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16)/ 적금은 붇지 않고 붓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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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16)/ 적금은 붇지 않고 붓는 것입니다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6.06.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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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검찰, 법조로비 ‘100억 수임' 최유정 변호사, 일명 정운호 게이트로 소란스러운데 ‘대우조선 직원 180억 횡령사건’까지 ‘억억’ 하는 소리에 저절로 입이 벌어지는 요즘이다.
한 푼 두 푼 모아 목돈 마련을 꿈꾸는 우리들 입장에서 보면 분노에 앞서 그냥 허탈감에 젖어들 뿐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저 나만의 일상에 충실할 밖에. 오늘도 밥 달라고 졸라대는 돼지저금통의 성화에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동전들을 모아서 채워준다. 티끌모아 태산이라 했다.
오늘은 ‘붓다’와 ‘붇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은행에 일정한 기간마다 불입금을 낼 때 쓰는 낱말은 ‘붓다’일까, ‘붇다’일까. ‘붓다'는 ‘∼에(게) ∼을 담다', '살갗 따위가 부풀어 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따라서 적금처럼 일정한 기간 꼬박꼬박 내는 돈에는 ‘붓다’가 바른 표현이다. “곗돈을 3년간 붓고 나니 꽤 큰돈이 되었다”, “쥐꼬리만 한 월급에서 생활비를 빼고 매달 대출 이자를 붓고 나면 원금은 갚을 엄두도 못 낸다”와 같이 곗돈ㆍ이자 등에도 ‘붓다’를 쓴다. 그리고 “급하게 나가다 문틀에 부딪쳐서 발가락이 부었다”라든가 “포개진 그릇을 빼내려면 위쪽 그릇엔 찬물을 붓고 아래쪽 그릇은 더운물에 넣어둔다”도 ‘붓다’를 이용한 표현들이다.
‘붇다’는 ‘붓다’와는 다르게 “재산이 붇는 재미에 힘든 줄 모른다”나 “이자가 고작 이정도 밖에 안 붇다니”에서와 같이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는 의미다. 받침 하나로 뜻이 참 많이 달라지는 걸 알 수 있다.
덧붙여 “요즘 부쩍 체중이 불었다”, “식욕이 왕성해 몸이 많이 불었다”에서 ‘불었다’는 언뜻 보면 ‘불다’의 과거형인 듯 보이지만, 이는 모두 분량이나 수효가 늘었다는 의미이므로 기본형 ‘붇다’가 활용(ㄹ불규칙 활용)된 형태다.
반면, 기본형으로 ‘불다’는 ‘늘었다’는 의미로는 쓰이지 않는다. ‘불다’는 “따뜻한 바람이 불다”에서와 같이 바람이 일어나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다, “사무실에 영어 회화 바람이 불었다”에서와 같이 유행ㆍ풍조ㆍ변화 등이 일어나 휩쓸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유리창에 입김을 불다”에서처럼 입김을 내거나 바람을 일으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그렇다면 “오래되어 퉁퉁 불은 라면은 맛이 없다”에서 ‘불은’의 기본형은 무엇일까? ‘불다’나 ‘붓다’로 대답하기 쉽지만, 이 역시 부피가 늘어남을 의미하므로 ‘붇다’가 기본형이다.
지령 300호를 맞는 <열린순창>,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린순창>이 여전히 꿋꿋한 까닭은 임직원들의 굳은 신념과 인내 무엇보다 그동안 모두가 쏟아 부어왔던 굵은 땀방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쏟아 부은 만큼 무언가 불어나기 마련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불다’는 ‘붇다’의 활용형으로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를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그것이 독자여러분의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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