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유여/ 여유롭게 일을 하니
상태바
유인유여/ 여유롭게 일을 하니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06.09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놀 유 遊 칼날 인 刃 있을 유 有 남을 여 餘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31

《장자ㆍ양생주편(莊子ㆍ養生主篇)》에 나온다. 이무후입유한, 회회호기어유인, 필유여지의(以無厚入有閒, 恢恢乎其於遊刃, 必有餘地矣) : 두껍지 않은 것을 틈새에 넣으니 널찍하여 칼을 놀릴 때 틈이 있게 됩니다.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양(梁)나라 혜왕(惠王)에게 소를 잘 잡는 요리사가 있었다. 칼을 가볍게 쥐고 놀리며 소가죽을 벗기고 뼈를 추려내는 솜씨가 좋고, 칼 놀리는 소리가 맑고 깨끗하여 듣기에도 상쾌할 정도였다.
한 번은 혜왕이 요리사가 소 잡는 것을 다 보고나서 칭찬하여 말했다.
“정말 대단해. 기가 막히는 솜씨로구나. 어찌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요리사가 한참 머뭇거리다가 공손히 대답하였다.
“그것은 아마도 제가 칼 쓰는 이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처음 소를 잡을 때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온통 소 몸통이라서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몰랐습니다. 3년 후에는 소 몸통은 보이지 않고 그저 소의 근골과 관절만 보이더니 지금은 제 마음속으로 이해가 되어 눈을 감고도 해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칼을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말했다.
“일반적으로 훌륭하다는 요리사는 1년에 한 번 칼을 바꾸는데, 이는 오직 근육만을 잘라내는데 칼을 써서 그렇습니다. 보통수준의 요리사가 한 달에 한 번 칼을 바꾸는 것은 뼈에 칼을 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저의 이 칼은 이미 19년을 사용하면서 무수하게 소를 잡았지만 막 숫돌에 간 것 같지 않습니까? 이처럼 칼이 잘 닳아져 있으므로 살과 뼈가 엉킨 좁은 틈새에 들어가서도 여유롭게 가벼이 드나들며 자유롭게 칼질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일을 다 끝내고 나면 칼을 들고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음이 흐뭇해지면 칼을 씻어 챙겨 넣고 밖으로 나옵니다.” 
혜왕이 듣고 기뻐하며 경탄의 말을 하였다. “정말 네 말이 맞구나! 그간 내 마음을 어찌 추슬러야 하는지를 알 수 없었는데 이제야 그 방법을 알게 되었구나.”
혜왕이 요리사의 말 속에서 처세하는데 있어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 설사 외부에 번잡함이 있더라도 자기의 심성을 상하는데 까지 이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훗날 사람들은 이 성어를 ‘솜씨 있게 일을 처리하다. 힘들이지 않고 여유 있게 일을 처리하다. 식은 죽 먹기’ 등의 뜻으로 사용하였다. 더 나아가 맡은 일이나 직책을 능히 즐겁게 감당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사용하였다.
요리사가 말한 것 중 마지막에 한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음이 흐뭇해지면’을 사람들은 ‘주저만지(躊躇滿志)’라는 성어로 만들어 ‘혼자서 득의양양해하다. 으스대며 만족해하다’는 의미를 주어 사용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순창 농부]순창군창업유통연구회 변수기 회장, 임하수 총무
  • 고창인 조합장 징역 2년 구형
  • 최순삼 순창여중 교장 정년퇴임
  • 순창읍 관북2마을 주민들 티비엔 '웰컴투 불로촌' 촬영
  • 선거구 획정안 확정 남원·순창·임실·장수
  • 순창시니어클럽 이호 관장 “노인 일자리 발굴 적극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