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14)/ 첫 단추는 ‘꿰지’ 않고 ‘끼우는’ 것
상태바
아어우리말(14)/ 첫 단추는 ‘꿰지’ 않고 ‘끼우는’ 것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6.05.25 1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언제부턴가 듬성듬성 어린모가 자리하더니 이제는 비어 있는 논을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일주일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어느새 모내기가 끝나가고 있다. 기계의 힘이 실로 놀랍다.
힘들어 비누거품 같은 침 머금고서 거친 숨소리 내뿜으면서 주인이 이끄는 대로 그저 느릿느릿 묵묵히 일하던 옛날 일소의 모습은 이제 박물관과 이야기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코 꿰다’의 유래를 생각해보면 자연스레 ‘코뚜레’가 떠오른다. ‘코 꿰다’는 약점이 잡혀서 누군가에게 꼼짝 못하게 되었을 때 즐겨 쓰는 표현이다. 코뚜레와 일소는 한 묶음처럼 여겨진다. 아무리 순한 소라고 해도 코뚜레 없이, 다시 말해 약점이 잡히지 않고서야 그 험한 일들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꿰다’는 ‘끈이나 실 따위를 구멍이나 틈의 한쪽에 넣어 다른 쪽으로 나가게 하다’는 뜻을 지닌다. 그러니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나 ‘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라는 노래 가사처럼, 어떤 물건을 끈 같은 데 엮어서 연결할 때 쓰는 말이다. ‘끼우다’는 ‘벌어진 틈 사이로 빠지지 않게 밀어 넣다’란 뜻이므로 ‘수첩 사이에 볼펜을 끼우다’, ‘문틈에 편지를 끼워 넣다’처럼 쓴다.
‘첫 단추를 꿰다’는 언뜻 보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언론이나 일상에서 자주 쓰이지만 분명 잘못된 표현으로 ‘첫 단추를 끼우다’ 또는 ‘첫 단추를 채우다’로 고쳐야 맞다.
첫 단추를 잘 채워야 옷매무새가 어그러지지 않는다. 이는 어떤 일의 시작이나 첫 출발을 비유하는 말로 ‘첫 단추’라는 말을 곧잘 쓰는데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해야지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고 하면 안 된다.
만약 단추의 구멍에 줄이나 실을 통과시켜 목걸이처럼 만드는 것이라면 ‘단추를 실에 꿰었다’라고 쓸 수 있다. 하지만 옷에 있는 단춧구멍에 맞춰 단추를 잠그는 경우에는 ‘단추를 끼웠다’라고 해야 한다. 물론 ‘끼우다’ 대신 ‘채우다’를 쓸 수도 있다.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달 열린 러시아 월드컵 예선전 레바논과의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한 신문은 “이로써 한국은 조별 예선 7경기를 모두 무실점 승리로 마치면서 새해 첫 단추를 만족스럽게 꿰었다”고 전했다. 한편 그날 결승골을 넣은 이정협 선수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첫 단추를 잘 꿰서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심지어는 주요기사의 제목으로도 눈에 띄곤 한다. ‘한전 본사 나주이전 첫 단추를 꿰다’, ‘중국진출 첫 단추를 꿰다’ 등이 그 예이다.
기자라면 ‘완벽한 맞춤법’을 기사의 완성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의외로 많은 독자들이 단순한 맞춤법의 실수 하나로도 기사 전체의 신뢰성에 등을 돌려버릴 정도로 냉정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
  • 군 전체 초·중·고 학생 2000명대 무너졌다
  • “조합장 해임 징계 의결” 촉구, 순정축협 대의원 성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