니다.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그렇게 보일지언정 그들은 자신이 의식하고 사고한 만큼 행동하고 있다. 해당 단체에서는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보내는 장애우’로 대상자를 규정지은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또 장애우라는 말은 장애인을 친근하게 부르려는 의도가 있더라도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말이기도 하다.
10여 년 전 기자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특수교육과 학생회 주도로 장애우 대신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쓰자는 운동이 벌어졌다. 장애인 또한 동등한 사람으로 대우받기 원하기 때문에 장애인과 친해져야 한다며 장애우를 쓰는 것은 맞지 않고 일반적인 명칭을 쓰는 것이 좋다는 취지다. 장애인을 사회적 약자로 가둬놓지 말자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것이 옳다고 생각한 기자는 그 뒤 장애우 대신 장애인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물론 장애인이 동등한 대우를 원한다고 해서 비장애인과 같은 조건하에서 같은 노동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편향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신체ㆍ정신적 특성에 따라 직업과 노동시간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시선을 맞추지 못한 배려는 의도치 않게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기자가 보건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복지 수준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공용터미널에 목발 짚은 환자나 장애인이 편히 다닐 수 있는가? 시각장애인이나 언어장애인이 관공서에서 업무를 처리하려 할 때 불편함은 없는가? 읍내 인도에 설치된 볼라드는 언제쯤 제거되며 횡단보도 불법주차는 언제쯤 사라질 수 있는가? 장애인이 원하는 일자리를 제 때 구할 수 있는가?
장애인 복지는 보편적복지의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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