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정의 달 5월, 어머니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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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정의 달 5월, 어머니를 생각하며
  • 김민성 편집위원
  • 승인 2010.07.22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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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5월의 붉은 광장에도 꽃은 새로 피고 가사(假死)의 나무도 머리부터 잎은 푸르구나.
푸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디었을까. 얼마나 많은 정성이 필요했을까.
그해 5월을 함께한 우리는 알 수가 있겠네.
아, 5월의 붉은 광장에도 바람은 불어 불어.
그 해 5월에도 세찬 바람이 불었지.
저 남녘 끝에서 나무와 숲과 강물을 지나왔지. 새들도 꽃도 하늘도 그걸 보았지.
그해 5월을 함께한 우리는 알 수가 있겠네.
5월은 천지개벽, 이 날을 맞이하기 위해 인간의 고통은 아직도 끝나지 아니하였네라.
사람 사는 세상의 슬픔은 아직도 남아있네라.
아, 5월은 슬픈 과거, 신혼을 앗아간 사랑의 비애.
5월은 오(誤)월, 5월은 오(惡)월.
5월의 역사는 남편과 아내로부터 태어난 인간이 창조해낸 기막힌 역사. 그들도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선 귀한 손자였으리.
용서받아야 할 사람이 많은 5월.
서울로 전학 온 나에게 친구 잘 사귀라 좋은 친구 사귀라
신신 당부하신 어머니의 속뜻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피뢰침이 없으면 심자가도 벼락 맞는 세상.
죽어가는 사람의 땅에서 유별난 5월 가뭄.
당신의 육체와 정신과 혼까지 바치신 우리의 어머니.
아, 어머니를 닮고 싶은 마음으로 살고 싶은 5월이여, 어머니를 닮았다는 마음으로 살고 싶은 5월이여! 어머니의 눈물이 어머니보다 더 어른일수 없는 내 눈물의 씨앗이 되다.
1980년대 중반 대학 2학년 때 적어본 졸작(아, 어머니를 닮고 싶은 마음으로 살고 싶은 5월이여! 어머니를 닮았다는 마음으로 살고 싶은 5월이여)이다. 지금 보면 많이 서툰 시를 꺼낸 이유는 어머니를 얘기하고 싶어서다.
시에서는 어머니라고 했지만 나는 아직도 엄마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정말 몇 년 후면 나이가 오십인데 정말 어울리지 않는 호칭이라는 것도 잘 알지만 바꿀 수가 없다. 콩가루 집안이라고 해도 그냥 엄마라 부르고 싶다. 엄마는 그냥 엄마다. 우리 5남매 모두 엄마라 호칭한다. 50이 넘은 누나도 엄마다. 어머니라고 하면 엄마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멀게 느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엄마라고 호칭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냥 엄마로 부르고 싶다.
엄마라는 느낌은 아버지와는 또 다르게 다가온다. 약하지만 강하고, 강하지만 약한 상반된 모습. 어린 시절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하면 우리 남매들은 서로 회의를 가졌다. 우스운 얘기지만 엄마 아빠가 헤어지면 누구를 따라갈 것인가였다. 아버지를 따라간다는 사람은 먹을 것을 잘 사주기 때문에 따라간다고 했다. 그런데 대부분은 동전하나 쉽게 내주지 않는 엄마를 따라간다고 했던 것 같다.
엄마는 사회 활동을 즐겨하시는 편이다. 3-4년 전 설 전날, 어디를 가자고 해서 차를 운전했더니 독거노인을 찾아 음식을 전해주었다. 이렇게 봉사활동을 실천에 옮긴다. 엄마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움을 주신다. 어렸을 때도 명절이 돌아오면 근처 가난한 이웃들에게 찹쌀을 갖다 주던 기억이 새롭다.
고마운 것은 오래전 그렇게 엄마의 따스한 손길을 기억하던 고향 분들이 지금도 그렇게 가난하지 않다는 것이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 부자가 됐다. 이분들은 아버지를 보면 꼭 몇 만원의 용돈을 쥐어준다. 어려울 때 그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엄마의 배려가 수십 년이지나 고마움으로 되돌아오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요즘 강부자씨와 전미선 씨가 모녀로 등장하여 열연을 펼쳐 보이는 ‘친정엄마와 2박3일’이라는 연극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연극은 말기 암 판정을 받은 딸이 죽기 전에 엄마를 찾아 2박3일 동안 추억과 회한을 털어놓은 후 엄마 품에서 숨을 거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접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연일 매진이라는 소식이다. 엄마는 편하고 마지막에 기댈 수 있는 존재라는 이유가 흥행 요인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개그콘서트에서도 NAN 안 상태 기자가 인기였다. 여기에서도 마지막에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결국 “엄마,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먹인다. 어려울 때는 엄마를 찾는 것이 인간의 본능인지 모르겠다.
엄마는 영원히 미안한 분이고, 후회의 대상이 아닌가 싶다. 잘 대해드렸으면 그런대로, 불효를 했으면 그 이유로 완전히 채울 수 없고, 완전히 만족을 드릴 수 엄마. 그래서 자식들은 돌아가신 후에야 더 많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숙명이지 않을까.
오늘은 우리들의 엄마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자이면서 엄마이자 며느리요 당신의 집안에서는 딸인 그분. 건강하시다면 건강하실 때 조기 건강검진을 해드리고, 불편하시다면 한 번 더 보살펴드리고, 돌아가셨다면 가족끼리 모여 엄마를 기억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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