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보다 학교, 재단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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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보다 학교, 재단이 문제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6.06.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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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인권교육’은 ‘교육인권’과 짝을 이룬다. 교육인권을 규정한 세계인권선언 26조는 교육의 목적이 인권이라고 못 박는다. ‘교육은 인격을 온전하게 발달시키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더욱 존중할 수 있도록 그 방향을 맞추어야 한다.’ 선언의 전문에서는 사람들이 인권을 이해해야만 인권이 달성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인권교육이 곧 인권의 길이라고 가르친다. 즉, 교육 자체가 인권교육이 되어야 하고, 인권교육을 해야 인권이 보장된다는 말이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최근 ‘전라북도 학생인권심의위원회’(인권심의위) 결정에 따른 여러 언론매체의 앞 다툰 보도에 놀라 치켜뜬 눈을 감을 수 없다. 아직도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유교적 관습과 일제강점기 및 군사독재 문화에 안존한 채로 학생들을 ‘피교육자’로 단정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교육공급자’라는 낡은 사고로 ‘(교육을 위해서는) 학생들을 어느 정도 함부로 다뤄도 된다’는 인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들 눈에 ‘통제와 규제와 간섭의 대상인 학생’들이 통일된 교복ㆍ짧은 머리ㆍ단정한 복장에 고분고분하게 순종하기를 강요하는 듯하다.

사회의 변천과 역사의 발달은 전라북도 교육 현장에도 ‘학생도 인간이다’라는 선언이 담긴 ‘학생인권조례’를 시행(2013년 7월 공포)시켰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많은 이들은 “학생들이 억울하고 부당한 처우에 항거하고, 강한 개성을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뚜렷한 자기 철학을 거침없이 내보여도 ‘버릇없는 아이’로 내몰리지 않게 됐다”고 환영했다. 그런데 이번에 밝혀진 인권심의위 결정 내용은 어떤 정책과 제도도 일선 교사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충격과 함께 학생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에 사뭇 부끄럽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 당한 어느 교사는 학교의 변화는 “미우나 고우나 믿거나 못 믿거나 교사들에게 달려 있”다며 “학부모는 학교 밖에 있고 학생은 학교 안에 있지만, 교사는 자라나는 아이들 앞에, 옆에, 안에서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런데 “일상적으로 학생들을 체벌하여 학생들의 폭력으로 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침해하고, 학생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학습에 관한 권리,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 양심의 자유, 인격권을 침해하였으며, 학생들에게 성희롱 및 성추행을 하였”다는 교사가 있다니 허망하다.

인권심의위는 “피조사자(해당 교사)가 일상적으로 학생들을 체벌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한 것은, 일차적으로는 피조사자에게 책임이 있지만, 이차적으로는 이를 묵인한 학교 구성원들과 위와 같은 행위를 당연시하는 위 학교의 문화에 큰 원인이 있다고 보이므로, 학교구성원들의 인권에 대한 이해 및 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한 특별한 대책을 수립하여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실제로 학교 안의 훈육과 체벌은 어느 개인 교사가 밀행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를 방관한 교사와 관리자 나아가 학교법인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교육 당국과 사학 재단의 폭력에 맞서고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분투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지역에는 희망이 없다. 바른 지역 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들이 힘을 모아 지역 교육의 현상을 고발하고 학력신장 못지않게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싸움도 마다않는 모습을 기다리는 것은 호사인가. 학생들에게 호통소리만 내지르기 보다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데 앞장 서야 한다.

‘너와 직접 상관없는 일’이라며 관용을 강권하는 분위기는 개인의 잘못 뿐만 아니라 조직의 부정까지 덮으려는 폭력이다. 자신의 일이 아니면 개개인의 사소한 권리는 뒤로 좀 밀려도 상관없다는 인식은 사회 병폐다. 개인의 이기심과 부도덕성 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구조적인 부정과 모순에 있다. 옳지 않은 일을 방관하는 조직에 맞서 싸우는 용기가 보고 싶다. 혹 개인의 잘못을 덮어 학교의 경고를 가볍게 하고 재단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면 학부모와 주민이 나서야 한다. 돌이켜보면 수차례 베푼 관용을 비웃듯 이 학교의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교사보다 학교, 재단이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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